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략적인 경로만 기록하고 상세한 경로는 지역의 여행기록에서 정리한다.

국가, 도시들은 여행한 순서대로 기록하였으며 단지 경유만 했거나 머물지 않았던 곳은 제외하였다.



 대륙

국가 

도시 

 동남아

태국

방콕 

캄보디아 

시엠립, 프놈펜 

베트남 

호치민, 나짱(나트랑), 호이안, 웨 

라오스 

위양짠(비엔티엔), 왕위안(방비엥), 루앙프라방

태국

치앙마이, 방콕 

 서남아

터키 

이스탐불, 괴레메, 파묵칼레, 보드룸 

유럽

그리스 

코스, 로도스, 산토리니, 아테네 

아프리카

이집트 

카이로, 후루가다, 룩소르, 아스완, 바하리야 사막, 카이로

유럽

그리스 

아테네 

이탈리아

로마, 소렌토, 포지타노, 아말피, 나폴리, 피렌체, 볼로냐, 베니스

체코 

프라하 

오스트리아 

빈 

독일 

뮌헨, 뉘른베르크, 퓌센 

스위스

루째른, 째르마트, 그린데발트(융프라우), 제네바 

스페인 

바르셀로나, 팜플로나-로그로뇨-부르고스-레온(까미노 데 산티아고), 마드리드, 똘레도, 그라나다, 론다, 세비야 

포르투갈 

리스본 

남미

브라질 

히우 지 자네이루, 포스 두 이구아수 

아르헨티나 

푸에르토 이구아수, 부에노스 아이레스 

우루과이

콜로니아 델 사크라멘토 

아르헨티나 

산 카를로스 데 바릴로체 

칠레 

푸에르토 몬트, 푼타 아레나스, 푸에르토 나탈레스

아르헨티나 

엘 칼라파떼(페리토 모레노 빙하), 엘 찰텐(세로 또레, 피츠로이)

칠레 

푸에르토 나탈레스, 토레스 델 파이네, 푸에르토 몬트, 푸에르토 바라스, 산티아고

아르헨티나

멘도사, 코르도바, 살타 

칠레 

산 페드로 데 아타까마 

볼리비아

에두아르도 아바로아 국립공원(우유니 소금사막), 우유니, 포토시, 수크레, 라파스, 코파카바나(이슬라 델 솔)

페루

뿌노, 꾸스코, 이까(와까치나 사막, 빠라까스(바예스타 섬)), 리마, 와라스, 리마

 중미

멕시코 

시우다드 데 메히꼬, 와하까, 산 크리스토발 데 라스 까사스, 빨렌께, 메리다, 치첸잇사, 뚤룸, 아쿠말, 플라야 델 까르멘, 코수멜(산 미구엘),  플라야 델 까르멘, 깐꾼

 오세아니아

뉴질랜드 

오클랜드, 와이토모, 로토루아, 타우포, 통가리로 국립공원, 오푸아, 왕가레이, 오클랜드 

오스트레일리아

시드니 


총 23개국, 99개 도시쯤 되나보다. 잘못 세었을지도...


'세계여행(2012년) > 여행정리' 카테고리의 다른 글

뒤늦게 여행을 정리하려는 이유  (0) 2014.09.10

한 해에 많은 여행자들이 세계여행을 떠난다. 그들은 지금도 어디에선가 인생의 눈부신 순간들을 만들어 가고 있다. 

그들은 그 순간순간들을 정리해서 떠나려 준비하는 사람들에게, 지금 떠나지는 못하지만 갈망하는 사람들에게 추억과 많은 정보들을 공유해주고 있다. 나도 선배 여행자들에게 많은 도움을 받았고, 덕분에 무사히 여행을 마치게 되었다.


나는 여행에 앞서 세세한 정보들을 기록하고 남기지 않기로 했다. 그 순간에 집중하고 느끼기에도 시간이 짧다고 생각했지만 실상, 내 성격이 너무 빈틈이 많고 세심하지 못하기 때문에 여행자들에게 도움이 되는 정보를 기록할 자신이 없었다.


