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이안 근교에 있는 참파 유적을 다녀오려면 현지 여행사를 통한 투어를 신청해야 한다. 투어는 참파 유적과 기념품을 파는 한두개의 마을에 잠시 들리는 것으로 끝나는데 참파 유적의 규모가 그리 크지 않기 때문에 투어는 반나절 조금 더 지나 끝난다.(실제 참파 유적의 규모가 어느 정도인지는 잘 모르겠다. 발굴되지 못한 부분이 많기 때문에 실제로는 훨씬 큰 규모일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든다.)
버스에 내려서 참파 유적으로 들어가는 다리
참 심플한 참파 유적 지도. 길이 아주 단순하기 때문일거다.
참파 유적은 호이안 일대에 자리잡은 말레이 인(참파족)의 힌두문명 유적이다. 앙코르 와트와 규모나 세밀한 아름다움에서는 비교하기 어렵지만 같은 힌두문명 유적이라 그런지 벽면의 부조나 유적의 형태가 유사한 점이 많았다. 다만 덜 알려져 있기 때문인지, 발굴 비용을 마련하기 어려웠는지 상당부분이 발굴되지 못한 상태이며 발굴된 부분도 약간은 방치된 상태라 안타깝다.
현지 가이드는 생각보다 매우 열정적으로 설명했으며 유적에 대한 자부심도 대단했다. 투어에 참가한 사람들 중에는 서양 여행자들이 꽤 많았는데 관심없이 인증샷에 열중하는 사람도 있었지만 열심히 듣고 질문하는 사람들도 많았다.
발굴되기 전에는 수백년 동안 무너진 유적의 잔해 위로 흙이 덮이고 열대의 무성한 식물들이 자라서 형태를 알아보기 힘들었을 것이다. 아직 손도 대지 못한 유적들이 작은 동산처럼 남아있다.
곳곳에 발굴중인 유적들이 보이지만 그 속도가 매우 더딘 것 같다.
참파 유적을 둘러 본 뒤에는 배를 타고 기념품을 파는 가게에 들른다. 패키지 여행이나 투어가 싫은 이유가 바로 이런 이유이고 당시에는 기분이 안좋았지만 나중에 생각해보니 어느 정도는 이해해 줄 필요도 있는 것 같다.
먼저, 이 투어에서는 물건 구매를 종용하거나 거짓말로 과대포장하지 않았다. 국내 저가 동남아 패키지 여행의 대부분이 보신식품, 보석류, 특산품을 팔아 비용을 충당하기 위해 거짓말로 효용이나 가치를 과대포장한다. 여기서는 그냥 사면 좋고 아니면 말고 식으로 데려다 놓고는 구경하고 돌아오라고만 한다.
그리고, 정 맘에 드는게 있다면 적당한(혹은 조금 더 비싼) 가격에 사면 현지인들의 생활에 보탬이 되고 여행자는 자국에서 파는 비슷한 물건보다 싸게 살 수 있으니까 서로 좋은 것이다. 게다가 나처럼 기념품에 관심없는 여행자도 잠깐 시간을 내서 이들의 솜씨를 구경할 수 있다.
동남아의 강은 강폭이 매우 넓다. 우기에 내리는 비를 다 받아들이려면 그럴 수 밖에 없겠다.
배는 나무로 만들었고, 엔진은 힘이 없어 털털 거린다. 속도는 느리지만 동남아의 강을 구경하기에는 쾌속선보다 운치있다. 게다가 놀랍게도 구명조끼도 잘 비치되어 있다.
배에서 내려 구경하고 오란다. 뭘 구경하고 오라는지도 모른채 그냥 내렸다.(이야기해줬는데 못들었는지도) 마을은 아주 조용하고 인기척도 거의 없어 이상했는데 문이 열린 집으로 들어가고서야 뭘 보라는지 알 수 있었다.
이 마을은 목공예품을 만들어서 관광객에게 팔거나 도시에 납품하나보다. 불상이나 향로처럼 거대한 것부터 목기나 아이들 장난감 같은 조그만 것까지 매우 다양했고 솜씨도 훌륭했다.나야 사봐야 짐이니 구경만 할 뿐이다.
구경하고 선착장으로 돌아오니 TV에서 흔히 보던 동남아 물소가 매어져있었다. 한우처럼 순하게만 생기진 않아서 가까이 다가가고 싶지는 않았다. 게다가 이 소들은 농사일을 주로 하기 때문에 매우 근육질이다. 동남아의 소고기가 질긴 이유가 여기에 있나보다. 동남아에서는 소고기보다 돼지고기가 훨씬 낫다.
호이안으로 돌아와서 어제 다 못한 고택 둘러보기를 다시 시작했다. 그리고 일본식 다리에 다시 가서 밤에 흐릿하게 본 개와 원숭이 상을 다시 봤다.다리 구조도 그렇고 다리 양쪽을 지키는 동물의 석상을 놔둔 것도 특이하다.
원래 호찌민에서 하노이까지 쭉 올라가면서 베트남의 주요 도시에 들르고 베트남 북부를 통해 라오스로 넘어갈 예정이었다. 베트남에서 무비자로 체류가 가능한 기간이 보름이라는 것도 모르고 말이다. 어차피 입국은 해버렸으니 빨리 계획을 변경해야지 자책해봐야 필요없는 일이다.
수십년을 살아온 생활 터전에서도 살다보면 계획에 어긋나는 일, 어쩔 수 없는 일들 투성인데 생전 처음와보는 곳에서는 그런 일이 날마다 일어나지 않는게 다행이다. 아무리 철저하게 계획을 세우고, 정보를 조사해도 현지 사정은 여행자라고 봐주지 않는다. 그럴 때는 그냥 거기에 맞춰 계획을 바꾸는게 상책이다. 이런 경우가 반복되다보니 점점 이런 삶에 점점 익숙해져 갔다.
계획을 바꿔서 훼에서 베트남 국경을 넘어 사반나켓이라는 라오스의 작은 도시로 넘어가기로 했다. 다행히 버스도 있고, 인터넷엔 먼저 넘은 선배 여행자의 여행기도 올라와 있었다. 내가 처음이 아니라는 것, 먼저 했던 사람이 어떻게 했었는지 알 수 있는 것만으로도 큰 안심이 되었다. 새삼 인터넷이 없던 시절에 변변한 여행책자도 없이 몸으로 부딪혔을 오래 전 여행자들이 존경스럽다.
내일은 훼로 가는 버스를 타야한다. 훼가 멀지 않은 곳에 있음도 다행스럽다. 여행은 나를 겸손하게 만들었다. 사소한 것에 감사하고 고마운 마음을 갖게 했다. 여행이 점점 더 좋아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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