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린투어 둘러보기

그린투어는 로즈밸리 투어에 비해 조금 빡빡하다. 아침부터 오후까지 여러 곳을 다니기 때문에 이동거리도 멀다. 대부분의 여행자에게 가장 만족도가 높은 투어지만 개인적으로는 로즈밸리 투어가 더 좋았다.

그린투어는 괴레메 마을에서 각 여행사의 승합차에 나눠타고 이동한 후, 근처의 전망대부터 시작한다. 그 뒤에 한참을 달려 데린쿠유라는 지하도시를 구경하는데, 지하도시의 규모와 크기에 놀라게 될 것이다.

지하도시는 지하 수십미터에 걸쳐 수개의 층으로 건설되어 있고(정확히 기억이 안난다.) 길이는 수십킬로미터에 달한다. 지하도시로 내려갈때 가이드가 길을 잃지 않도록 반드시 정해진 곳으로 다니고, 가이드를 따라 다니라고 주의를 주었다.

지하도시는 환기구부터 가축을 키우는 곳, 주거지 등등 없는 것이 없는 그야말로 도시였다. 이 지방에는 이런 지하도시가 수군데 더 있다고 한다. 인간의 집념이 놀랍다.

데린쿠유 지하도시 다음 간 곳은 Ihlara valleyd이다.(정확히 어떻게 발음해야 하는지 모르겠다.)

[계곡으로 내려가기전 안내지도 앞에서 간략히 설명하고 있는 가이드]

계곡 아래로 내려가 한두시간쯤 계곡을 따라 산책을 하고, 여행사와 계약된 식당에서 점심을 먹는다.

계곡 자체가 매우 아름답다고 보긴 어렵고, 장엄한 크기를 자랑하는 것도 아니지만, 박해를 피해 피신한 기독교인들이 절벽을 파서 만든 교회나 주거지를 구경하고 계곡을 따라 천천히 산보하면서 시간을 보내기엔 부족함이 없다.

다음 들르는 곳은 영화 스타워즈에서 외계인들의 주거지로 촬영되었던 곳이다. 이곳도 마찬가지로 기독교인들이 박해를 피해 바위를 파서 숨어살던 곳인데, 꽤 커다란 바위산을 통째로 깎아서 몇 층을 이루고 있는 곳으로 다른 곳보다 규모가 컸다.

바위산을 깎아서 내부에 거의 마을 크기의 주거지를 만들었기 때문에 밑에서부터 바위산 내부를 통해 꼭대기까지 갈 수 있는데 지금은 풍화가 심해 밖으로 드러나 있다.

마지막 방문지는 Pigeon vallley다.

마지막으로 터키석을 가공해서 파는 공장에도 가는데 그쪽엔 영 관심이 없어서 대충 훑어보고 나왔기 때문에 사진도 없고, 기억에 남는 것도 없다.

그린투어를 하고 난 직후에는 꽤 만족도가 높았던것 같은데, 10개월이 지나서 기억을 되살려 정리를 하려니 그다지 남아 있는게 없다. 내가 투어 특히, 차를 타고 이리저리 끌려다니는 투어를 싫어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지상에서 열기구 투어 구경하기

괴레메에서 가장 인기있는 투어이고, 대부분의 여행객들이 여기서 반드시 해야하는 필수코스처럼 인식되어 있으나, 장기 배낭여행자에게는 무시할 수 없는 비용이기 때문에 꽤나 고민하게 만드는 나쁜 투어이다.

열기구 투어 비용은 여행사마다 꽤 차이가 많이났다. 100유로 안팎으로 150유로까지 하는 경우도 있었다. 비록 투어를 하진 않았지만 지상에서 열기구들을 유심히 관찰한 바로는 열기구 투어라고 해서 다 같은 수준이 아니라는 것이다.