하긴, 1년 혹은 6개월만 지나도 여행지의 정보, 특히 물가 정보(교통비, 숙박비 등)는 크게 도움이 되지 않는다. 동남아나 남미 같이 환율변동이 심하거나 국내 정세가 불안한 나라들은 몇 달새 물가가 크게 달라진다. 장기여행자는 매번 여행지의 최신 정보를 현지인이나 현지에서 만난 동료 여행자들로부터 얻어야한다. 허술한 여행책 한권은 여행자를 게으르게하고 결국 곤경에 처하게 할 수도 있다.


내가 여기에 정리하고 싶은 것은 여행을 앞둔 여행자들이 참고할만한 정보가 아니다. 여행을 마치고 2년이 되어가는 지금, 자신만만했던 내 기억이 차츰 희미해져감에따라 잊혀져가는 것들을 잊지 않기 위한 개인적인 기록이다. 혹시라도 글재주꾼의 재미난 여행기를 기대하셨거나 최신 정보를 얻기 위해 방문한 분들은 시간낭비가 되실 수도 있다.







<환상적인 우유니...>

'세계여행(2012년) > 여행정리' 카테고리의 다른 글

여행경로  (0) 2014.09.13

 며칠전 국제 정세를 전달하는 뉴스 프로그램에서 아르헨티나의 경제상황이 갈수록 좋지 않다는 소식을 전하는 장면을 보았다. 

  내가 방문했던 작년 가을쯤 정부에서 정한 공식 환율이 아르헨티나 페소와 달러가 4.5:1이었는데 암달러 상들은 6.2:1이어서 황당했었다. 대부분의 나라에서도 암달러 상들이 조금 환율을 좋게 처주기는 하지만 여기는 너무 차이가 컸다. 그래서 아르헨티나를 방문하는 여행자들은 가능한 달러를 많이 가지고 와서 암달러 상에게 페소로 바꾼다. 달러를 전혀 준비하지 못한 나는 꽤 큰 손해를 봤는데, 아르헨티나에서 달러를 환전하는 것은 다들 아는데 나만 모르고 있었는 사실이었다.

  여하튼, 뉴스에서는 현재 비율은 거의 7배에 가까워졌고, 과도한 물가 상승으로 하우스 푸어가 늘어나고 국민들의 불만이 증가하고 있다는 소식을 전하면서 작년 말 바릴로체에서 주민들이 대형 마트를 습격하는 자료화면을 보여주었다.

  내가 기억하는 바릴로체는 너무나도 깨끗하고 아름다운 산과 호수의 이미지였고 다시 가고 싶은, 더 오래 머무르지 않았던게 아쉬움으로 남았던 곳이었다. 게다가, 부에노스 아이레스의 소매치기와 조금 불안한 치안에서 벗어난 첫번째 도시였기에 사람들마저 좋게 기억되고 있었다. 뉴스를 본 바릴로체를 가보지 않은 사람들은 단지 치안이 불안하고 폭동이 일어난 곳이라는 이미지로 기억될 것이라는 사실이 안타까웠다. 가보지 않으면 언론매체에서 보여지는 이미지로 인식 되는 것이 당연하다. 내가 동남아에, 남미에 가기 전에 가졌던 생각은 모두 허구였다는 경험을 이미 했기 때문에 더욱 안타깝게 느껴졌다.

  그 아름다웠던 파타고니아에서 처음 방문했던 도시, 남미의 알프스라는 바릴로체를 다시 떠올려보고 싶어졌다.

  내가 바릴로체를 방문한 시기는 겨울이 막 지난 초봄이었다. 바람은 아직 쌀쌀했지만 가로수에 핀 꽃과 파란 하늘, 청량하게 느껴지는 공기가 춥고, 흐리고, 눅눅했던 부에노스 아이레스에서 온 여행자의 움츠러든 어깨를 펴게 해주었다.

  바릴로체는 등산과 트레킹뿐만 아니라 겨울에 스키, 여름에 수상스포츠를 즐길 수 있는 곳으로 아르헨티나 사람들이 많이 찾는 대표적인 휴양지이며 나우엘 후아피 국립공원으로 지정된 곳이다. 

