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클랜드를 떠나 처음 찾은 곳은 버스로 3시간 가량 떨어진 와이토모라는 곳이다. 와이토모에 대해 이야기하기 전에 뉴질랜드의 독특한 버스 시스템부터 남겨두어야겠다. 사실 뉴질랜드에 다른 나라들처럼 시외 혹은 고속버스가 있는지는 잘 모르겠다. 다만, 대부분의 사람들은 여행사를 통해 뉴질랜드 전지역을 다니는 몇몇 회사의 버스들을 이용한다. 그것도 출발지와 목적지만 정해서 예매할 수도 있지만 여행하는 지역과 체류기간, 경로를 꼼꼼하게 따져서 다양한  판매 프로그램 중에 하나를 선택하는 것이 일반적이다. 예를 들면 체류기간이 15일내로 뉴질랜드 북섬의 주요 도시들을 다닐 수 있으며 이동거리는 몇 킬로미터로 제한되는 프로그램, 30일내로 남북섬을 모두 다닐 수 있으며 이동거리는 몇 킬로미터인 프로그램 등등이다. 이런 프로그램을 이용하는 이유는 가격이 훨씬, 비교하는게 무의미할 정도로 가격이 싸기 때문인데, 이런 프로그램을 이용하려면 사전에 뉴질랜드에서 여행할 장소와 경로를 결정해야하기에 맘내키는대로 다니는 여행자들에겐 좀 골치아픈 일이다. 게다가 이런 프로그램을 판매하는 버스회사가 여러 곳인데다 가격과 프로그램 세부내역이 조금씩 달라서 더 그랬다. 내가 선택한 회사는  ManaBus.com Ltd 라는 회사의 nakedbus였다. 서비스 수준은 다른 곳보다 낮을지 모르지만 가격이 비교적 저렴했다.


nakedbus는 뉴질랜드 버스회사 중에 작은 편이라 그런지, 아니면 다른 버스회사도 다 그런지 모르겠지만 도시가 좀 떨어져있으면 한번에 가는 경우가 없었다. 이 날도 오클랜드에서 해밀턴으로 가서 거기서 기다렸다가 와이토모로 가는 버스로 갈아탔다. 총 세 시간이 넘게 지난 후에야 와이토모 여행자센터 앞에 내렸다.


와이토모 지역은 서울시 면적의 5배가 넘는데도 인구는 만명 정도에 불과한 그야말로 한적한 곳이다. 그런 곳이다보니 여행자센터 근처로 보이는 것은 레스토랑 몇 개와 여행사를 제외하고는 온통 수풀과 초원뿐이었다. 이런 와이토모가 세계적으로 유명하게 된 이유는 이 지역의 석회암 동굴에서만 사는 글로우웜(glowworm) 때문이다. 글로우웜은 개똥벌레의 일종이라는데 애벌레 기간동안에는 동굴 천장에 붙어서 끈끈하고 빛이 나는 거미줄 같은 것을 내려 먹이활동을 한다고 한다. 몇 마리인지 알 수 없는 수많은 글로우웜이 동굴천장에 붙어서 빛을 낸다.


여행자센터에 있었던 글로우웜과 와이토모 동굴에 대한 사진. 글로우웜이 내린 수많은 줄이 빛나고 있다.


글로우웜에 대한 설명은 위 사진으로...


와이토모 동굴은 배를 타고 지나가면서 글로우웜을 보는 것이라 들었는데 여행자센터 옆에서 예약한 여행사에서는 두터운 다이빙수트로 갈아입고 헬멧까지 쓰게 했다. 투어에 참여한 사람들과 약간 꼴사나운 복장에 검은색 튜브까지 들고 차를 타고 간 뒤에 풀밭을 한참 걸어서 동굴 입구에 도착했다. (정확한 기억은 아니지만 배를 타고 하는 투어와 튜브와 다이빙수트를 입고 캐녀닝을 하는 투어가 따로 있는건 아니었을까...)


수풀 사이로 동굴로 내려가는 계단이 보인다.

이런 복장이다. 민망한 복장이지만 안전만큼은 잘 챙기는 것 같다.


