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놈펜에서 처음 찾은 곳은 캄보디아 국립 박물관이었다. 박물관에는 캄보디아 전역에서 발견된 유물들이 전시되어 있는데 당연히 힌두 문명의 유물과 불교 문명의 유물이 대부분이다.
박물관은 붉은 색으로 단장되어 있었다. 박물관 내부 유물은 사진을 못찍게 했는지 기억이 잘 나지 않지만 내부에서 찍은 사진이 하나도 없다.
내부에서 찍은 사진이라고는 위의 박물관에 입장하기 전에 찍은 힌두의 신 가루다 조각상 밖에 없다. 반인반조(?)라고 해야하나? 가루다는 힌두 최고신 중의 하나인 비슈누가 타고 다니는, 인간의 몸을 한 거대한 새라고 하는데 다른 조각상이나 그림들은 위협적이고 무서운데 이 조각은 마치 피카츄에 나오는 캐릭터처럼 어린이들도 좋아할 모습을 하고 있다. 그동안 세계 곳곳에서 본 여러 미술품 가운데 가장 귀엽고 친근한 모습의 조각상이다.
프놈펜에 오는 대부분의 여행자들이 시 외곽에 있는 킬링필드에 방문하는데 나는 이상하게도 거기에 가고 싶지 않았다. 여행 초기라 여행에서 마주칠 무거움을 이겨낼 자신이 없었는지도 모르겠다. TV에서 봐도 가슴 아프고 먹먹해지는 장소에 직접 가서 마주 볼 용기가 없었던 것이다.
여행 한 달째... 여행이 길어지면 생활이 된다는걸 이제 겨우 알아가던 시점이었다. 짧은 여행이라면 여행지에서 느낀 아픔을 가슴에 담고 돌아가면 된다. 가족과 친구들에게 위로 받고 바쁜 일상을 살다보면 쉬이 잊혀질 수도 있다. 아직 초보였던 여행자는 그런 마음으로 여행을 해나갈 배짱이 없었다는 변명을 하고 싶다.
대신에 뚝뚝을 잡아 타고 간 곳이 프놈펜 시내에 있는 크메르 루즈가 지배하던 당시에 지식인들을 가두고 고문했던 곳이다. 사람이 사람을 얼마나 잔인하게 대할 수 있는지 보여주는 수많은 역사가 있었다. 이 곳도 그 역사중에 한 곳이다. 지금은 깔끔하게 정리되고 청소되어 관광객에게 보여지는 곳이지만 얼마나 많은 피가 흐르고 고통이 스며든 곳인지 둘러보고 상상하기도 쉽지 않았다.
[사람을 거꾸로 매달아 아래 있는 물항아리에 담구며 고문했던 기둥]
[목숨을 잃은 수많은 사람들의 사진. 청소년이나 갓 성인이 된 사람부터 노인까지 너무 많다]
한 사람 눕기도 힘든 넓이에 가두고 고문했던 장소들이 있다. 마치 지금의 화장실 칸처럼 보인다. 당시 사람들이 느꼈을 고통과 절망감을 나는 단 1%도 느끼지 못할텐데도 불구하고 마음이 한없이 내려앉는 기분이었다.
그런 기분에도 배고픔을 느끼고 끼니를 찾는다. 이런 해산물이 잔뜩 든 쌀국수를 너무도 저렴한 가격에 먹을 수 있다는데 감탄하면서.
2박 3일의 짧은 프놈펜 방문에 스치듯 보고 지나칠뿐이라 내가 느낀 짧은 첫인상은 중요하지 않다. 다만, 이 사람들이 아픔을 극복하고 더 많은 웃음을 띈채 살아가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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