괴레메에서의 두번째 날은 전날 예약해둔 그린투어를 다녀왔다. 일정이 짧고 거리가 가까운 로즈밸리 투어와는 다르게 그린투어는 하루종일, 제법 먼 거리까지 다녀오기 때문에 대중교통을 이용해서 방문하기에는 어렵다.
투어의 시작은 괴레메 근처의 전방대에서 시작했다. 어떻게 이런 지형이 만들어질 수 있는지, 얼마나 오랜 세월을 거쳐야 하는지 절로 궁금해지는 풍경이었다. 나무나 풀마저 없다면 이 곳이 지구상에 위치한 곳이라는 생각마저 들지 않을 것 같다.
이 곳에서 사진을 찍으면서 내려다보니 계곡 곳곳이 작은 오솔길로 이어져있었고, 그 길을 걷고 있는 사람들이 보였다. 실제 계곡 아래로 내려가 보면 계곡 사이에 농작물을 키우기도 하고, 계곡 때문에 차로 빙 돌아서 가야할 길을 계곡 사이에 난 길을 통해 마을과 마을 사이를 왕래하기도 한다. 다만 이 계곡은 무척 복잡하기 때문에 이 곳 길과 지형을 잘 아는 사람이 아니라면 손에 잡힐듯 가까운 계곡 건너편이라도 쉽게 갈 수 없다.
다음 방문한 곳은 버스를 타고 꽤 가야 볼 수 있는 지하도시 데린쿠유였다. 데린쿠유는 이슬람인들의 종교박해를 피해 지하로 숨어든 기독교인들이 만든 지하도시인데 과장해서 말하는게 아니라 말그대로 지하도시였다.
수십미터 아래로 지하 7,8층으로 나뉘어져 있고 성당은 물론이고 학교와 침실, 부엌, 동물 축사, 환풍시설까지 있는 완벽한 도시였다. 게다가 미로처럼 복잡해서 가이드 없이 혼자 돌아다니다가는 길을 잃기 쉽상이라 가이드가 몇 번이나 주의하라는 이야기를 했었다. 이 일대에는 이런 도시가 여러 개였다니 종교에 대한 신념이 참으로 대단하다 싶으면서 무섭기까지 하다.
열성적이었던 그린투어 가이드
지하도시는 어두워서 똑딱이 카메라로는 제대로 사진이 찍히지 않아 올릴 사진이 별로 없다.
이렇게 복잡한 미로같은 지하도시에서 이들은 어떻게 길을 찾아다녔는지 신기하다.
다음으로 간 곳은 이흘라라(?) 라는 계곡이다. 카파도키아 지역은 대부분이 평탄한 평지인데 차를 타고 가다보면 갑자기 평평한 땅이 갈라진 계곡이 나온다.
차를 타고 가는 도중 갑자기 나타난 계
곡
그리 높지 않은 것 같았는데 위에서 보니 제법 아찔하다.
여기서는 계곡을 흐르는 냇물을 따라 한시간쯤 걷는데 조용하고 한적했으면 더 좋았겠지만 워낙 관광객들이 많아서 호젓하게 걷기에는 그다지 좋지 않았다. 계곡 중간에 투어에 포함된 점심식사를 하는 식당이 있다.
절벽을 파서 만든 동굴 성당으로 들어가는 입구
여기까지는 이슬람인들이 찾지 못했던 것인지 성인들의 얼굴이 남아있다.
트래킹을 하다가 간단한 요기를 하고 차이를 마실 수 있는 곳이 있다.
빵을 굽는 터키 여인을 보다가 과연 저 넓적한 빵을 어떻게 뒤집을지 궁금했는데 짧은 나무 막대기 하나면 충분했다.
도중에 점심식사를 하는데 메뉴로는 스프와 빵은 기본에 주요리로 송어나 시시 케밥을 선택한다. 처음 먹어보는 터키 송어라 시켰는데 작아서 그런지 그다지 먹을게 없었다. 터키에서는 케밥이든 뭐든 주요리에 사진처럼 밥을 깔아주는데 이게 보리쌀처럼 동글동글하고 찰기가 없이 푸석푸석하다. 이런 밥을 먹으면 따끈하게 금방 지은 우리네 쌀밥이 그리워진다.
계곡을 트래킹한 후에는 스타워즈의 촬영지로 유명한 셀리메 수도원으로 간다. 예전에는 수도원이었겠지 지금은 큰 돌산을 파서 만든 옛 흔적만 남아있다. 이 수도원의 풍경이 외계 행성처럼 독특해서 스타워즈를 촬영했겠지만 괴레메에서는 이런 경치가 흔하다보니 그다지 인상적이진 않았다.
성당으로 사용되었던 곳인데 왜 이곳만 까만지 잘 모르겠다. 혹시나 불에 탓을지도 모르겠지만...
벽면을 자세히 보면 성인들의 모습이 희미하게 남아있다.
마지막으로 들른 곳은 우치사르 성이 보이는 피존밸리였다. (터키석을 가공해서 파는 공장 겸 보석 매장에도 가지만 별 의미없으니 생략) 어제 로즈밸리가 붉은 바위가 많았다면 이 곳은 노란색, 흰색, 분홍색의 바위들이 어우러져 색채만으로 본다면 어제의 로즈밸리보다 훨씬 다채롭다. 비둘기가 많이 살았는지, 비둘기를 키우는 계곡이어서였는지 모르겠지만 여튼 이름이 피존밸리다.
멀리 로즈밸리까지 보인다.
왼쪽 바위산이 우치사르인데 입장료가 만만치 않다. 그 아래로는 최고급 호텔들이라는데 이제보니 구조나 모양이 그리스의 산토리니와 비슷하다.
아침에 시작한 투어는 해가 저물어갈즈음 끝났다. 기울어져가는 햇살을 받으며 기기묘묘한 바위와 다채로운 색채가 어우러진 피존밸리를 보고 있으려니 지구상에 이 곳과 비슷한 풍경이 또 있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그린투어는 차로 돌아다니기 때문에 하룻동안 멀리 떨어진 여러 곳을 볼 수 있다는 점이 장점이다. 하지만 스치듯 보고 지나치는 것보다 많은 곳을 보지는 못하더라도 직접 걸어가서 보는 걸 좋아하는 성격이라 다음날 숙소에서 우치사르까지 걸어서 가보기로 했다. 이 결정은 괴레메에서 했던 가장 최선의 선택이었으며 가장 무모하고 힘들었던 선택이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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