  바릴로체에서는 개인적으로 자전거를 이용하거나 차를 이용해서 나우엘 후아피 호수를 돌거나, 배를 타고 나우엘 후아피 호수를 구경하거나, 리프트를 타고 전망대에 오르는 방법으로 여행을 한다.

  트레킹이나 등산도 유명하지만 우리나라 여행자에게는 엘찰튼이나 토레스 델 파이네가 더 유명한 것 같다. 나도 거기서 실컷 할테니 여기서는 미리 쉬자는 기분으로 여행을 했었다.

  나우엘 후아피 호수 투어를 위해 시내버스를 타고 한참 가야한다. 버스 번호는 잊었지만 바릴로체에서 가장 고급호텔이라는 Llao Llao(야오야오? 랴오랴오?) 호텔로 가는 버스를 탔다.

  도착한 선착장에서부터 '오~', '와~'하는 탄성이 나온다. 깨끗하고 맑은 호수와 푸른 하늘, 멀리 보이는 눈덮인 산이 어우러져 엽서같은 풍경을 만들어 내고 있었다.



[멀리 Llao Llao 호텔이 보인다. 꽤 고급스럽다.]


[투어를 하는 회사가 몇 군데 있는데 가까운 시간으로 아무 배나 타면 된다. 투어 경로나 비용은 비슷했다.]


[바다와 하늘이 모두 눈부시게 푸르다.]



  비스킷을 쥐고 팔을 올리고 있으면 갈매기가 와서 채어간다. 우리나라에서만 새우깡을 가지고 그러는줄 알았는데 다들 그러나보다. 배에서 스탭들이 사진기로 찍어서 배에서 하선할 때 인화하여 팔고 있었다.




  정말 날씨가 좋았는데, 이때는 정말 운이 좋았다는 것도 모르고 당연히 그런줄로 알고 있었다. 눈이 시린 푸름이란 말이 어떤 의미인지 알 것 같았다.





 처음 도착한 섬은 껍질이 주황색에 가까운 나무들이 자라는 곳이었다. 나무들 사이로 산책로를 만들어 놓아서 느긋하게 다니며 구경할 수 있다. 나무 이름이 무엇이었는지는 잊어버렸지만 매우 단단해서 물에 가라앉는다는 것, 보호수종이라는 것만 기억이 난다. 실제로 나무를 만져보니 거의 바위처럼 단단했다.







  두 번째 섬에서도 깨끗한 호숫가를 따라, 긴 겨울이 끝나고 막 연둣빛 잎사귀가 나오는 울창한 나무 사이로 느긋하게 산책을 할 수 있었다. 이런 깨끗한 자연속에 있다보니 몸뿐만 아니라 마음도 치유되는 느낌이 들었다. 정말로.


  다음날에는 나우엘 후아피 호수의 경치를 위에서 감상할 수 있는 전망대에 올랐다. 미리 인터넷에서 다녀온 사람들이 올린 사진을 보니 정말 멋진 풍경이었다. 그러나, 연속해서 이틀동안 날씨가 좋은 행운은 나에게 없었다.



[어제는 그렇게 푸르던 하늘과 호수가 오늘은 회색빛으로 무겁게 가라앉았다.]

[바람이 제법 불어서 아르헨티나 국기는 내내 저 상태로 펄럭였다.]

[햇빛이 약간 나는가 싶었지만 더 이상의 행운은 없었다.]

[걸어올라가도 되지만 등산로가 잘 되어 있지 않은듯...]

  전망대에서 본 경치는 멋있었고 가슴이 확 트이는 듯했지만, 어제처럼 아름다운 빛깔은 볼 수 없었다. 바람도 심하게 불었고, 기온도 뚝 떨어져서 밖에 서 있는 것도 힘들었기 때문에 전망대에 있는 카페에서 커피를 마시면서 아쉬워해야했다.

  나는 가보지 못했지만 바릴로체에는 검은 빙하 트레킹이라던지, 여러가지 투어나 볼거리가 많았다. 여름에는 눈덮인 산을 볼 수 없겠지만 대신 깨끗한 호수에서 물놀이나 수상스포츠를 즐길 수 있다고 한다. 좀 더 여유있게 머물면서 즐겼다면 좋았을텐데...

