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추픽추는 남미에서 가장 유명한 여행지이자 유적지이다. 많은 사람들이 가장 방문하고 싶은 곳으로 이곳을 꼽고 있으며, 실제로 여행중 만난 여러 사람들이 방문하려는 목적이나 계획을 가지고 있었다. 마추피추는 나에게도 그런 곳이었지만 다녀온 후에는 다른 사람에게 권하지 않는 그런 곳이 되어버렸다.

마추픽추는 현지어로 '오래된 봉우리' 혹은 '늙은 봉우리'를 말하며, 잉카의 수도였던 쿠스코에서 그리 멀지 않은 우르밤바 계곡의 2000m가 조금 넘는 산꼭대기에 지은 작은 도시이다. 사실 도시라기 보다는 마을에 가까운 크기이다.

흔히 생각하기에 해발 2000m라면 매우 높은 곳이라 생각되지만, 안데스 산맥에서 2000m는 높은 곳은 아니다. 안데스 지역을 여행하다보면 대부분의 도시가 3,4000m에 위치해 있고, 쿠스코조차도 해발 3600m이다. 다만, 마추픽추가 있는 계곡은 넓은 고원지대가 아니라 험한 산들로 이루어진 지형이라 산 아래에서는 산 위에 지은 마추픽추가 보이지 않는다.

마추픽추로 가는 방법은 여러가지가 있다. 가장 많은 사람들이 이용하는 일반적인 방법은 쿠스코에서 현지버스를 타고 오얀따이땀보로 가서 거기서 기차를 타고 아구아 깔리엔떼까지 간 다음에 버스를 타고 가파른 산을 올라 마추픽추에 도착하는 것이다. 쿠스코에서 아구아 깔리엔떼까지 바로 가는 기차를 탈 수도 있지만 기차 운임이 매우 비싸기 때문에 조금이라도 절약하기 위해서 복잡하더라도 이 방법을 많이 이용한다. 또 다른 방법으로는 마추픽추 근처의 마을까지 버스로 이동한 다음, 기차길을 따라 몇 시간을 걸어 올라가는 방법인데 매우 힘들다는 말을 많이 들은터라 고려조차 하지 않았다. 여행자금에 압박을 받는 여행자라도 체력에 매우 자신이 있거나 20대 젊은 나이가 아니라면 고려하지 않는 편이 좋다. 아마도 내가 찾지못한 다른 방법도 많이 있으리라 생각한다. 마지막으로 잉카인들이 걸어 다녔던 산길(잉카 트레일)을 따라 수 일을 걸어 가는 방법이 있는데 이 방법은 근처에 산적한 잉카 유적도 볼 수 있으나 전문 가이드가 인솔하는 투어로 미리 예약을 해야한다.(성수기에는 수개월 전에 예약해야 한다고 함)

[오얀따이땀보의 기차역 입구. 역에 있는 기차회사 매표소에서 표를 살 수 있지만 가능하다면 쿠스코에서 예매 필수]


[가장 저렴한 회사의 가장 낮은 등급의 좌석이지만 상태는 매우 훌륭하다. 그렇긴해도 너무 비싸다]


쉽게 가는 방법이 있음에도 이렇게 여러가지 방법이 존재하는 이유는 마추픽추를 보기 위해 드는 비용이 지나치게 비싸기 때문이다. 가장 저렴한 기차등급을 이용하더라도 쿠스코에서 아구아 깔리엔떼까지 바로 가면 왕복 200불 가량, 오얀따이땀보에서 가면 왕복 100불 가량이 든다.(기차 회사가 3군데 정도 있고, 금액에 조금 차이가 있다.) 거기에 아구아 깔리엔떼에서 마추픽추로 올라가는 버스비와 마추픽추 입장료를 포함하면 50불 가량이 더 들어간다. 이 비용이 그리 비싸지 않다고 생각한다면 부유한 여행자일 것이다.게다가 무엇보다 마추픽추를 보고나서 이 정도 비용을 들여 볼만한 가치가 있는가 하는 생각이 든다는 점이다.


페루는 브라질, 아르헨티나, 칠레 같은 나라들보다 물가가 싼 편이지만 잉카 유적지에 대해서는 어이없을 정도로 높은 입장료를 받고 있다. 오얀따이땀보에 있는 잉카 유적지조차도 3만원대의 입장료를 받는다. 하지만 잉카 문명은 그리 볼거리가 많지 않다. 잉카 제국은 오랜 세월 소수 부족으로 나누어 있다가 부족을 통합하여 나라라고 이름붙일만한 규모가 되고나서 몇십년 후에 스페인에게 멸망당했다고 한다. 그리고, 스페인이 침략한 1500년대에도 청동기 문명이었기 때문에 볼만한 유적은 잉카인들의 석조기술을 바탕으로 만든 집뿐이다.

