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음날은 아르헨티나쪽 이구아수 폭포를 보기 위해 아르헨티나쪽 도시 푸에르토 이구아수로 국경을 넘었다. 푸에르토 이구아수 버스터미널에서 저녁에 부에노스 아이레스로 출발하는 버스를 예약하고 짐을 맡긴 후, 부리나케 이구아수 폭포를 보기 위해 나섰다. 여기까지 그리 오래 걸리지 않으리라 생각했지만 여행은 항상 예상을 벗어난다. 하긴 그게 여행의 묘미이기도 하다.


이른 아침부터 브라질에서 아르헨티나로 국경을 넘는 버스를 기다렸지만 좀처럼 오지 않았다. 정류장 앞에 있는 가게에 물었지만 도무지 무슨 이야기를 하는지 알아들을 수 없었다. 지나가는 남자는 버스 회사가 파업중이니 기다려봐야 오지않을거란다. 그런데 또다른 사람은 좀 더 기다리면 올거라고 한다. 이게 말로만 듣던 남미 사람의 친절한 오지랖인가. 여튼, 한참을 기다려 버스를 탓지만 적지않게 시간을 허비했다.


다음으로 국경을 넘는데 생각보다 시간이 오래 걸렸다. 버스에서 내려 국경검문소에서 브라질 출국과 아르헨티나 입국을 마친 후, 버스를 기다렸다가 탓어야 했는데 버스가 보이지 않자 급한 마음에 무작정 아르헨티나쪽으로 배낭을 매고 걸어버렸다. 곧 나올 줄 알았던 버스는 아무리 걸어도 보이지 않았다. 한참을 걷고 있는데 왠일인지 앞에서 버스가 나타났다. 버스는 나중에 사람들을 태우고 출발했다가 동양인 여행자가 보이지 않는다는 것을 알고 날 태우기 위해 갔던 길을 돌아왔던 것이다. 버스에 올라타자 여행자고 현지인이고 환호성을 지르며 박수를 쳤다. 적지않게 부끄럽고 당황스러웠지만 이들은 나때문에 늦어진 시간은 아랑곳없이 웃고 소리질렀다. 약간 놀림이 섞인 환호였지만 비난하거나 투덜대는 사람은 없었다. 점점 남미 사람들이 재밌어졌다.


버스에서 이들의 낙천적이고 친절함을 알 수 있는 또다른 일이 생겼다. 짐을 잔뜩 산 아주머니가 버스를 타려고 하자, 버스운전사가 내려서 부지런히 짐을 옮기고 승객들은 버스안에서 짐을 받아주었다. 이들에게 이정도 도움은 아직 당연한 일일뿐이다. 요즘 우리는 짐이 많은 승객 때문에 시간이 늦어지거나 버스가 혼잡해지면 인상을 찌푸릴텐데, 옛날 우리네 모습도 저렇지 않았을까. 이 사람들 상당히 매력적이다.


하여튼, 여러가지 일로 시간이 늦어져 아르헨티나쪽 이구아수 폭포 공원입구에 도착했을 때는 점심이 지난 시간이었다.




공원입구에서 버스를 타야하지만 산책로를 걸으며 폭포를 구경할 수 있었던 브라질쪽과 달리 아르헨티나쪽은 작은 기차를 타야했다. 공원이 크고 폭포를 볼 수 있는 주요 지점이 떨어져있기 때문이다. 시간이 생각보다 많이 지체되어 우선, 공원 가장 안쪽에 있으면서 아르헨티나쪽 이구아수 폭포에서 가장 유명한 '악마의 목구멍'부터 가기로 했다.


기차밖으로 수많은 노란 종이들이 흩날리고 있었서 유심히 봤더니 모두가 노랑 나비였다. 


악마의 목구멍으로 들어가는 산책로 입구


'악마의 목구멍'은 이구아수 폭포에서 가장 큰 폭포를 일컫는 곳인데, 세상의 물을 다 빨아들이는 듯해서 악마의 목구멍이라 이름붙여진 것 같다. 폭포 바로 위까지 물 위에 놓인 구조물을 따라 걸어야 한다. 


유네스코 자연유산으로 등재되어 있으며, 수많은 관광객들이 찾는 이 곳이 잘 보존되고 있다는건지 사람을 겁내지 않는 여러가지 동물들을 수시로 볼 수 있다.


커다란 나방? 나비?


내 팔보다 길어보이는 메기. 

분수같은 인공구조물이 아닌 강물에 동전을 던지는 일은 삼가했으면 좋겠다.


