레온에서 우여곡절 끝에 강제 휴식하고 바르셀로나에 돌아와서 민박집에 맡겨둔 짐을 찾았다. 간혹 생각날 때마다 2주동안이나 무료로 배낭을 맡아주시고 머무는 동안 친절하게 대해주신 민박집 가족들에게 항상 고마운 마음이 든다.


이튿날은 떠나기 전에 보려고 남겨둔 바르셀로나의 백미, 구엘공원과 사그라다 파밀리아 성당으로 나섰다.


바르셀로나의 바다가 내려다보이는 언덕에 자리한 구엘공원의 첫인상은 놀이공원에서 볼 수 있는 동화의 나라 같다는 것이었다. 아이들만을 위한 것이 아닌, 어른들도 같이 즐길 수 있는 동화의 나라다. 알록달록한 타일들로 만들어진 예쁘면서도 독특한 모양의 집들,  기괴하고 약간은 그로테스트한 건물들이 무척 인상적이었다.


원래 이 공원은 건축가 가우디의 후원자였던 구엘 백작이 가우디가 설계한 집들을 스페인의 부유층에 분양하려는 목적으로 만들기 시작했다고 하는데, 오랜 건축기간으로 완성되지 못한 것을 바르셀로나 시의회의에서 시민들을 위한 공원으로 사들였다고 한다. 이 위대한 건축물들이 비싼 돈을 지불해야하거나 혹은 그러더라도 볼 수 없는 특정인들의 소유물로 전락하지 않은 것이 얼마나 다행스러운 일인지 모르겠다.



이 건물을 보고 대부분의 사람들은 '헨델과 그레텔'의 과자와 빵으로 지어진 집을 떠올릴 것이다.

어른들에게도 수십년전 어린시절 읽었던 동화를 떠올리게 하는 이곳이 진짜 동화의 나라다.


맑게 울리는 악기소리에 이끌려 가보니 중년의 남자가 진지한 표정으로 처음보는 악기를 연주하고 있었다. 실로폰처럼 보이지만 목판이나 금속판을 치는게 아니라 손에 든 채로 금속줄을 튕겨 소리를 내고 있었다. 처음보는 모양의 채를 손에 가볍게 쥐고 줄을 튕기는데 소리가 무척 맑고 듣기 좋았다. 얼마 안되던 청중이 어느새 많아지고 한 곡이 끝나면 제법 큰 박수소리가 나왔다. 연주자도 기분이 좋은지 신중하던 얼굴에 약간은 미소가 생겼다. 아직 많이 남은 여정 때문에 음반을 살 수는 없었지만 좋은 연주에 감사하며 관람료를 보탰다.









자연석을 가공하지 않고 만든 아케이드와 기둥들이 파충류의 척추와 피부를 연상시켰다. 기묘하면서 독특했다.


구엘 공원은 무료로 개방하는데 단 한 곳, 가우디가 살았던 곳이며 지금은 그의 기념관으로 사용되는 건물 입장료만 지불해야 한다. 이 기념관에는 가우디가 직접 디자인해서 사용했던 가구나 장식품들이 전시되어 있는데 100년 전에 디자인된 것들임에도 현대의 가구들보다 훨씬 개성있고 멋있었다.


오로지 건축만을 생각하며 평생 독신으로 살았던 가우디는 자신의 겉모습도 꾸미지 않았기 때문에 전차에 치여서 죽었을 때는 그 초라한 행색 때문에 사람들이 그 유명한 건축가 가우디인줄 아무도 알아보지 못했다고 한다.





구엘공원 입구에 있는 '헨젤과 그레텔'에 나오는 과자로 만든 집처럼 생긴 두 건물은 원래 경비실과 관리실의 용도로 만든 것이라고 한다. 세상에서 가장 독특하고 멋진 경비실과 관리실이 될 뻔했다.





구엘공원은 넓어서 걸어다니며 보고 감탄하는만도 시간이 꽤 필요했다. 공원을 나와 사그라다 파밀라아 성당으로 가기 전에 작은 레스토랑에서 다시 빠에야를 시켰다. 역시나 이전에 먹은 빠에야가 잘못 만든 것은 아니었나보다. 이번에도 짜고 쌀알은 약간 설익었다. 빠에야를 만들때 따로 쌀을 익히지 않고 생쌀을 넣어서 끓이기 때문에 우리가 밥으로 먹는 것보다 조금 딱딱하다. 그리고 간이 무척 강해서 우리나라 사람들 입맛에는 대부분 많이 짜게 느껴질 것이다. 


우리는 국이나 찌개같은 국물음식 때문에 섭취하는 소금의 양은 많은지언정 짜게 먹지는 않는다. 대부분의 외국 음식들은 우리나라 음식에 비해서 훨씬 짜다.


사그라다 파밀리아 성당 내부에 입장했다. 너무도 유명한 겉모습에 그것만 보고 돌아가지 않은게 정말 다행이라는 것을 성당 안에 있는 내내 생각했다.


성당안에 있으면 거대한 숲속에 있는 듯한 느낌이 들었다. 기둥은 거대한 나무를 연상시켰고, 천정의 무늬들은 빽빽하게 들어찬 나뭇잎들을 생각나게 했다. 게다가 스테인드 글라스로 비쳐드는 햇빛은 빽빽한 수풀을 뚫고 햇살이 비치는 듯했다. 성당 내부는 그로테스크한 겉모습과 너무나 다른 모습이었다.















사그라다 파밀리아 성당을 나와 바르셀로나 해변으로 향했다. 누군가 소매치기를 당했는지 남자 한 명이 부리나케 뛰어가고 곧이어 남자 둘이 그를 쫓아 사라졌다. 유럽의 대도시에서는 늘상 조심해야 하는게 소매치기니 사람들도 한번씩 쳐다볼뿐 놀래는 기색도 없었다.


해변에는 사람들이 많았는데 주로 젊은 사람들이 해변에서 축구나 배구를 하거나 일광욕을 즐기고 있었다. 활기차고 쾌활하지만 내가 좋아하는 분위기는 아니었다. 게다가 날씨가 무척 좋았음에도 바닷물도 썩 아름답거나 깨끗하진 않았다. 유명한 바르셀로나의 해변은 해변 자체보다는 주변의 레스토랑과 술집들, 젊은 친구들이 놀기 좋은 환경으로 유명해진 것 같았다.


바르셀로나는 스페인에서 가장 소득수준이 높고 잘사는 도시라고 한다. 그에 걸맞게 다른 대도시에 비해 깨끗한 편이고 볼거리도 무척 많았다. 한번쯤 꼭 가볼만한 도시이고 누가 보더라도 후회하지 않을만큼 매력적인 도시였다. 하지만, 나에겐 다시 가보고 싶은 도시는 아니었다. 다시 갈만큼 매력적이었냐고 묻는다면 그 정도는... 이라고 이야기할 것 같다. 만약, 다시 간다면 이번에 가지 못했던 바르셀로나의 축구경기장 '캄누' 때문이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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