이륙한 곳 주변만 살짝 돌아다니다가 금방 착륙하는 열기구가 있는가하면, 꽤 먼 곳까지 오랫동안 돌아다니는 열기구도 있고, 뾰족한 바위산에 스칠듯 가까이를 비행하는 열기구, 멀찍이 떠 다니는 열기구 등 다양하다. 아마도 열기구를 조종하는 조종사의 숙련도와 투어비용의 차이가 아닐까 싶다.

투어를 예약하기 전에 여러 여행사에서 이런 것들을 잘 체크해보고 조금 비싸더라도 좋은 투어를 선택해야 한다.

[일출을 배경으로 열기구들이 하나씩 떠오르기 시작한다]

[알록달록한 열기구가 떠 있는 풍경이 꽤나 이채롭다]

[이륙준비가 한창인 열기구]

대략 세어본 이날 이륙한 열기구의 수는 80여개. 성수기에는 하루에 100개가 훨씬 넘는 열기구가 뜬다고 한다. 비록 열기구 투어를 하지는 못했지만 많은 열기구가 떠 있는 모습을 지상에서 보는 광경도 꽤 멋있었다.

아직 여행 초반이었기 때문에 비용이 부족한 것은 아니었지만 다른 곳에서도 열기구 투어는 탈 수 있다고 위안하면서 참았었는데 결국 여행을 마칠때까지 열기구는 타보지 못했다.(사실 타고 싶은 욕구가 그다지 많지 않았다.)

괴레메는 터키 아나톨리아 고원의 카파도키아 지역에 있는 도시이다. 이스탄불에서 야간 버스를 타고 12시간 후, 괴레메에 도착한다. 정확하게는 괴레메에 내리면 안되고 조금 더 가서 조그만 마을에 내리면 된다. (터키의 장거리 버스는 벤츠사의 버스였는데, 깨끗하고 멋지게 생겼으나 좌석도 좁고 매우 불편하다.)

카파도키아 일대는 신비로운 풍경으로 유명하지만, 아픈 역사를 간직하고 있다. 로마시대에 박해를 피해 기독교인들이 숨어살기 위해 정착한 곳으로, 7세기 경에는 이슬람 세력의 지배하에 들어가면서 동굴이나 바위를 파거나 땅밑에 지하도시를 만들어 수백년 동안 숨어살아온 곳이다.

[언덕에서 바라본 괴레메 마을]

4월말 괴레메는 비수기였기 때문에 마을이 조용하고 한적했지만 성수기에는 꽤 붐빈다고 한다. 그리고 4월이었음에도 한낮에는 눈부신 햇볕으로 여름을 방불케 했다.

이 지역은 대중교통이 불편하기 때문에 단체투어를 싫어하는 여행자라 하더라도 투어를 하는게 좋다. 일단, 맘에 드는 투어를 한 후에, 시간이 된다면 개인적으로 트레킹 삼아 돌아다니는걸 추천한다.

대표적으로 그린투어, 레드투어, 로즈밸리 투어, 열기구 투어가 있다. 레드투어는 선호도가 그리 높지 않아서, 열기구 투어는 자금의 압박으로 포기했다.


로즈밸리 투어

로즈밸리 투어는 오후 느즈막하게 시작해서 마을 가까이에 있는 로즈밸리를 걸어서 돌아보고 해가 질때쯤 돌아오는 투어로 호불호가 갈리기는 하지만 개인적으로는 꽤 만족스러운 투어였다. 괴레메 마을의 여행사나 숙소에서 문의하면 된다.

[한국말도 곧잘하던 유머러스한 가이드 아저씨]

[마을에서 여행사 승합차를 타고 골짜기 근처에서 내린 뒤, 바위 사이로난 오솔길을 걸으면서 투어를 시작한다.]

로즈밸리 투어는 오후 해지기 전에 두어시간 동안 로즈밸리를 천천히 걸으며 카파도키아의 독특한 지형과 여기서 숨어 살던 기독교인들이 만들어 놓은 생활공간, 교회 등을 구경하고 마지막으로 석양을 본 뒤에 괴레메로 복귀하게 된다.