[오얀따이땀보의 잉카유적. 터무니없이 비싼 입장료에 화가 나서 가이드 북에 있는 사진으로 만족함]


[오얀따이땀보의 기념품점. 관광객이 걸을 길도 정비가 안되어 있고, 주차장도 제대로 없지만 기념품점은 많다]

잉카인들의 석조기술 자체는 대단했음을 부정할 수 없다. 쿠스코에는 스페인인들이 잉카인들의 신전벽을 기반으로 성당을 만든 곳이 있는데 큰 지진이 발생했을 때, 스페인인들이 쌓은 부분은 모두 무너지고 잉카인들의 벽만 남았다고 한다. 하지만 이 석조기술을 이용한 건축물은 수도였던 쿠스코에 더 잘 남아있기 때문에 이를 보기위해 비싼 비용을 들여 마추픽추를 방문한다는 것은 말이 안된다.

[자연석을 그대로 이용하여 벽을 올린 오얀따이땀보의 골목길]

나는 마추픽추를 방문하는 이유가 '세계 7대 불가사의'라는 말이 만들어낸 환상 때문이라 생각한다. 사실 불가사의라고 할만한 점도 없다.

하여튼 오얀따이땀보에서 기차를 타고 2시간쯤 지나면 아구아 깔리엔떼에 도착한다. 여기서 다시 버스로 갈아타고 꼬불꼬불한 산길을 지나 마추픽추에 오른다. 내가 방문했을 때는 비수기였고, 비가 추적추적 내리는 날씨였으나 온 세계에서 온 여행자들로 북적였다.

[아구아 깔리엔떼에서 버스를 타고 마추픽추에 오르는 중]

버스에서 내려 마추픽추로 가다보면 1911년 잊혀졌던 마추픽추를 발견하여 세상에 알린 고고학자 히람 빙엄을 기념하는 기념비가 보인다. 아마도 발견 50주년을 기념하는것 같다.

[히람 빙엄의 마추픽추 발견 50주년을 기념하는 비석]


[비가 오락가락하는 날씨라 사진에서 보던 마추픽추는 보기 어려울 것 같았다]


아침부터 궃은 날씨라 많은 비용을 지불하고도 사진에서 보던 마추픽추를 보기는 어렵겠다는 생각은 했지만 구름으로 덮인 산봉우리와 뿌옇게 보이는 유적지를 보니 아쉬워서, 마추픽추 뒷쪽(와이나픽추 반대쪽)의 잉카인의 길부터 구경하기로 했다. 그 사이에 구름이 개이길 빌면서.

[뿌옇다. 그리고 생각보다 작은 규모에 실망...]

잉카인의 길은 예전에 잉카인들이 마추픽추로 들어오는 길이었다고 하는데, 마추픽추에서 30~40분쯤 걸어가면 볼 수 있다. 도중에 입장하는 사람들의 개인정보를 적고 나올 때 다시 사인하도록 하는 곳이 있다.

[잉카인의 길로 가는 도중]

이 아슬아슬하게 절벽에 벽돌을 쌓아 만들어 놓은 곳까지만 갈 수 있다. 외부에서 침략을 받을 때는 저 나무 다리를 치워서 적의 진입을 막았다고 한다.

사진은 높지 않게 찍혔지만 그 밑은 꽤 깊은 낭떠러지이다. 여기에 길을 만든 사람도 대단하고, 이 길을 아무렇지 않게 걸어다닌 사람들도 대단하다.


잉카인의 길에서 돌아오니 다행히 구름이 걷혔다. 뒤쪽 와이나픽추도 깨끗하게 보인다. 비록 사진만큼 깨끗하게 보이진 않지만 이 정도가 어디냐 싶었다.


[콘도르 신전. 앞부분이 콘도르 머리, 뒷쪽 거대한 자연석 두개가 펼쳐진 콘도르의 날개란다.]


[여기는 마추픽추에서 가장 유명하고 성스러운 곳이라는 태양의 신전이다. 안으로 입장 불가.]


[앞에 보이는 계단처럼 만든 돌덩이가 아마 여기서 가장 유명한 돌이 아닐까 싶다.]

