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지인들의 문화가 가장 잘 드러나는 곳을 고르라면 단연 시장일 것이다. 시장에서는 현지인들의 삶의 짧은 단면과 함께 시장에서 파는 물건들로부터 그 곳의 문화, 기후, 생활 방식을 옅볼 수 있다.
호찌민의 초벤탄(벤탄 시장)에서는 베트남의 풍부한 해산물과 과일들이 먼저 눈에 들어온다. 게다가 무척이나 싸다. 동남아에서는 저렴한 물가와 더위로 부엌이 딸린 게스트하우스가 거의 없었는데 만약 부엌이 있었다면 매일 해산물 파티를 벌이지 않았을까. 같은 종이라도 우리나라에서 볼 수 있는 것들과 조금씩 다른 모양과 크기에 보는 것만으로도 무척이나 재미있다.
초벤탄에는 화려하고 아기자기한 소품이나 실용품들도 많이 눈에 띄었다. 위 사진은 화려하게 칠해진 목기였던 것으로 기억한다.
그 유명한 과일의 제왕 두리안을 깎는 아주머니들의 손놀림이 기막혔다. 그 두껍고 단단한 두리안 껍질을 빠르고 높은 베트남어로 대화하면서 능숙하게 깎는다. 동남아는 망고, 망고스틴, 파인애플, 두리안 등등 열대과일이 무척이나 싸고 풍부하다. 그 열대과일의 단맛에 빠지면 쉽게 헤어나올 수 없다.
우리나라도 7,80년대에는 대부분 이랬었다. 전봇대에 수없이 얽힌 전깃줄이 이들의 경제발전에 대한 갈망과 사회주의와 자본주의 사이의 혼란을 보여주는 듯하다. 너무 빨리 가기 보다 착실하게 내실을 다지며 가는게 중요하다는 걸 지나기 전에는 알 수가 없다.
베트남은 우리가 인식하는 동남아 사람들(조금은 낙천적인 면)에 비해 무척이나 빠릿하고 셈이 빠르다. 호찌민에서는 관광객에게 물건 값을 속이거나 일부러 거스름돈을 잘못 돌려주는 일도 다반사다. 그럼에도 이들이 밉지 않은 것은, 정신없이 바쁘게 살아가는 우리 모습이 이들에게서 보이기 때문은 아닐까...
여행 당시 호찌민의 젋은이들에게 '핫'한 레스토랑이라는 프렌차이즈 레스토랑에 갔다. 깨끗한 식당내부와 식기류에 좋은 모양의 음식들이 나왔지만 적어도 내 입맛에는 맛까지 좋다고 할 수는 없었다. 우리나라에서도 가장 뜨는 음식점이 맛까지 좋은 경우가 별로 없듯 베트남도 마찬가지 아닌가 싶다.
이 날 먹은 가장 맛있는 음식은 위 사진의 맞은 편 길거리에서 팔 던 베트남식 샌드위치인 반 미(Bahn mi)였다. 반 미는 과거 프랑스 지배의 영향인지 모르겠으나 베트남인들이 아침식사로 즐기는 샌드위치인데 가격이 싸지만 내용물이 무척 다양하고 크기도 무척이나 크다. 아침에 조그만 수레에 많은 아주머니들이 거리에서 반 미를 파는데 아침시간이 지나면 모두 사라지기 때문에 시간을 맞춰야 한다.
하지만 이 날은 저녁이 다 된 시간에 반 미를 팔고 있었는데 특이하게도 숯불에 넙적한 고기완자를 구워서 빵과 채소 사이에 넣어서 팔고 있었다. 지나다 고기 냄새를 못이기고 가격이 싸니까 밑져야 본전이라는 생각으로 사먹었는데 이건... 베트남에서 먹었던 최고의 반 미였다. 그 후로 비슷한 방식으로 만드는 반 미를 먹고 싶었지만 보질 못했다.
사진이 남아있지 않은게 너무 아쉽다. 처음엔 다음날 또 와도 된다고 생각했고, 다음날에는 다른 곳에도 비슷한게 많을 거라고 생각했다. 살다보면 지나고 나면 돌아올 수 없는게 참 많다.
호찌민에서 가장 유명한 초 벤탄(벤탄 시장)의 정문이다.
길거리 낮은 의자와 식탁에서 먹는 조금은 지저분한 그릇의 쌀국수가 때로는 번지르르한 식당의 음식보다 맛있을 때도 있다. 가격 또한 몇 백원 수준이니 이렇게 좋을 수가 없다.
물가 싼 베트남이 아니면 이런 호사를 언제 누려 보겠나 싶어 찾아간 레스토랑. 여행 중에 먹었던 가장 고급 요리였던 것 같은데 스위스에서 먹었던 빅맥 세트밖에 안되는 가격이다. 이 날의 음식 중에 가장 좋았던 것은 주위 다른 사람들이 모두 한 잔씩 올려 놓고 있는 음료를 보고 '저거 주세요'하고 시켰던 베트남의 디저트 음료였다. 사진 찍을 생각을 못하고 마셔버린게 아쉬운데 고소하고 달콤한 맛이 그만이었다.
베트남은 저렴한 물가와 다양한 먹거리로 하루하루 나를 감동시켰다. 이후 나짱(나트랑)에서도 호이안과 후에에서도 매번 여행자를 감동시키는 그런 음식과 먹거리들이 즐비했던 베트남. 다시 베트남을 간다면 그 여행은 아마도 식도락 여행일게 분명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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