로즈밸리 투어뿐만 아니라 그린투어 중에도 그리고 괴레메 마을 어디에서도 구멍이 뚫려있거나 내부 공간이 밖으로 드러난 바위산을 쉽게 볼 수 있다. 

바위는 과거 화산재와 용암으로 만들어졌다고 하는데 손으로 조금만 압력을 가해도 쉽게 바스라졌다. 박해 받던 기독교인들이 이 바위산을 파서 내부에 생활공간을 만들었던 것인데 예전에는 밖에서 보이지 않도록 되어 있었으나 오랜 시간동안 거친 기후와 바람으로 풍화되어 지금과 같은 모습을 하게 되었다고 한다.

[이곳이 로즈밸리. 붉은 빛을 띈 암석이 많아서 이름붙여진것 같다.]

관광객이 많이 찾지 않는 곳이기 때문에 조용하고 한적했으며, 독특한 색깔의 암석이 지는 태양을 받아 더욱 아름답게 빛났다. 처음보는 광경이 매우 아름답고 신비롭기까지 했다.

종교에 의한 광기로 많은 사람이 생명을 빼앗기고 고통받지만, 종교로 인해 살아가는 힘을 얻고 고통과 고난을 감내하기도 하는게 아이러니하다.

바위를 파서 만든 교회 내부에는 예수와 성모를 포함한 성인들의 그림이 그려져 있다. 후에 이슬람 세력에 의해 성인들의 얼굴이 훼손당했다고한다. 

이런 그림들을 그리는데 중요한 원료가 비둘기똥이란다. 비둘기는 마음놓고 돌아다닐 수 없었던 기독교인들이 서로 연락을 하기 위한 수단으로 키우기도 했지만, 비둘기똥은 그림을 그리기 위한 물감으로도 난방을 위한 연료로도 사용되었다.

지금도 바위를 파서 만든 집 내부에는 위의 사진처럼 비둘기집이 그대로 남아 있다.

로즈밸리 투어중에 오렌지주스나 간단한 요깃거리를 파는 곳에서 잠시 쉬는데 이곳도 예전 바위집을 그대로 사용하고 있다.


이곳의 기후는 혹독했다. 그랬기에 이런 자연의 걸작을 볼 수 있는 것이지만... 갑자기 불어온 모래 바람으로 눈을 뜨기 힘들 정도라 모두 가게 안으로 대피해야했다.

[지는 태양빛을 받아 계곡이 붉게 물들었다.]

돌아오는 길에 초원에서 여우를 보기도 했고, 좋은 날씨에 석양도 무척 아름다웠다.

투어중에서 가격도 제일 저렴한 편이었으며 걸어서 보는 것을 좋아하기에 개인적으로는 로즈밸리 투어가 무척 만족스러웠다.

로도스는 한마디로 매력적인 곳이다.

기원전부터 그리스 문명이 싹튼, 세계 7대 불가사의 중 하나인 로도스의 거상이 있던 곳이며, 십자군 전쟁의 최전방으로 중세 도시 유적이 잘 보존된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이며, 내가 본 지중해에서 가장 아름답고 깨끗한 바다까지...

이런 매력을 갖고 있지만 너무 상업적이지도 않고, 부산스럽거나 번잡하지도 않다. 게다가 유럽치고는 물가까지 저렴하니 석달동안 있었던 유럽의 여러 도시들중에 최고였다고 할 수 있다.


로도스의 거상(위키백과)

기원전 407년경 로도스섬은 도시국가연합(Rhodo-Egyptian)의 수도로 건설되어 상업적으로 번성하고, 그들의 주요한 동맹국(Ialysos, Kamiros, Lindos)과 함께 지중해 유수의 무역중심지였다.

기원전 305년 마케도니아의 데메트리오스 1세는 동맹을 깰 방법으로 도시를 관통할 수 없게 로도스를 포위하였다. 그러나 도시국가연합은 마케도니아를 무찔렀고, 그들의 단일성을 축하하기 위하여 장비를 팔아 모은 돈으로 높이 36m의 태양의 신 헬리오스의 청동상(철로 보강하고 돌로 무게를 더함)을 세웠다. 이 거상은 후일 로도스의 거상으로 불리게 되었다.