  바릴로체에는 스위스와 독일에서 온 이민자들이 많다고 하는데, 그 때문인지 초콜렛이 유명하다. 조그만 번화가 상점의 상당수가 초콜렛 가게였지만 관심이 없어서 먹어보진 않았다. 중미, 남미 여행중에는 초콜렛 가게들이 많은 도시들이 여럿 있었는데 멕시코 와하까나 볼리비아의 수크레가 현지인들이 즐기는 초콜렛이라면 바릴로체는 관광상품 같이 느껴지는 초콜렛이라서 꺼려지기도 했다. 특히, 여행책자에서 맛있고 유명하다고 했던 부에노스 아이레스의 아이스크림들이 전혀 맛이 없었기 때문에 바릴로체의 초콜렛도 기대되지 않았던 것도 한 몫했다.

마추픽추는 남미에서 가장 유명한 여행지이자 유적지이다. 많은 사람들이 가장 방문하고 싶은 곳으로 이곳을 꼽고 있으며, 실제로 여행중 만난 여러 사람들이 방문하려는 목적이나 계획을 가지고 있었다. 마추피추는 나에게도 그런 곳이었지만 다녀온 후에는 다른 사람에게 권하지 않는 그런 곳이 되어버렸다.

마추픽추는 현지어로 '오래된 봉우리' 혹은 '늙은 봉우리'를 말하며, 잉카의 수도였던 쿠스코에서 그리 멀지 않은 우르밤바 계곡의 2000m가 조금 넘는 산꼭대기에 지은 작은 도시이다. 사실 도시라기 보다는 마을에 가까운 크기이다.

흔히 생각하기에 해발 2000m라면 매우 높은 곳이라 생각되지만, 안데스 산맥에서 2000m는 높은 곳은 아니다. 안데스 지역을 여행하다보면 대부분의 도시가 3,4000m에 위치해 있고, 쿠스코조차도 해발 3600m이다. 다만, 마추픽추가 있는 계곡은 넓은 고원지대가 아니라 험한 산들로 이루어진 지형이라 산 아래에서는 산 위에 지은 마추픽추가 보이지 않는다.

마추픽추로 가는 방법은 여러가지가 있다. 가장 많은 사람들이 이용하는 일반적인 방법은 쿠스코에서 현지버스를 타고 오얀따이땀보로 가서 거기서 기차를 타고 아구아 깔리엔떼까지 간 다음에 버스를 타고 가파른 산을 올라 마추픽추에 도착하는 것이다. 쿠스코에서 아구아 깔리엔떼까지 바로 가는 기차를 탈 수도 있지만 기차 운임이 매우 비싸기 때문에 조금이라도 절약하기 위해서 복잡하더라도 이 방법을 많이 이용한다. 또 다른 방법으로는 마추픽추 근처의 마을까지 버스로 이동한 다음, 기차길을 따라 몇 시간을 걸어 올라가는 방법인데 매우 힘들다는 말을 많이 들은터라 고려조차 하지 않았다. 여행자금에 압박을 받는 여행자라도 체력에 매우 자신이 있거나 20대 젊은 나이가 아니라면 고려하지 않는 편이 좋다. 아마도 내가 찾지못한 다른 방법도 많이 있으리라 생각한다. 마지막으로 잉카인들이 걸어 다녔던 산길(잉카 트레일)을 따라 수 일을 걸어 가는 방법이 있는데 이 방법은 근처에 산적한 잉카 유적도 볼 수 있으나 전문 가이드가 인솔하는 투어로 미리 예약을 해야한다.(성수기에는 수개월 전에 예약해야 한다고 함)

[오얀따이땀보의 기차역 입구. 역에 있는 기차회사 매표소에서 표를 살 수 있지만 가능하다면 쿠스코에서 예매 필수]


[가장 저렴한 회사의 가장 낮은 등급의 좌석이지만 상태는 매우 훌륭하다. 그렇긴해도 너무 비싸다]


