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구 700만 명이 넘는 호찌민은 베트남에서 가장 큰 도시이며, 우리가 흔히 알고있는 '사이공'이라는 이름의 도시가 호찌민이다. 공산화된 후, 베트남의 국부로 존경받는 호찌민의 이름을 따서 도시 이름을 바꿨다고 한다.


호찌민에서 두 번째 날은 통일궁이라는 이름의 인민위원회 청사에서부터 시작했다. 이 곳은 베트남 전쟁 당시에는 미국의 작전본부가 있던 곳이라고 한다. 호찌민이 사용하던 집무실이라던지 접견실 등이 남아 있어서 외국 관광객뿐만 아니라 베트남 사람들의 발길도 끊이지 않는다.


호찌민은 공산주의자였고, 내가 초등 교육을 받던 7,80년대에는 공산주의는 세상에서 사라져야하는 이데올로기로 교육하던 시대였기 때문에 호찌민은 수많은 민주주의자들을 탄압하고 베트남을 공산화한 악인으로 생각했었다. 하지만 이 사람은 공산주의자 이전에 민족주의자로써 프랑스로부터 독립을 이루어냈으며, 제네바 협정으로 둘로 갈라진 베트남의 진정한 독립을 위해 초강대국인 미국과의 전쟁을 불사한 베트남 독립의 영웅이다.


호찌민은 결국 독립을 보지 못하고 죽었지만 권력을 이용하여 어떤 부귀영화도 누리지 않았다고 하며, 검소하고 소박한 성품이었다고 한다. 통일궁에도 호찌민의 집무실과 그가 사용하던 집기들이 그의 소박한 단면을 보여준다.






한 국가 수장의 집무실이라기에 무척 소박하다. 헝겊이 터져나간 등받이 쿠션부분과 팔걸이가 눈에 띄었다. 이념과 사상을 넘어 베트남 사람들에게 존경 받는 이유를 알 수 있을 듯하다.



다음으로 찾아간 곳은 전쟁 박물관이다. 박물관 뜰에는 베트남 전쟁시 미군이 사용했던 비행기나 탱크 등이 전시되어 있고, 내부에는 베트남 전쟁 자료들이 전시되어 있다. 특히, 눈길을 끌었던 것은 종군기자들이 찍은 당시 사진들이었다. 전쟁 박물관은 지금까지 내가 베트남 전쟁을 미국의 시각으로, 미국을 도와 참전한 대한민국 국민의 시각으로 봐왔다면, 분열된 국가의 국민으로, 대다수 베트남 국민들의 시각으로 이 전쟁에 대해 볼 수 있는 기회를 준다.


제대로 찍은 사진들이 없어서 아쉽다.






하루종일 무더위와 싸우며, 무거운 주제의 전시물들을 보며 지친 몸과 마음을 충전하기에 맛있는 음식보다 나은건 없다. 더구나 싸고 맛있는 베트남 음식은 여기저기 너무도 많다. 베트남에서 꼭 먹어봐야 할 음식이며, 가격도 꽤 비싼 축에 속하는 민물게 요리를 먹으러 가기로 했다.(정확한 가게명도 음식이름도 기억나지 않지만)




지도를 보고 한참을 걸어서 찾아간 식당. 이 부근에는 같은 메뉴의 식당들이 여럿 몰려 있다.



게살 볶음밥. 게맛살만 많고 게살은 장난처럼 섞여 있는 여느 게살 볶음밥과는 차원이 다르다. 밥알이 폴폴 날리며 불맛이 살아있는게 제대로된 볶음밥이다.



유명한 민물게 튀김이다. 껍질채 튀겼음에도 탈피중인 시기라 껍질이 무척 부드럽다. 말그대로 살살 녹는다.



먹음직하게 보이지만 이날 먹은 요리 중에는 집게발 요리가 가장 평범했다.




동남아시아는 길거리 음식이 매우 다양하고 맛도 뛰어나서 비싼 레스토랑이나 제대로된 식당을 찾아다닐 필요가 없다. 그리고 대부분의 현지인들은 길거리 식당이나 작은 식당에서 끼니를 해결한다. 처음에는 꺼려지더라도 어느 새 매일 현지인들과 섞여있는 본인의 모습을 발견할 지도 모른다.


베트남은 위 사진처럼 낮은 테이블과 의자를 두고 길가나 조그만 공터에서 영업하는 곳들이 많다. 태국이나 캄보디아와는 또 다른 모습이다.




다른 날과 마찬가지로 어둑해져가는 거리에 귀가를 서두르는 수많은 오토바이 행렬이 거리를 뒤덮고 있었다.

베트남은 불과 수십년 전에 있었던 인류사에 남을 참혹했던 전쟁의 아픔을 이겨낸 강인함을 가진, 다양한 모습과 문화가 공존하 활기차고 재미난 곳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러고보면 우리나라와 비슷한 점이 꽤 많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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