상상에 의해 만든 한 돋을새김 작품이 표현하듯이 한 손으로 두 눈을 가리고 있었을지도 모른다. 이 작품이 항구 입구에 양다리를 벌리고 서 있기는 기술적으로 불가능하다. 그렇게 되어 있었다는 많은 사람들의 잘못된 믿음은 중세시대부터 시작되었다.

거상의 건설은 린두스 시(市)의 카레스가 12년에 걸려 기원전 282년에 끝마쳤다. 이 거상은 기원전 225년경 지진에 의해 파괴되었고, 거의 한 천년간동안, 상이 파괴된 채로 놓여 있었다.

그리고 결국 서기 654년 아랍인이 로도스를 침범하여 부서진 대거상의 나머지를 분해하였으며, 그것들을 시리아의 한 부유한 유대인에게 판매함으로써 거상은 완전히 소멸되었다.

[로도스의 거상 상상도, 위키백과]

거상이 두 다리를 딛고 있었을거라 예상하는 자리에 지금은 암수 사슴 동상이 서 있고, 그 사이를 요트나 범선이 지나다니고 있다. 그리고 현지인들은 여기서 데이트를 즐기거나 한가로이 낚시를 한다.


뭐니뭐니해도 로도스를 가장 유명하게 만든 역사적인 사건은 오스만 투르크에 의해 콘스탄티노플(현재 이스탄불)이 함락되면서 동로마제국이 멸망한 뒤, 이슬람 세력에 맞서기 위해 성 요한 기사단이 여기에 주둔한 것이 아닐까.

로도스에는 그리스 시대의 유적부터 중세시대 성 요한 기사단이 주둔하던 시절 성채의 모습이 너무도 잘 보존되어 있는데, 성은 왕족이 살기위해 아름답게 지어진 성이 아니라 전투를 위한 성답게 두터운 성벽과 넓은 해자, 포탄으로 썼음직한 크고 둥근 돌들이 아직도 남아 있다.

그리고, 성 안에는 대부분 유럽의 성처럼 관광객을 위한 기념품점이나 박물관만 있는 것이 아니라 아직도 그때 지어진 건물안에서 사람들이 살아가고 있다.

[마차가 드나들었을 성문으로 지금은 자동차가 다니고 있다.]

골목골목을 다니다보면 중세 시대를 배경으로한 영화 세트장에 있는듯한 느낌마저 갖게된다. 낡고 바스러지는 벽돌조차 대단한 유물처럼 생각되며, 무엇보다 아직도 대부분의 집에서 사람들이 살고 있다는게 놀랍다.

[각국에서 온 기사들이 주둔했던 기사의 거리]

성 요한 기사단은 예루살렘을 순례하는 순례자들의 치료를 목적으로 조직된 병원 기사단에서 시작하여 1차 십자군 전쟁 당시에 군사적인 조직으로 변하였으며, 예루살렘에서 쫓겨난 후로는 로도스에 근거지를 두었으며 로도스 공방전에서 오스만 투르크에 패한 후에는 몰타로 건너갔다. 그래서, 성 요한 기사단을 로도스 기사단, 몰타 기사단이라고도 한다. 로도스에는 이 기사들이 주둔했던 거리가 있고, 기사단의 본거지였던 성이 박물관으로 운영되고 있다.

[성요한 기사단의 본거지인 성과 그 내부]

[성 곳곳에 포탄으로 사용되었음직한 커다랗고 둥근 돌, 현재는 차도와 인도를 분리하는 경계석으로 쓰이는듯]

[내성과 외성을 구분하는 넓은 해자는 현지인들의 피크닉 장소가 되었다.]

