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트남은 커피 생산국으로도 유명하다. 비록 품질로는 크게 인정받고 있지는 못하는 듯하지만, 여행을 마치고 2012년 베트남이 브라질을 제치고 세계 1위의 커피 생산국이 되었다는 뉴스를 본 적이 있다. 동네마다 조그만 가게에서 커피를 팔고 있으며 예의 그 낮은 의자에 삼삼오오 앉아서 커피를 마신다.
호찌민에는 베트남에서 유명한 커피 프렌차이즈도 있으며 원두를 로스팅해서 파는 전문점들도 많았다. 인도차이나 반도에서는 보통 커피에 연유를 타거나 설탕을 무지 넣어서 아주 달게 마신다. 처음에는 너무 달아서 적응이 안됐지만 자주 마시다보니 중독되었는지 인도차이나를 떠나고 난 후에는 이 달디단 커피가 자주 생각났다.
커피 전문점 앞 조그만 자리에서 시원하고 달달한 커피를 시켜놓고 쉬고 있는데 갑자기 하늘이 어두워지더니 비가 퍼부었다. 가게 앞 자리까지 물이 튀는 상황에서 말도 잘 통하지 않는 주인은 친절하게도 가게 안으로 들어오게 했다.
열대지방의 스콜이라는게 다 그렇지만 퍼붓는 비를 바라보는게 조금 지루해질 때쯤 잠시 한눈을 팔고나면 어느 새 그쳐있다.
[호찌민 시의 노트르담 성당]
[호찌민 중앙우체국]
[호찌민 중앙우체국 내부 모습]
호찌민의 노트르담 성당과 중앙우체국 건물이다. 프랑스 식민시대에 지어진 건물이라 서양식이지만 큰 감흥은 없다. 제대로된 감흥은 음식에서...
[우리나라 쌀국수 식당에도 메뉴가 있지만 쫄깃한 면발과 얇지만 바삭바삭한 롤 그리고 롤 안을 채우고 있는 해산물까지... 같은 음식이지만 맛과 식감이 전혀 다르다.]
[태국의 똠양과 같은 듯 같지 않은... 해산물과 조개, 버섯, 그리고 토마토까지 들어가 있는데 시큼하면서 또 해산물의 시원한 맛도 느껴진다. 특별하진 않지만 나쁘지도 않았던...]
[새우 스프링롤...겉은 바삭하면서도 롤에 말린 새우는 적당히 익어서 퍽퍽하지 않고 탱탱하다.]
클린턴이 미국 대통령으로 재임하던 시절 베트남 방문에서 찾았다는 베트남 국수집 'pho2000'을 찾았다. 관광객들에게도 유명한 식당이지만 내가 갔을 때는 현지인들이 대부분이었다. 여기서 먹은 쌀국수와 롤만큼은 내가 먹어 본 그 어디보다도 뛰어났다.
호찌민에서 3박 4일간 여정을 끝내고 그 날 밤에 나짱(나트랑)으로 가는 야간 버스를 탔다. 방콕의 까오산 거리가 배낭여행자 거리로 유명하듯, 호찌민에서는 데탐거리가 배낭여행자 거리로 알려져 있다. 거기에 있는 신투어리스트에서 예매할 수 있다. 베트남 일정을 미리 세워두고 한번에 예매도 가능하다.
여행 중 처음 야간 버스를 타는데다가 우리나라에서는 볼 수 없는 침대 버스라 약간의 흥분과 호기심을 가지고 버스에 올랐다. 버스 안에는 3열로 2층 침대들이 빽빽하게 설치되어 있는데 썩 깨끗하진 않지만 민감하지 않은 여행자라면 그다지 문제될 정도는 아니었다. 문제는 베트남 사람들 체형에 맞춰진 침대의 크기인데 사진에는 길게 보이지만 절대로 다리를 뻗을 수 없는 길이다. 좌우 폭도 무척 좁아서 남자들은 어깨나 팔이 침대 밖으로 나올 수 밖에 없다.
처음에는 별 문제 없었지만 12시간 동안 다리를 뻗지도 못하고 한쪽 어깨와 팔은 밖으로 삐져나온채 차를 타고 가는 것은 보통 힘든 일이 아니다. 12시간 정도라면 차라리 우리나라의 우등 고속버스가 훨씬 편하다. 이후로 여러 나라에서 여러 차례 장거리 버스를 탓었지만 터키의 벤츠 버스와 더불어 베트남의 침대 버스는 상당히 불편한 편이었다. 특히 키와 덩치가 조금이라도 한국 평균 이상인 남자라면 더욱 그럴 것이다.
저녁에 출발한 차는 한참을 달려 한 밤중이 다 된 시간에 도로가 휴게실에 세운다. 여기서 화장실을 다녀오고 대충 끼니를 해결해야 한다. 그리고 밤새 달려 나짱에 도착한다. 자느라 보진 못했지만 운전석 옆에 두 사람이 더 타고 있는데 이들끼리 교대해가며 밤새 운전하는 것 같았다.
구글맵에서 보니 호찌민에서 나짱까지는 445km에 승용차로 8시간이 조금 안걸리는 것으로 나온다. 하지만 베트남은 도로 사정도 안좋은데다 한밤중에 큰 버스로는 속력을 낼 수 없기 때문에 정확히 기억은 나지 않지만 거의 12시간을 달려 이튿날 아침이 되어서야 나짱에서 내릴 수 있다. 호찌민에서 하노이까지 2박 3일동안 그 침대 버스를 타고 가는 현지인들도 있다니 내키는 곳에서 내릴 수 있는 여행자가 얼마나 자유로운지 새삼 다시 느끼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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