쉽게 가는 방법이 있음에도 이렇게 여러가지 방법이 존재하는 이유는 마추픽추를 보기 위해 드는 비용이 지나치게 비싸기 때문이다. 가장 저렴한 기차등급을 이용하더라도 쿠스코에서 아구아 깔리엔떼까지 바로 가면 왕복 200불 가량, 오얀따이땀보에서 가면 왕복 100불 가량이 든다.(기차 회사가 3군데 정도 있고, 금액에 조금 차이가 있다.) 거기에 아구아 깔리엔떼에서 마추픽추로 올라가는 버스비와 마추픽추 입장료를 포함하면 50불 가량이 더 들어간다. 이 비용이 그리 비싸지 않다고 생각한다면 부유한 여행자일 것이다.게다가 무엇보다 마추픽추를 보고나서 이 정도 비용을 들여 볼만한 가치가 있는가 하는 생각이 든다는 점이다.


페루는 브라질, 아르헨티나, 칠레 같은 나라들보다 물가가 싼 편이지만 잉카 유적지에 대해서는 어이없을 정도로 높은 입장료를 받고 있다. 오얀따이땀보에 있는 잉카 유적지조차도 3만원대의 입장료를 받는다. 하지만 잉카 문명은 그리 볼거리가 많지 않다. 잉카 제국은 오랜 세월 소수 부족으로 나누어 있다가 부족을 통합하여 나라라고 이름붙일만한 규모가 되고나서 몇십년 후에 스페인에게 멸망당했다고 한다. 그리고, 스페인이 침략한 1500년대에도 청동기 문명이었기 때문에 볼만한 유적은 잉카인들의 석조기술을 바탕으로 만든 집뿐이다.

[오얀따이땀보의 잉카유적. 터무니없이 비싼 입장료에 화가 나서 가이드 북에 있는 사진으로 만족함]


[오얀따이땀보의 기념품점. 관광객이 걸을 길도 정비가 안되어 있고, 주차장도 제대로 없지만 기념품점은 많다]

잉카인들의 석조기술 자체는 대단했음을 부정할 수 없다. 쿠스코에는 스페인인들이 잉카인들의 신전벽을 기반으로 성당을 만든 곳이 있는데 큰 지진이 발생했을 때, 스페인인들이 쌓은 부분은 모두 무너지고 잉카인들의 벽만 남았다고 한다. 하지만 이 석조기술을 이용한 건축물은 수도였던 쿠스코에 더 잘 남아있기 때문에 이를 보기위해 비싼 비용을 들여 마추픽추를 방문한다는 것은 말이 안된다.

[자연석을 그대로 이용하여 벽을 올린 오얀따이땀보의 골목길]

나는 마추픽추를 방문하는 이유가 '세계 7대 불가사의'라는 말이 만들어낸 환상 때문이라 생각한다. 사실 불가사의라고 할만한 점도 없다.

하여튼 오얀따이땀보에서 기차를 타고 2시간쯤 지나면 아구아 깔리엔떼에 도착한다. 여기서 다시 버스로 갈아타고 꼬불꼬불한 산길을 지나 마추픽추에 오른다. 내가 방문했을 때는 비수기였고, 비가 추적추적 내리는 날씨였으나 온 세계에서 온 여행자들로 북적였다.

[아구아 깔리엔떼에서 버스를 타고 마추픽추에 오르는 중]

버스에서 내려 마추픽추로 가다보면 1911년 잊혀졌던 마추픽추를 발견하여 세상에 알린 고고학자 히람 빙엄을 기념하는 기념비가 보인다. 아마도 발견 50주년을 기념하는것 같다.

[히람 빙엄의 마추픽추 발견 50주년을 기념하는 비석]


[비가 오락가락하는 날씨라 사진에서 보던 마추픽추는 보기 어려울 것 같았다]


아침부터 궃은 날씨라 많은 비용을 지불하고도 사진에서 보던 마추픽추를 보기는 어렵겠다는 생각은 했지만 구름으로 덮인 산봉우리와 뿌옇게 보이는 유적지를 보니 아쉬워서, 마추픽추 뒷쪽(와이나픽추 반대쪽)의 잉카인의 길부터 구경하기로 했다. 그 사이에 구름이 개이길 빌면서.

[뿌옇다. 그리고 생각보다 작은 규모에 실망...]