[기념품조차 고대 그리스와 중세 기사단과 관련된 물건이 대부분이다]


로도스의 마지막 매력은 너무나 깨끗하고 푸른 바다이다. 
이번 여행을 하면서 지중해 여러 곳을 다녔지만 로도스 바다만큼 깨끗하고 푸른 곳은 볼 수 없었다.
로도스 이후에 갔던 그리스 산토리니, 이탈리아의 소렌토, 아말피, 카프리, 베니스 영화제가 열리는 리도섬의 해변, 바르셀로나 등등이 모두 이름난 해변이었으나 나에겐 로도스보다 나은 곳은 없다.

로도스 항에는 수만톤 급의 거대한 유람선부터 유럽 각지에서 모여드는 크고 작은 요트가 정박해 있다. 그렇지만 항구의 물빛조차 투명해서 바닥이 비칠정도였고, 배 그늘 밑에 수없이 많은 치어들이 다니고 있었다.

[항구 바로 옆에서 스노클링을 하다 휴식을 취하고 있는 아저씨]

[배가 정박한 곳의 물빛이란게 믿어지지 않을만큼 깨끗하다.]

5월의 로도스 해변은 한가롭다. 물이 조금 차긴 했지만 충분히 해수욕이 가능한 정도였고, 무엇보다 물은 깨끗하고 태양은 뜨거웠다.

내가 로도스를 방문했을 때는 성수기 직전인 5월초여서 그런지 숙박비가 유럽이라 할 수 없을만큼 쌌다. 부엌이 딸린 콘도식 숙소가 직전에 방문했던 터키 어떤 곳의 호스텔보다도 저렴했다.
대형 마트에서 먹을 것을 사서 아침, 저녁을 해먹고, 낮에는 해변에서 해수욕을 하거나 중세의 골목을 어슬렁 거렸다. 5일 동안 너무나 즐거웠던 나에게 유럽 최고의 여행지가 로도스다.

로도스는 그리스에 속하지만 터키와 매우 가깝다. 터키 보드룸에서 그리스 코스를 거쳐 대형 카페리인 블루스타 페리를 타고 로도스에 도착할 수 있다.

카페리를 이용하여 로도스에서 아테네의 다른 섬(크레타, 산토리니 등)으로 갈 수 있으나 비수기라면 미리 표를 예매하는 것이 좋다. 내가 방문했던 5월도 비수기에 속했기 때문에 처음에는 2,3일만 머무를 예정이었으나 표가 없어서 5일을 머무를 수 밖에 없었지만 나중에는 떠나기가 무척 아쉬웠다.(성수기는 6월부터)

여행은 복불복이라 어쩔 수 없이 머무를 수 밖에 없었던 곳이 여행중에 잊기 힘든 좋은 인상을 주기도 하고, 무척 가보고 싶었던 곳이었지만 서둘러 떠나게 만들기도 한다. 좋은 여행지와 그렇지 않은 여행지는 여행자의 성격과 취향에 따라 달라지는 것이지 절대적인 기준이란 있을 수 없다고 생각한다.

볼리비아 코파카바나에서 아침에 버스를 타면 국경을 지나 점심때쯤 페루 푸노에 도착한다. 동남아에서도 12시간 가량 걸리는 야간 버스를 자주 탓지만 남미에서는 툭하면 24시간 버스였기 때문에 반나절 정도 거리는 매우 짧게 느껴진다.

[페루쪽에서 바라본 볼리비아-페루 국경, 아침부터 많은 사람들이 국경을 넘는다]

[페루쪽 국경 모습, Peru 디자인이 예뻐서 찍었는데 티셔츠, 배지 등등 많은 곳에서 사용되고 있었다]


푸노 버스터미널에서 택시를 타고 도착한 광장에는 축제가 있는지 많은 사람들이 모여있었고, 길바닥에 여러 색깔의 모래와 꽃잎 등을 사용해서 그림을 그리고 있었다. 여행중에 생각지 못했던 볼거리가 생기면 왠지 공돈이라도 생긴듯한 기분이 들고, 마음은 설렌다.

