캄보디아 프놈펜에서 베트남 호찌민으로 가는 날 아침, 숙소 앞에는 결혼식이 벌어졌다. 숙소가 현지인들이 사는 아파트 앞에 위치하고 있어서 짧게나마 캄보디아 사람들의 결혼식을 구경할 수 있었다. 이 사람들은 캄보디아에서 경제적으로 넉넉한 편이었던지 아침 일찍부터 많은 하객들이 방문했으며, 요리사들은 계속해서 많은 음식들을 만들고 나르고 있었다. 





아침에 픽업하기로 한 버스회사는 감감 무소식이었고, 조바심이 나서 결국 택시를 잡아 타고 버스회사로 향했다. 하지만 버스를 타는 곳은 표를 발매한 버스회사와 다른 곳에 있었고 버스는 출발하는 시간이 다 되어 있었다. 이럴 경우, 대부분의 사람들은 버스회사에서 사과하고 승객이 도착할 때까지 버스 출발을 잠시 멈추게 해야 한다고 생각하겠지만 여기는 우리하고는 다른 사람들이 사는 캄보디아였다.


다시 택시를 타고 부랴부랴 버스 타는 곳에 가서 떠나려는 버스를 잡아타고 올랐다. 표에 쓰인 자리를 찾고보니 캄보디아 커플인지, 베트남 커플인지 떡하니 앉아있다. 여기는 내 자리니 비켜달라고 하니 아무 자리나 가서 앉으란다. 물론 말은 통하지 않았고 한 달간 조금 능숙해진 바디랭귀지를 통한 대화였다. 버스 회사에서 통하지 않던 상식이 버스안에서 통할리 만무하다. 인상을 한번 써주고는 바로 포기하고 아무 자리나 가서 앉았다.


버스타고 가는 내내 화가 나고 속이 상했다. 내 상식이 통하지 않는 이 나라에 실망하고, 버스를 뒤집어 엎더라도 그 커플과 싸우지 않는 나에게도 화가 났다. 한참을 그 상태로 가다가 천천히 마음이 가라앉으면서는 다른 생각이 들었다.

우리나라도 얼마전까지만 해도 시외버스를 타면 대충 남는 자리에 앉는게 당연했다. 저 커플이 보기에는 고작 버스 좌석 가지고 이미 앉아있는 사람을 이리저리 옮기라는 내가 이해가 안될지도 모른다. 나만 가면 되는데 왜 세 사람이 불편하게 자리를 옮겨야 하나 싶을지도 모른다. 불친절했던 버스회사 직원은 버스 정류장을 미리 잘 알아놓고 올 것이지 왜 여기서 자기에게 따지는지 이해가 안되었을 수도 있다.


우리는 사람들이 보편적으로 알고 있는 지식을 상식이라고 부른다. 보편적이라는 것은 모든 사람이 아니라 내 주위 사람들을 말하는 것이다. 이 사람들의 상식은 이들의 주위 사람들이 옳다고 생각하는 것이지 내가 옳다고 생각하는 것이 아닌 것이다. 내가 알고 있는 상식과 이 사람들이 알고 있는 상식은 다를 수도 있다는 것을 버스 안에서 마음을 가라앉히고 겨우 깨닫는다. 그래도 앞에 앉은 커플에게 화가 완전히 풀리진 않았지만 적당히 마음이 누그러진다.


나는 이렇게 여행을 통해 학교에서 가르쳤지만 진정한 의미를 알지 못했던 또 하나를 배웠다.

[버스를 탄채 페리에 올라 메콩강(이었을까?)을 건넌다]


[미웠던 베트남(혹은 캄보디아) 커플]



우리는 지역적으로 가까이 있어서인지 캄보디아, 필리핀, 베트남 등등의 동남아 국가들의 이름에 친숙하다. 반면, 볼리비아, 온두라스, 베네수엘라 등의 남미 국가나 앙골라, 우간다 등의 아프리카 국가는 머나먼 나라로 생각한다. 우리는 동남아 국가에 가서 주로 리조트에서 쉬다오는 여행이나 여행사를 통한 투어를 하기 때문에 친숙하면서도 정작 그 나라에 대해서 정확히 알지 못한다. 나도 여행을 떠나기 전에 마찬가지로 생각했고, 동남아 여행이 좀 더 쉽지 않을까 싶어서 첫 여행지로 선택했다.


캄보디아나 라오스는 세계 최빈국 중에 하나다.(물론 경제적인 면으로) 처음에 봉고차 위에 짐들과 같이 타고 있는 사람들, 멈춰선 버스 밖에서 물건을 팔려는 상인들, 제대로 포장되지 않은 길 등등. 생각보다 더 빈곤한 삶을 살고 있었다. 나는 가까운 나라조차도 이렇게 모르고 있었다. 직접 보지 않으면 경험하지 않으면 모르는 것들이 참 많구나 싶었다.



버스는 점심때쯤 갑자기 도로 옆에 차를 세우고 사람들은 낡은 집 안으로 들어간다. 볼 일을 보고 점심식사를 하기 위해서다. 약간 지저분해 보이지만 여러가지 것들이 들어간 국수와 야채를 싼 롤이 생각보다 입맛에 맞다. 피쉬소스인지 쿰쿰한 냄새가 나는 소스도 이제 없으면 아쉽게 느껴지는게 점차 동남아 여행에 익숙해지는구나 싶었다. 동남아 여행을 마치고는 이 동남아 음식들이 1년 내내 그리워질 줄은 이때는 잘 몰랐다.


[베트남쪽 국경 검문소]


태국에서 캄보디아로 넘어올때 캄보디아 검문소는 무척이나 낡고 초라했다. 이쪽은 상대적으로 검문소들이 국경까지 오면서 봤던 어떤 건물들보다도 무척이나 크고 깨끗하다. 프놈펜과 호치민이 거리상으로 가깝기도 하고, 캄보디아가 현재의 체재로 공산화되는데 베트남 공산주의자들의 영향이 컸다더니 양국가간 왕래도 활발한 모양이다.



호치민에 도착하자마자 익숙한 풍경이 펼쳐진다. 때마침 퇴근 시간에 도착한 호치민은 수많은 오토바이들이 도로를 점령하고 있었다. 2005년 베이징에 갔을 때 자동차보다 많았던 오토바이들이 2010년에는 자동차들로 바뀌어 있던 것처럼 베트남을 상징하던 자전거(씨클로)가 오토바이로 바뀌었고, 또 몇 년 후에는 자동차들로 바뀔 것이다. 



호치민은 프놈펜과는 다른 활기차고 번잡한 분위기다. 도시의 규모도 훨씬 크고 자본주의도 먼저 도입해 도시 전체가 시끌벅적한 분위기다. 무엇이 낫다, 그르다 할 것은 아니고 다만 많이 달랐다.



베트남에 왔으니 베트남 쌀국수를 먹어봐야한지. 베트남 국수와 태국 국수는 육수도 좀 다르지만 면발이 무척 달랐다. 태국 국수가 좀 더 끈기가 있고 쫄깃한 면발이라면 베트남 국수는 뚝뚝 끊어지는 면발이다. 나는 개인적으로 태국 국수의 면발이 좋았지만 뜨끈한 국물을 들이키니 하루종일 버스에 시달린 피로가 좀 풀리는 듯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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