잉카인의 길은 예전에 잉카인들이 마추픽추로 들어오는 길이었다고 하는데, 마추픽추에서 30~40분쯤 걸어가면 볼 수 있다. 도중에 입장하는 사람들의 개인정보를 적고 나올 때 다시 사인하도록 하는 곳이 있다.

[잉카인의 길로 가는 도중]

이 아슬아슬하게 절벽에 벽돌을 쌓아 만들어 놓은 곳까지만 갈 수 있다. 외부에서 침략을 받을 때는 저 나무 다리를 치워서 적의 진입을 막았다고 한다.

사진은 높지 않게 찍혔지만 그 밑은 꽤 깊은 낭떠러지이다. 여기에 길을 만든 사람도 대단하고, 이 길을 아무렇지 않게 걸어다닌 사람들도 대단하다.


잉카인의 길에서 돌아오니 다행히 구름이 걷혔다. 뒤쪽 와이나픽추도 깨끗하게 보인다. 비록 사진만큼 깨끗하게 보이진 않지만 이 정도가 어디냐 싶었다.


[콘도르 신전. 앞부분이 콘도르 머리, 뒷쪽 거대한 자연석 두개가 펼쳐진 콘도르의 날개란다.]


[여기는 마추픽추에서 가장 유명하고 성스러운 곳이라는 태양의 신전이다. 안으로 입장 불가.]


[앞에 보이는 계단처럼 만든 돌덩이가 아마 여기서 가장 유명한 돌이 아닐까 싶다.]

마추픽추는 사람들이 살아가는 도시라기 보다는 종교적인 의미가 강했던 곳이었나보다. 곳곳에 신전이나 제단이라 이름이 붙여진 곳이 많았다. 

자연을 크게 손대지 않고, 자연석을 그대로 이용한 그들의 석조 기술은 분명히 대단하다. 그런데 내가 잉카 문명에 무지해서겠지만 뭔가 허전하고 부족하게 느껴진다. 엄청나게 광고하는 영화를 잔뜩 기대하고 갔다가 기대에 못미치는 바람에 나오면서 흠을 잡고 싶은 그런 마음하고 비슷하달까.


[와이나픽추로 가는 출입구. 안그래도 힘들다는데 다시 내리기 시작한 비로 갈 엄두도 내지 못했다.]


[마추픽추의 계단식 밭]

마추픽추는 잉카 문명에서 대단한 유적지임에는 분명하다. 하지만 유적이 가지는 의미나 가치보다 과장되어 있는 것도 분명한 것 같다. 어렸을 때, 흥미를 끌기 위해 만든 책에 마추픽추에 대한 글을 읽어보면 나오는 불가사의한 점들이 몇 가지 있다. 마추픽추를 건설한 돌들은 모두 어디서 가지고 왔는가, 여기서 살던 사람들은 모두 어디로 갔는가 하는 것들이다. 

마추픽추를 건설한 돌들은 원래 여기 있던 것들이란다. 커다란 자연석들은 손대지 않고 그대로 지붕이나 기둥으로 이용하고 있고, 유적지 안에 채석장이라고 되어 있는 곳도 있다. 그리고 여기서 살던 사람들은 모두 어디로 갔는가 하는 것이 불가사의 할만큼 많은 사람들이 살던 곳이 아니다. 수만명이 살던 거대 도시도 아니고 돌로 지어진 건물이 200호 남짓한 조그만 도시이다.

마추픽추는 역사적으로, 문화적으로 의미 있는 곳이다. 하지만, 과대 포장된 면으로 인해 나처럼 실망하는 여행자도 적지 않을 것이다. 마추픽추를 보기 위해 페루여행 혹은 남미여행을 계획하는 여행자라면 다시 한번 생각해보길 바란다. 이 곳을 목표로 여행하기에는 남미에는 볼 것들이 너무도 많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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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토리니(Santorini, 그리스)  (0) 2013.02.02

사실 괴레메에서 가장 기억에 남았던 하루는 로즈밸리 투어도 그린 투어도 아니라 마을 주변근처를 마음내키는대로 걸어다녔던 날이었다.