 

[골목 곳곳에 그려진 모래그림, 아주 정성스럽게 그리고 있다]

모래 그림을 좀 더 구경하고 싶었으나 배가 무척 고팠고, 첼시 대 맨유라는 EPL 빅게임이 있었기 때문에 나중에 보기로하고 바쁘게 축구경기를 중계하는 레스토랑을 찾았다. 그렇지만 두시간 후, 축구 경기가 끝나고 나온 골목에는 이미 모든 모래 그림이 치워져 있었다. 정성스레 그린 그림을 완성하자마자 치워버리는건 왜 그러는건지 알수없다. 그러나, 축제는 이제부터 시작이라는게 다행이었다.

대부분의 카톨릭 국가에서는 성인의 날이나 축제일에 성당의 성모상이나 성인상을 가마에 태우고 퍼레이드를 하는데 이 퍼레이드가 끝난 후에 본격적인 축제가 시작된다.(생각해보니 카톨릭 국가뿐만 아니라 불교국가도 마찬가지. 태국 송크란 축제때는 치앙마이의 모든 절에 있는 불상을 가마에 태우고 퍼레이드를 했었다.)

퍼레이드가 끝난 후, 전통복장을 입은 남녀들이 빙글빙글 도는 춤을 추고 뒤에서는 악단이 따라 가면서 연주를 하는 행렬이 계속되었다.

[자신의 차례를 기다리는 전통복장을 한 페루여인들]

[손에는 나무로 만든 악기를 돌리면서 자신도 빙글빙글 도는 춤을 춘다]

[춤에는 전혀 감각없는 나도 흥겹고 정다운 느낌이 들게한다]

[마을 사람들이 모두 참여한 소박한 동네 마을 악단 같다]

[어딜가도 축제를 가장 즐기는 사람은 아이들이 아닐까?]


축제 초반에는 마을 사람들로 구성된듯한, 화려하고 멋있진 않아도 소박한 옷차림과 악단으로 구성된 팀들이 춤을 추면서 행진을 한다. 뒤에는 대규모 인원에 화려한 장식으로 꾸민 무용수들과 브라스 밴드로 구성된 팀들이 나오는데 나에게는 누구나 축제를 즐기는 듯한 소박한 팀들이 훨씬 좋게 보였다.

[리오 카니발처럼 크고 화려하진 않지만 참여한 사람도 구경하는 사람도 즐기는듯해서 보기 좋았다] 

푸노가 그리 크지 않은 도시다보니 관광객도 많지 않아서 구경하는 사람들은 현지인들이 대부분이고, 구경하는 현지인보다는 축제에 참여한 현지인들이 더 많았다. 그야말로 관광객들을 끌기위한 상업적인 축제가 아닌, 그네들이 즐기는 축제인듯해서 더욱 부럽고, 좋았다.

어느 신문에선가 우리나라가 축제가 가장 많은 나라라는 기사를 봤다. 지자체에서 수많은 축제와 행사를 하지만 정작 거기서 살아가는 사람들이 즐기는 축제는 거의 없는게 아쉽다. 돈벌이의 수단으로 보기보다 열심히 살다가 특별한 날 마음놓고 즐길수 있는 개념이라면 그것이 진정한 축제가 아닐까.


[축제에 참여한 꼬마 무용수, 눈빛이 제법이다]

[자신의 차례를 기다리는 팀들의 줄이 끝도 안보이게 이어져있다]

[몇 시간동안 차례를 기다리면서도 연습을 계속한다]

[축제에 먹거리가 빠질 수는 없는 법. 어렸을적 운동회하고 비슷하다]



밤이 되어도 축제는 계속되고, 마지막으로 성당에서 나온 성인의 상을 다시 성당안으로 모시는 일로 축제가 끝난다. 그리고, 마지막은 당연히 불꽃놀이.

예상치못한 축제를 즐기고나서 푸노의 축제에 대해서 찾아보니 매년 2월 2번째주에 2주동안 칸델라리아 성모제가 열리는데 커다란 가면을 쓰고 악마의 댄스를 춘다고 한다. 내가 10월말에 봤던 이 축제는 칸델라리아 성모제의 축소판이었던 걸까?


