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수멜에서 있었던 일들을 사진으로만 쭉 따라가다보니 정작 코수멜에 갔던 이유, 코수멜의 바닷속이 어땠는지에 대해서는 아무런 글도 남기지 못한 것이 이제야 생각났다. 예전 다이빙을 배웠던 이집트 후루가다와 어디가 더 낫다고 이야기할 수는 없지만, 한마디로 코수멜의 바닷속은 아름다웠다. 후루가다에서 더 다양한 산호초와 열대어들을 볼 수 있었다면 코수멜에서는 바라쿠다 무리나 바다거북이처럼 커다란 해양생물을 좀 더 많이 볼 수 있었다.


세계 각국의 다이버들을 코수멜로 끌어들이는 또 다른 이유는 이곳을 지나는 고래상어를 볼 수 있다는 것이다. 나에게도 코수멜에서 꼭 해보고 싶은 일이었는데, 아쉽게도 멕시코에 도착할 때쯤 고래상어가 이곳을 지나는 시즌이 끝나버렸다.


......


코수멜에서 플라야 델 카르멘으로 돌아온 다음날, 카리브해의 유명한 해상공원 셀하(Xelha)로 갔다. (셀하와 비슷한 공원으로 스칼렛-Xcaret이 있는데, 거긴 안가봐서 어디가 더 나은지, 무엇이 다른지는 모르겠다.) 셀하는 플라야 델 카르멘에서 툴룸쪽으로 내려오다 아쿠말에 도착하기 직전에 있었다. 고속버스 정류장에서 버스를 탔는데 셀하에 가는 사람들에게는 버스비를 받지 않았다.


사실 셀하나 스칼렛은 왠지 물놀이 공원 같아서 그다지 관심을 두지 않았다. 에버랜드에 있는 캐리비안 베이와 같은 흔한 물놀이 공원 같은 이미지로 느껴졌던 것이다. 그러나, 이 지역을 여행하다보니 자연스럽게 셀하나 스칼렛의 팜플렛을 보게 되었고, 이곳들이 단순한 물놀이 시설은 아니라는 것을 알게 되었다.



아쉽게도 이 날은 날씨가 그다지 좋지 않았다. 아침까지 비가 내렸고, 습도도 꽤 올라가 후텁지근했다. 날씨가 좋아지길 바라면서 셀하에 입장하려는데 입구에서 화합물이 든 썬블록, 화장품 등등을 모두 사용하지 못하게 맡기라고 했다. 그리고, 자연재료로 만든 썬블록만 따로 팔고 있었다. 누군가는 장삿속이라고 할 수도 있지만 나는 조금이라도 수질을 보고하고 해양생물에 영향을 주지 않으려는 노력이 좋게 보였다. (내가 썬블록을 잘 사용하지 않기 때문일수도 있다.)


표를 내고 입장한 곳에서 스노클링을 할 수 있는 바다까지는 꽤 거리가 떨어져 있었다. 내부에서 운행하는 '코끼리 열차' 같은 것을 타거나 자전거를 타고 가야했다. 자전거로는 그다지 먼 거리도 아니라 맘대로 멈추거나 내릴 수 있는 자전거를 선택했다. 자전거는 우거진 밀림 사이로 잘 닦아놓은 길을 따라 편하게 갈 수 있었다. 가끔 갈래길이 나오지만 표지판과 지도를 보고 쉽게 방향을 찾을 수 있다. 



입구에 있던 앵무새. 과일을 움켜쥔 발을 우아하게 들어 부리로 가져간다.


셀하에 오는 주목적이 스노클링이므로 스노클링 장비와 구명조끼를 빌려야한다. 자전거를 타기 전에 빌렸는지, 그 후에 빌렸는지 정확히 기억나진 않지만 자전거를 타기 전이었다면 오리발이나 고글들이 거추장스러웠을테니 아마도 그 후에 빌리는 곳이 있었던 것 같다.