평소에도 투어를 그리 좋아하지 않는 성향의 문제도 있지만 스스로가 생각하고 결정해서 다니는 여행이 가장 기억에 남을 수 밖에 없다.

물과 간단한 간식거리를 챙기고 대략적인 경로를 호스텔 주인에게 물어본 후, 출발했다.

[호스텔 주인에게 마을 주변에서 경치가 가장 잘 보이는 곳을 물어서 도착한 마을 뒷산]

[진행중인 풍화작용으로 돌의 단단한 부분이 드러나기 시작한다]

[무른 부분은 모두 풍화되고 결국 이런 모양의 돌기둥만 남았다]

[괴레메 마을 전경. 어딜가도 가장 높은 건축물은 모스크의 첨탑이다]

한가롭게 마을 주변의 경치를 구경하고 나서, 풍화작용이 계속되고 있는 계곡과 그 주위로 척박한 땅을 일구어 놓은 밭들 사이를 걷기 시작했다.

가끔 주말을 맞아 피크닉 나온 현지인 가족들이 나무그늘에 자리를 펴고 쉬는 풍경이 보였다. 우리들 피크닉 풍경과 크게 다르지 않지만 가족들과 함께하는 그네들의 모습이 보기 좋았다.

멀리 보이는 목적지를 정하고 걷는 것까지는 좋았지만 한 가지 실수한 것은 이곳이 수많은 계곡으로 이루어진 괴레메라는 사실이다. 

지금 걷고 있는 길이 반드시 목적지로 이어져 있다는 보장이 없다. 길은 끊기기도 하고, 다른 방향으로 이어지기도 한다. 길이 갑자기 끊어지고 바로 앞에 계곡이 나타나는 황당함도 경험할 수 있다.

그렇지만 크게 문제될 것은 없다. 끊어진 길 대신에 다른 길이 있게 마련이고, 목적지에 반드시 도착해야 할 필요도 없다. 걸으면서 보고 듣고 느끼는 순간이 즐겁고 만족스러우면 되는 것이다.

살아가면서 지금 가고 있는 길이 가장 편하긴 하지만 즐겁고 만족스러운 길은 아닐 수도 있다. 어떤 사람들은 지루하게 목적지에 도달하는 것보다 즐겁게 걸을 수 있는 길을 고민하기도 한다. 때로는 이런 사람들이 무척이나 부럽다.

멀리 보였던 목적지가 점차 가까워졌다. 이제 얼마 안남은듯 보이던 그 순간에 길은 갑자기 다른 방향으로...

결국 물도, 간식도 떨어지는 바람에 계곡을 가로질러 건너기로 했다. 계곡 능선이 덜 가파른 곳을 골라 내려가는 것은 어렵지 않은 일이었지만 처음 걷기 시작했을 때 예상한 일은 아니었다. 하지만, 예상치 못한 일에서 예상치 못한 즐거움을 느끼게 되는 일도 생긴다.

계곡 아래로 난 길을 걷던 중에 길을 가로지르던 거북을 보게 되었다. 이 곳은 강수량이 적은 곳이긴 하지만 사막에서 사는 거북도 있으니 놀랄 일은 아니었지만 잠시 피로를 잊게 만드는 재미있는 경험이었다.

갑자기 나타난 이방인을 피해 무척 서두르는듯한 몸짓을 보니 슬그머니 미안해져서 자리를 피해주었다.


인기척이라고는 없는 계곡을 걸어 드디어 목적지에 도착했다. 여기서 출발했던 마을로 돌아가는 길도 수월하진 않았지만 전혀 말이 통하지 않는 친절한 마을 아주머니의 도움으로 버스 정류장을 찾을 수 있었고 반나절 이상 걸었던 길을 버스로 15분만에 돌아왔다.

나는 걷는 걸 좋아한다. 걸으면서 느리게 느낄 수 있는 경치와 바람과 소리를 좋아한다. 걸으면서 하게되는 생각들과 예상하지 못하게 만나는 어려움과 즐거움을 모두 좋아한다. 나에게는 좋은 경험이었지만 걷는걸 좋아하지 않는 여행자라면 괴레메에서 내키는대로 걷는 트래킹은 몸을 힘들게만 하는 고행일뿐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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