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콕을 첫번째 여행지로 선택한 이유는 2006년 휴가를 보내면서 낯익은 도시여서 그때보다 배낭여행자로 느긋하게 이 도시의 매력을 느껴보고 싶은 생각이었다. 그런 결과로 너무 매력에 빠진 탓인지 난생 처음으로 2주간이나 무위도식하며 보내게 되었다.
첫 일주일 동안은 까오산의 저렴한 호텔에 머무르면서 혼자 방콕 시내를 돌아다니기도 하고, 태사랑에서 추천하는 현지인들의 맛집을 찾아다니며 보냈다. 호텔비라고 해봐야 하루에 3만원 정도라 처음에는 크게 비싸다고 생각하지 않았다. 그때는 1밧에 40원이라 지금 환율(1밧에 32원)보다 훨씬 비쌌는데도... 대엿세 지나서 1년동안 숙소비용으로 하루 3만원씩 쓰다보면 천만원이 넘는 돈이 들게될거란 생각이 들었다. 게다가 여기는 물가가 싼 곳이고 유럽이나 다른 곳에서는 훨씬 큰 돈이 들텐데 말이다. 다음날 바로 까오산에 있는 한국인 게스트하우스 '홍익인간'으로 옮겼다.
[처음 며칠동안 머무른 까오산의 저렴한 호텔]
지금은 모르겠지만 2년전 '홍익인간'의 도미토리 숙박료는 8천원이었다. 잠자리나 세면은 조금 불편해도 게스트하우스에서는 여행 정보도 얻을 수 있고, 여행자들끼리 친해질 수 있어서 좋다. 그 뒤로 열흘정도 거기서 묵고 있던 여러 동생들하고 친해져서 밤에는 태국의 여러 훌륭한 맥주들을, 낮에는 맛있는 까오산의 길거리 음식들로 배를 채우고, 시원한 곳에서 동남아의 달달한 커피를 마시며 뒹굴거렸다. 그렇게 무위도식하며 지내더라도 숙박료와 식비, 맥주값을 합해 저렴한 호텔의 하루 숙박료도 들지 않았다.
방콕 근교의 가볼만한 곳으로는 불교 유적으로 유명한 아유타야와 영화 '콰이강의 다리'로 유명해진 깐짜나부리가 있고, 그 외에 근교 해변으로는 후아힌과 파타야가 있다. 파타야는 베트남 전쟁때 미군의 휴양지로 개발되었다고 하는데 맑은 바다와 아름다운 해변보다는 밤문화가 워낙 발달한 곳이라 밤문화를 좋아하는 사람이 아니라면 추천하고 싶지 않다.
2주간 방콕에 머무르면서 가본 곳은 아유타야 밖에 없다. 아유타야는 14세기부터 18세기까지 400년간 시암왕국의 수도였으나 버마의 침공으로 파괴된 도시이며, 복구되었거나 복구중인 수많은 유적들이 산재해있다. 방콕에서 현지 여행사나 게스트하우스를 통해서 점심식사가 포함된 당일치기 투어를 신청할 수 있다.
[아유타야의 불교유적들]
같은 불교국가이면서도 버마는 아유타야 침공시 불상과 사원들을 철저하게 파괴했다. 불상들은 대부분 머리가 잘려있고, 잘린 머리를 나무가 휘감아 줄기에 박혀버린 것은 섬뜩하면서도 처절하게 보인다. 과도한 민족주의와 이기심은 현재에도 어디선가 목잘린 불상을 만들어내고 있다고 생각하니 투어내내 이들이 만든 불교 문화와 유적에 감탄하는 마음보다는 씁쓸함과 안타까운 마음이 더 컸다.
아유타야의 불교유적을 보고나서 오후에는 코끼리 쇼를 하는 곳과 태국 왕가의 여름별궁이라는 방파인까지 둘러보았다. 방파인을 보는 투어와 보지 않는 투어가 있는데 개인적으로는 방파인은 예쁘게 단장된 공원 이상의 느낌은 없으므로 오후의 무더운 더위를 이겨내며 볼 필요는 없다고 생각한다. 코끼리 쇼는 두말할 필요도 없다. 동물을 학대하는 볼거리는 제발 없어졌으면 좋겠다.
[방파인, 태국 왕가의 여름별궁... 그냥 예쁜 공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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