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토루아를 떠나 다음으로 찾은 곳은 뉴질랜드에서 가장 큰 호수가 있는 타우포였다. 타우포 호수는 뉴질랜드 북섬 중앙에 커다랗게 자리하고 있는데 이곳은 2차세계대전 전후까지만 해도 정착민들이 많지 않은 곳이었지만 농업과 목재산업이 발전하면서, 그 뒤에는 호수를 중심으로 관광지가 개발되면서 도시가 커졌다고 한다. (위키백과 참조) 이곳의 관광지로는 타우포 호수와 후카폭포가 유명하지만, 우리나라 사람들에게는 영화 '번지점프를 하다'에서 주인공이 뛰어내린 번지점프대가 있는 곳으로 알려져있다.
호스텔을 찾아가다 본 멋진 클래식카. 옆에 있는 고급 SUV를 후줄근하게 만들어버렸다.
자동차 디자인은 옛날 차들이 오히려 훌륭한 것 같다. 요즘 고급차 메이커들이 신차를 발표하면서 오래전 모델을 현대적으로 재해석했다는 말을 자주 하는걸 보면.
초등학교였던 것 같은데 심심한 담장을 이렇게 귀엽게 바꿔놓았다.
타우포에 있는 현대자동차 매장. 현대자동차는 한국기업이라는 걸 아는 사람들이 많은데 삼성이라는 브랜드는 아는 사람이 생각보다 적다.
한국기업이라고 굳이 마케팅을 할 필요도 없고, 그네들도 품질 좋은 제품을 살뿐 어느 나라 기업인지 알 필요도 없지만...
호스텔에 배낭을 내려놓고 타우포 호수쪽으로 걸었다. 뉴질랜드에 머문 날들 중에서 워낙 날씨가 좋은 편이었기 때문에 그냥 숙소에 쉬고 싶지 않아서였다. 호수 근처에 다다랐을 때 막 지면을 차고 이륙하는 듯한 옛날 비행기 모형이 보였다. 궁금해서 가보니 맥도널드 매장이었다. 주차장에 이런 거대한 비행기를 둔 것이 재밌어서 사진을 찍었는데, 여행 후에 인터넷에서 누군가가 세계의 유명한 맥도널드 매장을 올려 둔 곳들 중에 한 곳으로 나와있어서 반가웠다.
타우포 호수는 생각보다 더 컸다. 오세아니아 대륙에서 파푸아뉴기니에 있는 호수 다음으로 두번째로 큰 호수라고 하기에 찾아보니 호수면적이 서울시보다 조금 더 컸다. 더 놀라운 것은 이 커다란 호수가 화산폭발로 생겼다는 것이다. 26,500년 전에 있었던 이곳의 화산폭발은 최근 7만년 동안 있었던 화산폭발 중에 가장 큰 규모였고, 이 부근에 있었던 작은 화산폭발 중에 서기 180년 경에 있었던 폭발조차도 최근 2만년 중에서 가장 큰 폭발이었다고 한다. 같은 시기에 중국과 로마의 하늘이 붉어졌다는 기록이 있는데 아마 이 화산폭발로 인한 것이라고 추측한다고 한다.(위키백과) 거대한 도시 폼페이를 파묻어버린, 화산폭발로 인한 최고의 참사로 기록된 베수비오 화산조차 비교할 수 있는 규모가 아니다. 다행이라면 이런 화산폭발이 사람이 살지 않았던 시기의 뉴질랜드에서 발생한 것이다.
호수 근처에는 오리나 갈매기들이 많이 보였는데 녀석들은 해코지를 당해 본 적이 없어서 그런지 사람을 전혀 겁내지 않았다.
호숫가를 따라 걷다보니 재밌는 시설이 있었다. 호숫가에서 호수쪽으로 골프공을 치는 연습장이었는데 구경이라도 해볼까했더니 사람은 없고 오리만 놀고 있었다.
잠깐 기다리자 가족으로 보이는 사람들이 와서 골프공을 치기 시작했다. 호수에 떠 있는 구조물 안에 공을 넣으면 뭔가 상금을 주는 것 같았는데 당연히 쉽지 않았다. 몇 번인가 비슷하게 날아가면 탄성을 내고 즐거워했다. 그러던 중에 점차 하늘이 어두워지고 호수위로 검은 구름이 몰려들기 시작했다.
어린이용 트램벌린이었는데 트램벌린당 한명씩, 낙상사고를 방지하기 위해 공중에 매단 안전띠를 착용하고야 탈 수 있다.
어렸을 때 수십명이 올라가던, 종종 사고가 나던 트램벌린하고는 차원이 달랐다.
곳곳에서 늘낄 수 있는 뉴질랜드 사람들의 안전의식은 꽤나 인상적이었다.
사람이 만든 벤치지만 갈매기의 양해를 구해야 이용할 수 있다.
호숫가 벤치에 앉아서 시간을 보내는데 갑자기 빗방울이 떨어지기 시작했다. 뉴질랜드의 여름날씨는 원래 이렇게 변덕이 심한 것인지, 우리나라처럼 장마철이라서 그런건지 모르겠지만 여행내내 날씨를 예측하기 어려웠다. 돌아갈 길이 꽤 멀어서 부지런히 걷기 시작했다. 한참 열심히 가다보니 빗방울이 멈췄다.
아가씨를 도촬한 것이 절대 아니다. 내가 좋아하는 리트리버를 찍은거다.
타우포 시내쪽에서 걸어간 호숫가는 화산분화구라 그런지 경사가 심해서 물가까지 내려가 볼 수 없었다.
시내로 돌아와 걷다보니 여기저기 펍들이 많이 눈에 띄었다. 펍이라면 당연히 내가 좋아하는 기네스 생맥주가 있을터. 부드러운 거품과 쌉쌀한 맛이 제대로인 기네스를 오랫동안 천천히 즐겼다. 내일은 호스텔에서 후카폭포까지 트레킹을 하기로 했다. 가는 길에는 영화 '번지점프를 하다'의 그 번지점프대도 있으니 금상첨화였다. 마트에서 트레킹중에 먹을 샌드위치 거리를 사고 호스텔로 돌아왔다. 오랜만에 트레킹을 하게 되었는데 부디 날씨가 좋기를 바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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