거북이들의 일광욕


멀리서 강아지만한 동물이 아장아장 걸어오고 있다.


이구아수의 상징적인 동물, 코아티


공원안에서는 일상소음처럼 물소리를 듣게 되지만 어느 한순간 갑자기 오디오 볼륨을 세게 올린 듯 거대한 물소리가 공기중에 가득찼다. 먼 곳에서 흰 물보라가 올라오는 거대한 구멍이 눈에 들어왔다.


천천히 흐르던 강물이 갑자기 거대한 구멍속으로 빨려들어가는 듯하다.

과연, 이곳에 살았던 원주민들이 악마의 목구멍이라 부를만한 광경이다.




폭포 아랫쪽은 하얀 물보라외에 아무것도 보이지 않는다.


이 악마의 목구멍을 보고 있으면 묘한 기분에 사로잡힌다. 그래서인지 이곳에서 자살로 생을 마감하는 경우가 종종 있었다고 한다. 



폭폭 아래에서 올라오는 물보라는 바람에 따라 수시로 방향이 바뀌기 때문에 흠뻑 젖을 각오를 해야한다.



놀랍고, 웅장하고 거대한 자연의 경이에 몸이 떨릴지경이었다. 짧은 글실력으로 이런 느낌을 제대로 표현하기는 정말 어려운 일이다.


악마의 목구멍에서 나와서 다른쪽 폭포를 보기 위해 열차를 기다리는 중, 다시 노랑 나비떼를 만났다. 이건 떨어진 나뭇잎과 섞여서 나뭇잎인지 나비인지 구분조차 하기 어려울 정도였다.



휴게소에서 만난 코아티 무리. 안타깝게도 관광객들이 나눠주는 먹이에 길들여진 듯하다.


걸으며 전체적인 폭포의 전망을 둘러볼 수 있었던 브라질쪽과 달리 아르헨티나쪽은 폭포 가까이에서 볼 수 있는 포인트가 많다. 제트 보트를 타고 악마의 목구멍 가까이 다가가는 여행상품도 있다.



아르헨티나쪽 이구아수 폭포에서 악마의 목구멍 다음으로 인기있는 포인트가 위 사진에 있는 폭포 바로 밑 전망대다. 전망대가 있는 곳은 작은 섬이라 배를 타고 가야한다. 원래 이어져있었는데 떨어지는 물줄기에 의해 섬이 되었을 것 같다. 하지만, 내가 도착했을 때는 오후 3시가 넘어서 배를 운행하지  않았다. 불과 몇 분 차이로 멀리서 지켜볼 수 밖에 없었다.





공원 여기저기에 코아티들이 자유롭게 돌아다닌다.


원래 이구아수 폭포는 파라과이쪽이 대부분 차지하고 있었다고 하는데 브라질과 아르헨티나와의 전쟁으로 대부분을 빼앗겨 지금은 파라과이쪽에서는 아예 접근할 수가 없다고 한다. 남미를 여행하며 이들의 역사를 조금씩 배우다보니 침략자인 스페인으로부터 독립하고서도 나라들끼리 여러차례 전쟁과 영토분쟁을 거듭해오고 있었다. 미국연방처럼 거대한 남미연방을 꿈꿨던 라틴 아메리카의 해방자, 시몬 볼리바르의 꿈은 가진자들의 이익과 이기심으로 결국 꿈으로만 남았다.



푸에르토 이구아수에서 버스를 기다리며 레스토랑에서 먹은 거대한 샌드위치. 여행을 하며 먹은 훌륭한 샌드위치들은 대부분 남미에서 먹은 것들이었다. 큰 빵안에 갖가지 것들이 충실하게 들어차 있다.



푸에르토 이구아수에서 아르헨티나의 수도 부에노스 아이레스까지도 대충 24시간 정도 버스를 타야했다. 남미에서는 거리가 좀 된다 싶으면 기본 24시간이었다. 


아르헨티나의 버스는 브라질의 버스보다 깨끗하고 쾌적했다. 좌석도 우리나라 우등보다 크고 식사도 버스 운행중에 제공되었다. 심지어 위스키까지. 물론 이 버스보다 훨씬 높은 등급의 좌석이 180도로 펼쳐지는 비행기 1등석같은 버스도 있고, 좌석마다 개별 LCD 모니터가 달린 버스도 있지만 가격도 비행기처럼 치솟기 때문에 만만치가 않았다.


드디어, 탱고의 고장 부에노스 아이레스로 간다.

+ Recent post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