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트남의 무비자 입국 기간을 착각한 뒤로 급히 정한 일정이 후에에서 라오스 사반나켓으로 넘어가는 일정이었다. 원래 생각지 못한 경로였기에 걱정도 조금 있었지만 후에에서 사반나켓으로 가는 버스에 올랐다.


정확히 언제 후에에서 버스에 탓는지 기억나지 않는다. 다만 베트남에서 출국할 때 출국 도장을 찍어주는 공무원들이 웃돈(1달러)를 요구했고 나는 안주고 버텼다는 것이 생각난다. 공무원들은 내 여권에 도장을 찍어주지 않고 그 뒷 사람들의 여권부터 처리하기 시작했다. 물론 큰 돈이 아니었기에 줘버릴 수 있었지만 공무원들의 비리는 일반 상인들의 속임수와는 다르게 매우 기분이 상했다. 베트남에서 갖게 된 좋은 기억들마저 이 사람들로 인해 안좋아져버렸다.


될대로 되라 하고 서있으니 범법 행위가 아닌지라 여권을 안내주고 위협해봐야 필요없겠다 싶었는지 맨 마지막으로 도장을 찍고는 여권을 던져준다.


라오스와 베트남은 교류가 많은지 국경 근처에 트럭들이 제법 많이 다닌다.


중간에 휴게소에서 먹은 점심식사. 가격도 저렴하고 음식을 가리지 않는 여행자라면 먹을만하다.


베트남 출국하며 기분이 나빠져서인지 더 찍은 사진도 없다. 저녁이 한참 지나서 도착한 사반나켓은 이미 어둠에 휩싸여 있었고, 더 이상 버스를 탈 체력도 남아 있지 않았다. 체력이 좋은 여행자들은 사반나켓에서 바로 라오스의 수도 위앙짠(비엔티엔)으로 가는 버스를 타기도 하지만 더 이상 버스를 탓다가는 몸살로 며칠 누울듯하다. 눈에 보이는 아무 식당에 들어가 저녁식사를 하고 터미널 근처 숙소에서 하루를 묵기로 했다.


나반나켓에서 위앙짠으로 가는 버스는 밤에 출발하기 때문에 아침부터 저녁까지 나반나켓 구경에 나섰다. 오전에는 그나마 사람들이 다니는 것 같았던 이 자그마한 도시에 오후가 되니 길거리에 사람 소리조차 나지 않게 고요해졌다.


오전에는 그나마 다니는 사람들이 가끔보인다.


오후가 되면서 도시는 그야말로 적막...


아무리 인기척이 없는 도시라지만 문을 연 식당은 있겠지 싶어 찾은 레스토랑은 아이러니하게도 이탈리안 레스토랑이었다. 세계 맥주 품평회에서 수상한 경력이 있는 그 유명한 라오 맥주를 드디어 마셨다. 라오스의 라오 맥주가 유명하다는걸 여행하려고 정보를 찾아보지 않았다면 알 수가 없었을 것이다. 맛은 좋은 것 같기는 하지만 개인적으로는 밀맥주와 흑맥주를 좋아하는터라 아주 인상적이지는 않았다.


재미있게도 사반나켓이라는 여기에 오기 전에는 이름도 들어보지 못한 라오스의 조그만 도시의 이탈리안 레스토랑에서 먹은 클럽 샌드위치와 까르보나라가 우리나라의 웬만한 레스토랑의 그것보다 더 맛있었다. 특이한 환경탓인지, 저렴한 가격탓인지, 정말 요리가 훌륭한지 확실히 평가할 수는 없지만 기억에 남을만큼 맛있게 먹었다.


동남아에서 흔히 볼 수 있는 도마뱀. 너무 흔하게 보다보니 귀엽기까지하다. 숙소 방안에서도 자주 볼 수 있는데 불을 끄고 조용히 있으면 '따따따..'하고 도마뱀이 내는 소리도 들을 수 있다.




인기척이 없는 도시의 폐허에 분위기가 더 이상하다.




불교의 나라, 수없이 많은 불교사원이 있는 라오스에 카톨릭 성당이 이색적이다. 역시 사람은 아무도 없다.




사반나켓에서 발견한 극장. 문은 닫혀 있고, 어떤 영화인지 알 수 없는 포스터들을 걸려있다. 예전 우리나라 지방 소도시에 있었던 극장 같아서 눈길이 갔다.




드디어 밤이 되어 버스에 올랐다. 둘러볼 것 없는 작은 도시지만 낮동안 사반나켓의 그 고요함을 오랫동안 잊지 못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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