멕시코 플라야 델 카르멘에서 뉴질랜드의 오클랜드까지 가는 길은 3박 4일이나 걸리는 먼 길이었다.
먼저 플라야 델 카르멘에서 버스를 타고 칸쿤 공항으로 가서 멕시코시티로 가는 비행기를 탓다. 칸쿤은 멕시코 남쪽 끝이지만 멕시코시티는 중남부 지방에 있음에도 비행기로 2시간 반쯤 걸렸다.(차로는 18시간, 거리는 1600킬로미터가 넘는다.) 새삼 멕시코가 우리나라 면적의 20배나 되는 커다란 나라란걸 깨닫는다. 멕시코시티에 도착하니 이미 거리는 어둠에 잠겨있었다. 서둘러 버스를 타고 먼저 묵었던 숙소에 도착했다.
짐을 풀 필요도 없이 잠깐 눈을 붙이고 새벽 어스름에 다시 배낭을 둘러매고 멕시코 공항으로 가는 버스를 탔다. 맞춘듯이 정확하게 한달간 여행하며 매력에 푹 빠졌던 멕시코를 마치 도망치듯 서둘러 떠나는게 너무나 아쉬웠다. 차갑게 가라앉은 새벽 공기처럼 내 마음도 서늘해졌다. 이번 여행을 하면서 스무번이 넘게 입국과 출국을 반복했지만 떠날 때 마음이 이랬던 적은 없었던 것 같다. 멕시코라는 나라가 나에게 무척 매력적이기도 했지만 이제는 1년간의 여행이 마무리되어 간다는 아쉬움이 겹쳐서 더욱 그랬던 것 같다.
멕시코시티에서 4시간쯤 비행기를 타고 미국 LA공항에 도착했다. 미국은 무비자국이긴 하지만 입국이 아니라 환승을 하더라도 미리 정부에 신고를 하고 승인을 받아야했다.(이러면서 무비자국이라고? 쳇!) 그렇기에 굳이 뉴질랜드로 가지 않고 미국에서 여행을 해도 되지만 미국은 나에게 관심밖의 나라였다. LA공항에서 10시간 정도 기다렸다가 뉴질랜드의 오클랜드로 가는 비행기에 올랐다.
LA에서 오클랜드로 가는 거리만해도 이번 여행에서 한번에 이동한 가장 먼 거리였다. 거리도 멀지만 지구 자전 반대방향이라 시간도 더 걸려서 꼬박 13시간 동안 비행기를 타야했다. 이렇게 3박 4일간 이동한 끝에 드디어 뉴질랜드에 도착했다.
뉴질랜드 오클랜드 공항 입국장으로 들어가는 입구
남극을 제외한 세계 5개 대륙 중에서 이번 여행의 마지막 대륙 오세아니아에 도착했다. 오클랜드에서 잡은 숙소는 이제 갓 스무살이 넘은 듯한 파란눈의 여행자들로 바글거렸고, 이들에게 나는 나이든 동양인 아저씨일뿐이었다. 여행자들끼리의 동질감도, 존중도 여기서는 느끼기 힘들었다. 사람도, 풍경도, 기후조차도 확 바뀌었지만, 내 마음은 아직도 멕시코나 남미의 어딘가에 두고 온 것 같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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