푸노에서의 띠띠까까 호수

푸노에서 할 수 있는 띠띠까까 호수 투어중에서 가장 유명한 것은 우로스섬 투어이다. 우로스섬은 띠띠까까 호수의 갈대로 만들어진 섬으로 이 투어는 우로스 섬에서 예전 생활 모습대로 살아가는 사람들의 삶을 엿보는 투어이다. 하지만  나에게는 너무 상업적으로 물들어버린 씁쓸한 느낌이 강했다.

[우로스 섬로 가는 길, 물이... 녹색이다]

[갈대 수로를 따라 녹색 물보라를 일으키며]

[멀리 물위에 떠 있는 우로스 섬이 보인다]

[하나의 큰 섬으로 되어 있는게 아니라, 몇몇 집들끼리 모인 조그만 섬 여러개로 되어 있다]

[가이드 아저씨가 갈대로 어떻게 섬을 만들었는지 한참 설명해준다. 솔직히 지겹다.]

[수를 놓고 있는 아낙네. 전부 관광객에게 팔기 위한 것이다.]

[마을이라기 보다는 관광객에게 기념품을 팔기 위한 곳 같아서 아쉽다.]

[마지막으로 현지 아낙네가 노를 젓는 전통 갈대배를 10분 정도 탄다. 투어비에 비포함.]


푸노는 드넓은 띠띠까까 호수에서 안쪽으로 깊숙히 들어간 부분에 위치하고 있기 때문에 물이 좀 더럽다. 띠띠까까 호수가 다 그런건 아닌데 푸노만 방문한 여행자들은 착각할수도 있겠다.

우로스섬 자체는 예전 띠띠까까 호수 위에 살던 잉카인들의 삶을 볼 수 있어서 의미가 있지만, 지나치게 상업화된게 아쉽다. 물론 그네들도 먹고 살기 위한 거라고 하더라도 분명 적정선을 넘어온 느낌이다.

볼리비아의 코파카바나도 페루의 푸노도 나름의 매력을 지닌 곳이긴 하지만, 띠띠까까 호수를 보기 위한 여행자라면 개인적으로는 코파카바나쪽이 더 나은 것 같고, 특히나 태양의 섬 트레킹을 강하게 추천하고 싶다. 하지만, 코파카바나는 작은 마을이라 볼거리가 없기 때문에 그 밖에 다른 구경거리를 원한다면 푸노도 나쁘지 않다. 칸델라리아 성모제 에 방문하는 여행자라면 물론 푸노를 빠뜨릴 수 없다.


나는 두 도시 모두 무척 좋은 느낌을 갖게 되었다. 다시 가더라도 두 도시 모두 방문하고 싶다.


띠띠까까 호수는 남아메리카에서 가장 큰 호수이자 운송로로 이용가능한 호수 중에서 세계에서 가장 높은 해발

3812m에 위치한 호수이다.(위키백과 참조) 특히, 이 호수에는 잉카 문명이 시작된 곳이라고 생각되는 태양의 섬

(Isla del Sol)이 있다는 역사적인 의미가 있다. 잉카인들에게는 우리나라의 백두산 천지와 비슷한 의미가 있는 곳이

아닐까.

띠띠까까 호수의 넓이는 우리나라 충청남도보다 크고, 볼리비아와 페루 두 나라 국경에 있기 때문에 보통 여행자들은

볼리비아의 코파카바나와 페루의 푸노를 통해 띠띠까까 호수를 방문하게 되는데, 이 두 도시는 서로 멀지 않기 때문

대부분의 여행자들은 두 도시중에서 일정에 따라 한 곳만 방문하는게 보통이다.

빡빡한 일정을 싫어하는 나는 두 도시에서 각각 2,3일을 지냈었고, 서로 다른 매력을 가진 좋은 곳으로 기억하고 있다.