아쉽게도 글로우웜이 있는 동굴에서 사진 촬영은 허락되지 않았다. 글로우웜이 워낙 빛에 민감해서 어둠속에서만 빛나기 때문이기도 하고 이들의 생태를 방해하지 않으려는 목적인 것 같기도 하다. 까짓 사진이야 전문가들이 찍은 훨씬 멋진 사진들이 인터넷에 널렸으니 오랫동안 보호되고 많은 사람들이 볼 수 있다면 내 사진 몇 장 남기지 못하는게 대수일까. 뉴질랜드 관광청에 있는 사진 몇 장을 올린다. 분명히 이야기하지만 아래의 글로우웜 사진의 출처는 뉴질랜드 관광청이다.





하지만 아무리 잘 찍은 사진이라도 직접 가서 보는 것보다 나을 수는 없다. 가이드의 안내로 들어간 동굴에서 간단한 가이드의 설명을 들었다. 그리고 가이드가 라이트를 껐다. 그때까지 아무것도 없던 동굴이 새카맣게 되면서 천장에 글로우웜이 만들어 놓은 수많은 별들이 나타났다. 더구나 동굴 전체를 고르게 덮고 있는게 아니라 동굴 아래로 난 물길을 따라 구불구불한 모양이어서 마치 밤하늘의 은하수를 보는 듯했다.


갑작스럽게 펼쳐진 황홀경에 '오', '아', '와' 하는 탄성외에 모두들 할 말을 잃었다. 튜브에 드러누워 동굴을 흐르는 물 위에 떠서 동굴 천장만 처다보는데도 지루함을 느낄 틈이 없었다. 그동안 많은 곳을 다니며 감탄이 나오는 멋진 풍광을 봐왔지만 와이토모 동굴의 은하수는 이와는 다른 인상적인 광경이었다.


튜브와 다이빙수트를 이용한 글로우웜 투어를 마치고 오늘의 목적지인 로토루아 버스를 기다렸지만 이 버스는 오후 늦게야 도착한다고 했다. 할 수 없이 점심을 먹고 여행자센터 주위를 배회하며 시간을 보내야했다. 다른 여행자들도 여행자센터 앞에 배낭을 배고 눕거나 기대고 하릴없이 버스를 기다렸다.


피자의 토핑이... 조개와 홍합, 마요네즈. 해산물 피자라기에는 좀... 그래도 배가 고프니 가릴게 없다.


여름이 한창일 때지만 뉴질랜드의 여름은 우리나라의 봄날씨 정도밖에 안된다. 비가 자주 오고 흐린 날도 많았다.


여행자센터 주변 건물들. 이제 전부다.


뉴질랜드에는 텔레토비들이 뛰쳐나올 것 같은 풀로 덮인 둥그런 언덕들이 참 많았다.


동굴투어를 했던 여행사. 

가이드를 은퇴한 백발의 할아버지는 여행사를 지키고 아들과 손자가 가이드를 하고 있다. 무척 유쾌하고 유머스러웠던, 뉴질랜드에서 가장 인상적인 분.


뉴질랜드 여행은 렌트카나 캠핑을 좋아한다면 caravan을 이용하는게 좋을 것 같다.




여행자센터 앞에서 버스를 기다리는 배낭여행자들


뉴질랜드에서 많은 도움을 받은 곳은 iSITE라는 도시 곳곳에 있는 여행자센터다. 보통 여행자센터라면 맵과 간단한 여행정보만을 받을 수 있는 것과는 달리 각종 티켓 예매나 자세하고 다양한 여행정보들이 잘 구비되어 있고 근무하는 사람들도 친절했다.


오후 늦게 탄 버스가 로토루아에 도착했을 때는 이미 날이 완전히 어두워져 있었다. 대부분 가게들이 문을 닫은 상황에서 겨우 저녁거리를 샀다. 그리고 마침 그 가게에 먹거리를 사러 온 여행자의 도움으로 어두운 밤거리를 걸어 예약한 호스텔로 들어갈 수 있었다. 한 일이라고는 와이토모 동굴투어밖에 없는데 꽤나 피곤한 하루로 기억에 남아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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