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동안 몇 번의 여행을 다녀오고도 전혀 블로그에 글을 쓰지 않았다. 1년의 여행을 2,3년에 거쳐 정리하고 나서는 이상하리만치 흥이 나지 않았다. 밀린 사진을 보면서 언젠가 해야지 하면서도 좀처럼 의욕이 생기지 않는 것이었다. 그러다 1년이 넘은 지금, 하다보면 다시 생길지도 모른다는 마음으로 일단 시작하기로 했다.


작년 휴가 준비를 하면서 고민이었던 점은 가고 싶은 곳들이 너무 멀어서 적어도 2주는 필요하다는 것이었다. 사정상 그 정도 시간을 내기는 어려웠기에 그나마 가고 싶은 곳과 비슷한 장소로 찾은 곳이 쓰촨성의 주자이거우(구채구)와 황룽(황룡)이었다.


처음에는 너무나 유명한 관광지인 주자이거우가 전혀 끌리지 않았다. 이곳을 대상으로 하는 패키지 여행상품도 많았고, 사람이 바글거리는데다 인위적으로 닦여진 여행지를 싫어하기 때문이었다. 그런데 주자이거우의 물빛과 이를 둘러싸고 있는 산들을 보고 한번 가보자는 생각이 들었다.


우리나라에서 주자이거우로 가려면 일단 중국내 큰 도시를 거쳐야한다. 주자이거우와 가장 가까운 대도시는 쓰촨의 성도인 청두라는 곳인데 거기에서 주자이거우까지 가는 것도 버스로 8시간이 넘는 거리였다. 일주일 휴가 중에 왕복 이틀을 버스 안에서 보내야 한다. 거기다 인천에서 청두까지 편도로 4시간 가량 걸리는 비행기 탑승시간까지 고려하면 삼사일은 오로지 가고오는데 들어갈 판이었다.


짧은 여행에서는 돈보다 시간이 높은 가치를 가진다. 버스를 타는 것도 재미있겠지만 왕복할 필요는 없으니 청두에서 주자이거우와 가까운 황룽공항까지 가는 편도 비행기만 타고 가기로 했다.


황룽공항에서 주자이거우로 가는 택시


인천에서 청두로 가는 비행기는 대부분 저녁시간에 출발했다. 목적지에 밤늦게 도착하는 일정을 좋아하진 않지만 선택의 여지가 없었다. 처음 가는 곳에 밤늦게 도착하면 마음이 급해지고 서두르게 된다. 치안이 안좋은 곳이라면 위험한 일을 겪을 확률도 높아지고 어두컴컴한 분위기에 그 도시에 대한 인상도 따라서 안좋아진다. 청두에 밤늦게 도착해서 하룻밤을 보내고 이튿날 다시 공항으로 가서 

황룽으로 가는 비행기에 올랐다.


황룽공항에 내리니 풍경이 갑자기 완전히 달라졌다. 주자이거우에서 가장 가까운 공항이 황룽공항인데 이 공항은 해발 3,400미터가 넘는 곳에 위치해 있다. 가파른 산지라 공항을 세울만한 평지가 없는 탓인지 산을 깎아서 만든 듯하다. 안그래도 고도가 높은 이 곳에서도 공항은 훨씬 더 높은 곳에 있었다. 가장 가까운 공항이라고는 하지만 황룽공항에서 주자이거우까지도 택시를 타고 한시간 반(인지 두시간인지)을 가야한다. 차창 밖으로 보이는 풍경이 안데스와 조금 비슷한 느낌이라 오히려 반가운 마음이 들었다.




공항에서 한참 내려오니 얼마 안되지만 평지가 나타났다. 멀리 보이는 만년설에 덮힌 설산에 가슴이 뛴다.


주자이거우 풍경구 근처에 관광으로 개발된 작은 도시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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