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음날 파이히아 선착장으로 나갔다. 날씨는 화창까지는 아니더라도 햇볕이 제법 내리쬐이고 있었다. 좀 더 맑았으면 좋았겠지만 뉴질랜드에서는 구름이 거의 없는 맑은 하늘을 본 적이 별로 없어서 이정도 날씨도 다행이었다 싶다. 선착장 근처에는 아침부터 출항을 준비하는 요트들이 제법 있었다.
화려하고 값비싼 요트들이 많기로는 터키 보드룸, 그리스 코스나 로도스, 산토리니 같은 지중해 연안의 도시들이 압도적이지만 그 요트들은 크기도, 가격도 도저히 욕심내 볼 수 없는 수준이라서 부자들의 장난감이라는 생각이 들었지만 이곳은 그렇게 크고 화려한 요트들이 보이지 않아서 좋았다. 살 수는 없을지 모르지만 적어도 빌려 볼 수는 있지않을까?
파이히아에서 가까운 섬으로 가는 동안 다들 갑판에서 햇볕을 쬐며 바다를 구경한다.내가 탄 요트는 조금 오래된 것 같지만 기계동력을 많이 쓰지 않아서 조용했다. 투어를 하는 배들 중에는 신형 보트나 쾌속선처럼 생긴 배들도 있었지만 오클랜드에서 바람의 힘으로만 가는 요트를 타 보고나서는 빠르진 않더라도 이런 요트를 타고 느긋하게 다니는 것이 매력적으로 느껴져서 이 배의 투어를 신청했다.
쟤는 늘씬한게 제법 빨라보인다.
벌써 3년도 더 지난 일이라 정확한 기억인지 자신은 없지만, 기억대로라면 이 투어는 부부가 진행을 하고 요트도 이 부부가 운행했다. 머리가 희끗한 중년의 남자가 나와서 간단한 설명을 했다.
선장님의 이야기를 들으며 사진을 찍고 있었는데 오늘 투어의 최연소 참가자가 나를 매섭게 쳐다보고 있었다. 감히 제대로 카메라를 들이대지는 못하고 몰래 사진을 찍었다. 저 아기의 나이라면 우리나라 부모들은 밖에 나오는 것조차 조심스러워 할텐데 배를 타고 투어를 하고 있었다. 여행 다니며 여러번 느낀 바지만 우리는 아이들을 너무 조심스럽게, 너무나 안전하게만 키우려하는건 아닐까...
화창하게 맑은 날씨는 아니지만 다양한 모양으로 떠 있는 구름 덕분에 갑판에 누워 하늘을 보는데 지루하지 않았다.
투어들 중에는 이런 것도 있다. 정확히 뭘하는지 모르겠지만 보트 옆에 달린 그물에 수영복을 입은 사람들이 잔뜩 들어가 있었다.
돌고래가 보인다는 신호가 울리면 그쪽으로 배를 몰고 다가가는 것 같았다. 운이 좋지 않았는지 나는 이 날 돌고래를 볼 수 없었다.
최신형의 호화 요트보다 이런 작고 클래식한 모양의 요트가 멋있어 보인다.
오늘 투어의 목적지에 도착했다. 해가 뜨고 한낮이 되니 구름이 옅어지고 하늘도 조금 더 맑아졌다. 카약을 타던, 스노클링을 하던, 해변가에서 일광욕을 하던, 요트에 남던 본인 마음대로 할 수 있다. 다만 요트가 정박할 수 없기 때문에 섬으로 가려면 카약을 타고 가야한다. 나는 지쳐버리기 전에 카약을 하기로 했다.
섬 근처의 바닷물은 파이히아에서 본 것보다 훨씬 맑고 깨끗했다. 강이나 호수에서는 몇 번 경험이 있지만 바다에서의 카약은 처음이라 약간 걱정이 되었는데 파도가 세지 않아서 금새 적응이 되었다. 카약을 타고 섬 근처를 배회하다가 지루해지면 스노클링을 했다. 이곳에서의 스노클링에서 바닷속에서 산호나 열대어를 기대하면 안된다. 그냥 물놀이로 즐길뿐이다. 스노클링을 한 뒤부터는 제대로 찍은 사진이 없다. 분명 여기서 점심을 먹고 정오가 한참 지나서 파이히아로 돌아갔는데 점심식사가 투어에 포함되어 있었는지 만들어간 샌드위치를 먹었는지도 기억이 나지 않는다.
오후가 되자 날씨가 더 맑아졌다. 물놀이에 지친 사람들은 갑판에 누워서 일광욕을 하다가 잠이 들었다. 나도 사진을 찍고 바다를 보다가 까무룩 잠이 들었다.
파이히아 항구로 다시 돌아왔다. 날씨가 좋아졌음에도 항구 근처의 바닷물은 맑아지지 않았다. 파이히아는 뉴질랜드 사람들이 가장 많이 찾는 바닷가라고 해서 기대하고 갔지만 성수기로 꽤나 높았던 숙박비와 투어를 하지 않으면 할 것이 그닥 없다는 점이 마음에 들지 않았다. 요트와 카약을 탈 수 있었던 이 날의 투어도 나쁘진 않았지만 가격이 만만치 않았다. 멕시코 코수멜에서의 스쿠버 다이빙 1일 비용보다도 투어 비용이 더 비쌌다. 양국의 물가를 고려하면 당연한 일이지만 여기에 오기 직전까지 머무르고 있던 곳이라 비교가 되지 않을 수가 없었다. 뉴질랜드와 호주는 생략하고 멕시코에서 다이빙이나 하고 저렴하고 맛있는 멕시칸 요리나 실컷 먹으며 유유자적할 걸 하는 생각이 자꾸만 들었다.
파이히아에서 실망하고 계획한 날짜보다 먼저 떠나기로 결심했다. 어디가 좋은지 정보도 없이 지도를 보고 궁리하다가 파이히아에서 오클랜드로 내려가는 방향에 있는 왕가레이로 결정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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