스노클링 포인트로 가다보니 사람들이 물속에서 돌고래와 교감하는 프로그램을 진행하는 것이 보였다. 흔히 볼 수 있는 돌고래의 쇼나 공연이 아니라 사람들은 물에 가만히 떠 있고 돌고래들이 주위를 돌면서 사람들과 피부를 맡댄다던지 하는 것이었다. 야생동물은 자연에 있어야 한다는 주의라서 그다지 좋게 보이지 않았다. 이 돌고래들이 불법 포획되어 동물원에서 길러졌다가 구조되었거나, 자연에서 살기 힘든 상태일 수도 있으니 성급하게 판단할 문제는 아니라고 볼 수도 있다. 하지만, 결국은 셀하에 온 사람들에게 추가옵션으로 돈을 받고 이런 프로그램을 운영하는 것 자체가 옳게 보이지 않는다. 몇 시간 뒤에 이곳에서 봤던 매너티의 상황도 비슷했다.


맹그로브 숲 사이로 난 물길을 지나가는 느낌은 무척 독특하고 신기했다.





셀하에서 수중사진을 제대로 찍기는 무척 어려웠다. 카메라 성능이나 사진사의 실력도 문제지만 이곳은 민물과 바닷물이 섞이는 곳이라 물속이 아지랑이가 피듯이 어른거렸기 때문이다.



스노클링을 하다보니 점차 여러가지 물고기들이 나타나기 시작했다.


물가 절벽에서 본 이구아나. 물속에서 만났으면 무척 놀랐을거다.



첨벙하는 소리와 비명소리가 들려서 보니 다이빙대에서 사람들이 뛰어내리고 있었다. 뛰는 사람들은 대부분 여자들이다.






놀이기구라는 것은 다이빙대에서 뛰어내린다던지, 케이블로 물 위를 지나다 뛰어든다던지 이런 것들이 전부다. 이곳은 놀이기구가 주가되는 물놀이 공원이 아니라 물과 물고기가 주가되는 물놀이 공원이기 때문이다.




커다란 덩치가 무색하게 먹는 것은 바위에 붙은 해조류


셀하에서는 모든 것이 공짜였다. 스노클링 장비도, 매끼니마다 바뀌는 다양한 종류의 부페도, 음료와 칵테일도, 수건조차도 모두가 입장료에 포함되어 있었다. 그런데도 입장료가 캐리비언베이 성수기 입장료보다 조금 비싼 70불 정도였다. 이건 뭐... 말이 안나온다.



아침을 거른채 도착해 오자마자 아침식사를 했다. 그리고, 한참 스노클링을 하고 점심 때 가보니 메뉴가 바뀌어 식사가 제공되고 있었다. 삼시세끼를 모두 해결하고, 버스비조차 공짜였으니 하루종일 보내고 70불이면 이곳에 가지않을 이유가 없다.







입술이 파랗게 될 때까지 하루종일 스노클링을 하다보니 어느새 해가 기울고 있었다. 사람들은 저마다 초에 불을 붙인 등을 들고 물위에 띄울 준비를 하고 있었다. (이 등불은 따로 돈을 받는 것인지 이것도 무료인지는 모르겠다.)

 





셀하가 뛰어난 해상공원이었던 것은 공원을 찾는 관광객들이 이곳이 공원이라는 느낌을 최대한 갖지 않도록 만든 것이었다. 훌륭한 식당과 저렴한 가격으로도 만족스러웠지만 물속에 들어가면 자연그대로 살아가는 각종 해양생물의 생태계가 펼쳐져 있어서 내가 인공적으로 만들어진 공원에 있다는 느낌이 들지 않았다. 우리나라는 4계절이 너무나 뚜렸해서 이런 해상공원을 만들기는 불가능하다는 것을 알고 있음에도 부럽다는 생각이 많이 들었다.


......


셀하를 마지막으로 한달간의 멕시코 여행이 모두 끝났다. 내일은 칸쿤에서 비행기를 타고 멕시코시티로 돌아간다. 멕시코시티에서 하루를 묵은 뒤에 LA로 가서 비행기를 갈아타고 뉴질랜드로 향한다. 멕시코를 떠나는 아쉬움이 크긴 했지만 당시에는 뉴질랜드도 무척 기대되는 곳이었기에 문제가 되진 않았다. 하지만, 그 뒤로 뉴질랜드와 호주에 머물렀던 기간 내내 나는 멕시코의 기후와 사람들과 음식을 그리워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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