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가리로 국립공원에서 트레킹을 마친 다음날, 뉴질랜드의 가장 유명한 휴양도시이자 북섬의 윗쪽 끝단에 위치한 파이히아로 향했다. 생각같아서는 계속 아래로 내려가 남섬으로 가고 싶었지만 뉴질랜드에서 머물 시간이 얼마 남지 않았기 때문에 다시 오클랜드가 있는 윗쪽으로 올라가야했다. 통가리로에서 파이히아로 가는 직행버스가 없어서 일단 통가리로에서 오클랜드로 가서 하루를 보낸 뒤에 오클랜드에서 다시 파이히아로 갔다.
통가리로에서 오클랜드로 가는 버스시간이 다가오자 갑자기 하늘이 어두컴컴해지더니 엄청난 비가 쏟아지기 시작했다. 여태껏 맑던 하늘에서 하필 버스시간에 맞춰 비가 오는게 무슨 조화인가 싶었지만 어쩔 수 없이 비에 흠뻑 젖으며 정류장으로 향했다. 더 어이없었던 일은 버스가 오기 직전에는 무슨 일이 있었냐 싶게 비가 그쳐버렸다. 질척거리는 신발을 끌고 버스에 오르니 다른 사람들은 깔끔한데 나만 딴 세상에서 온 것처럼 축축하게 젖어있었다.
비가 그치자마자 도로 위에 남은 물기가 마르기 시작했다.
잠시 뒤에는 언제 비가 왔었냐 싶게 보송보송 말라버렸다.
이튿날 오클랜드에서 파이히아로 가는 버스를 탓다. 오클랜드도 비가 내려서 땅도 하늘도 우중충했다. 당시 뉴질랜드는 장마철이었는지 비가 무척 자주 내렸다.
흔히 생각하는 뉴질랜드의 전형적인 풍경
파이히아에 도착해서 숙소에 짐을 풀고 여기서 할 수 있는 여행상품을 알아보러 인포메이션센터를 찾았다. 여러가지 수상 액티비티부터 스쿠버 다이빙, 스노클링, 요트투어 등등이 있었는데 바닷물이 그다지 맑아보이지 않아서 스쿠버 다이빙은 할 생각이 들지 않았고 한여름 날씨 치고는 비교적 쌀쌀해서 물놀이도 그다지 끌리지 않았다. 그래서 선택한 것이 요트투어와 바다카약, 스노클링 등등이 합해진 것이었다. 특히 요트로 근처 섬에 가는 중에 운이 좋으면 돌고래를 만날 수 있다는 말에 끌렸던 것 같다.
여행자 센터 뒤편에 있는 요트나 근처 섬으로 운행하는 배들을 대는 선착장. 물빛이 우리나라 서해하고 비슷한 수준이라 실망했다.
저녁거리도 살겸 근처 근처 바닷가를 산책하며 시간을 보냈다. 하늘은 여전히 해가 잠시 비쳤다가 사라지기를 반복했다. 내일 요트투어를 위해서 날씨가 조금이라도 나아지길 바라는 수 밖에.
햇볕이 나고 다시 흐려지길 반복했다. 햇살은 제법 강했지만 무덥게 느껴지지는 않았다.
바닷가에서 마오리로 보이는 가족들이 물놀이를 하고 있었다. 이 날씨에 물속에 뛰어들 수 있는 젊음이 부럽네.
당시에는 뉴질랜드의 한여름이었고 파이히아가 뉴질랜드에서 유명한 휴양지라 사람들이 꽤나 많은 편이라고 했다. 그래도 워낙 인구가 적은 탓에 바닷가는 한적하고 길에도 사람들이 북적이진 않았다. 파이히아는 물빛도 바다풍경도 우리나라 서해와 무척 닮아있었다. 마치 우리나라의 늦여름, 피서객들이 떠난 폐장 직전의 해수욕장 같았다. 파이히아를 찾는 사람들은 주변 섬이나 해안을 찾아서 오는 것이지 파이히아의 해변에서 물놀이를 하진 않는 것 같다. 저녁이 다가오자 다시 비가 흩뿌리기 시작했고 서둘러 장을 보고 숙소로 들어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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