볼리비아 코파카바나에서 본 띠띠까까

볼리비아 라파즈에서 해발 3,4000m의 황량한 안데스 고원지대를 달리다 보면 갑자기 커다른 호수가 나타난다.

나루터에서 내려 버스나 차를 실어 나르는 배와 사람이 타고 건너는 배를 따로 타고 건넌 후, 다시 버스를 타고 간다.

[척박해 보이는 고원에서도 사람들은 살아간다.]

[버스나 차를 건너편으로 실어나르는 나룻배]

[사람들을 실어 나르는 나룻배 안에서]


물을 건너 다시 버스를 타고 한참을 가다보면 거대한 띠띠까까 호수와 상대적으로 자그마한 도시 코파카바나에 도착한다.

[멀리 보이는 코파카바나. 구름이 수면에 닿을 듯 낮게 떠 있다.]

코파카바나는 마을이라 할만큼 작은 도시이다. 투어를 하는 배들이 수시로 드나드는 이 선착장도 항구하기는 민망할만큼 작지만 여기서 보는 경치가 좋아서 오랫동안 앉아 있었다.

[띠띠까까 호수 투어를 하는 배가 출발하는 코파카바나의 선착장]

[항구에서 혼자 한참을 놀고 있는 아이]

띠띠까까 호수에서 잡히는 송어(뜨루차)를 튀긴 음식은 이곳에서 가장 유명하지만, 아무거나 가리지 않는 내 입맛에도 그냥 물고기 튀김일뿐 별다른 감흥은 없었다.

맛보길 원한다면 관광객들이 많이 찾는 식당보다 현지인들이 이용하는 식당이 좋다. 맛의 차이는 없는데 가격은 몇배나 차이가 난다.

[튀긴 송어에 쌀이나 옥수수, 고구마(?)를 같이 먹는다]

뜨루차보다 내 입맛에 맞았던 음식은 따로 있었다. 저녁이면 시장에서 팔던 꼬치구이와 구운감자, 그리고 현지식 햄버거였다. 햄버거는 적어도 맥도날드 빅맥보다는 맛있고 무엇보다 가격이 정말 싸다.

[시장에서 감자와 꼬치를 구워 파는 아주머니]

코파카바나에서 태양의 섬(Isla del Sol)을 다녀오는 투어는 아침 일찍 시작해서 오후 4시쯤 끝난다.

태양의 섬에 도착해서 유적이 있는 전망대까지만 다녀온 후에 도착했던 선착장에서 돌아가는 배를 타는 방법과 섬을 둘러보는 트레킹을 하고 다른 선착장에서 배를 타는 방법이 있다.

트레킹은 힘든 코스는 아니지만, 해발 4000m에서 3,4시간을 걷기 때문에 고지대에 적응이 덜된 여행자에게는 꽤 힘들수도 있다. 하지만, 개인적으로는 이번 여행을 통틀어 매우 기억에 남는, 만족스러운 트레킹이었다.

[발로 노를 조종하시는 달인의 풍모]

[제주도를 연상시키는 돌담]

[현지인들이 전통적인 방법으로 씨를 심고 있다.]

호수를 따라 걷다보면 전망대가 나타난다. 여기서 처음 왔던 선착장으로 돌아가거나, 섬을 둘러보는 트래킹을 하거나 선택하게 된다.

트래킹을 할 때 햇빛에 민감한 여행자라면 모자와 썬글라스, 썬크림을 바르는게 좋다. 고도가 높기 때문에 덥진 않더라도 내리쬐는 햇빛이 꽤나 강렬하다.

트래킹을 마치고 도착한 선착장에서 배를 타고 코파카바나로 돌아간다.

투어를 마치고 돌아가는 배에서 본 호수. 오후 햇살이 반사되어 빛나는 호수가 아름답다.

투어를 마치고 코파카바나 선착장 근처 레스토랑에서 맥주를 마시며 본 노을도 오랫동안 잊기 힘든 기억이다.


페루 푸노에서 본 띠띠까까 호수는 다음 글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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