마추픽추는 사람들이 살아가는 도시라기 보다는 종교적인 의미가 강했던 곳이었나보다. 곳곳에 신전이나 제단이라 이름이 붙여진 곳이 많았다. 

자연을 크게 손대지 않고, 자연석을 그대로 이용한 그들의 석조 기술은 분명히 대단하다. 그런데 내가 잉카 문명에 무지해서겠지만 뭔가 허전하고 부족하게 느껴진다. 엄청나게 광고하는 영화를 잔뜩 기대하고 갔다가 기대에 못미치는 바람에 나오면서 흠을 잡고 싶은 그런 마음하고 비슷하달까.


[와이나픽추로 가는 출입구. 안그래도 힘들다는데 다시 내리기 시작한 비로 갈 엄두도 내지 못했다.]


[마추픽추의 계단식 밭]

마추픽추는 잉카 문명에서 대단한 유적지임에는 분명하다. 하지만 유적이 가지는 의미나 가치보다 과장되어 있는 것도 분명한 것 같다. 어렸을 때, 흥미를 끌기 위해 만든 책에 마추픽추에 대한 글을 읽어보면 나오는 불가사의한 점들이 몇 가지 있다. 마추픽추를 건설한 돌들은 모두 어디서 가지고 왔는가, 여기서 살던 사람들은 모두 어디로 갔는가 하는 것들이다. 

마추픽추를 건설한 돌들은 원래 여기 있던 것들이란다. 커다란 자연석들은 손대지 않고 그대로 지붕이나 기둥으로 이용하고 있고, 유적지 안에 채석장이라고 되어 있는 곳도 있다. 그리고 여기서 살던 사람들은 모두 어디로 갔는가 하는 것이 불가사의 할만큼 많은 사람들이 살던 곳이 아니다. 수만명이 살던 거대 도시도 아니고 돌로 지어진 건물이 200호 남짓한 조그만 도시이다.

마추픽추는 역사적으로, 문화적으로 의미 있는 곳이다. 하지만, 과대 포장된 면으로 인해 나처럼 실망하는 여행자도 적지 않을 것이다. 마추픽추를 보기 위해 페루여행 혹은 남미여행을 계획하는 여행자라면 다시 한번 생각해보길 바란다. 이 곳을 목표로 여행하기에는 남미에는 볼 것들이 너무도 많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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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토리니(Santorini, 그리스)  (0) 2013.02.02

좋았던 여행지를 정리하는 김에 기대이하였던 혹은 실망했던 여행지도 정리하려고 한다.

순전히 배낭여행자로서 받은 개인적인 생각과 느낌이니 글을 읽고 동의하지 않는 분이 있더라도 어쩔수가 없다.


내가 워스트 여행지로 꼽은 첫번째는 그리스의 유명한 휴양지 산토리니다.

산토리니는 우리나라 사람들에게는 유명한 여배우 손예진씨가 신인시절에 포카리스웨트 광고를 찍으면서 더욱 유명

진 곳으로, 사진에서 보면 짙푸른 에게해와 절벽에 눈부시게 하얀 집들이 어우러진 그야말로 아름다운 곳이었다.

나도 직접 가보기 전까지는 그런 기대에 설레었었다.


[로도스에서 산토리니로 가는 페리에서 본 에게해]


산토리니가 나에게 워스트 여행지가 된 것은 아마도 기대가 너무 컷기 때문일거다.

직접 보기 전에는 하얀 집들이 절벽을 뒤덮고 있는 줄 알았다. 그런데, 하얀 집들이 보이지 않는 것이었다. 

'아, 여기가 아닌가보다. 좀 더 가면 사진에서 보던 그런 집들이 보이겠지'라고 생각했으나, 그게 끝이었다.


[집은 절벽위 일부분뿐이고 하얀 벽에 파란 지붕인 집은 몇 없다.]


내가 사진으로, TV 광고에서 보던 경치는 산토리니에서 극히 일부분이었다. 그마저도 그런 집들은 고급 호텔이나 

레스토랑이었던 것이다. 

베란다에서 에게해가 보이는 절벽위의 호텔들은 적어도 1박에 수십만원, 좋아보인다 싶으면 100만원을 가뿐하게 

넘어갔다. 물가도 배낭여행자가 감당하기에는 너무 비쌌다.


닷새동안 산토리니의 골목골목을 보고 다녔지만 좁은 골목에는 넘치는 관광객들과 그들을 대상으로 하는 레스토랑이

나 악세서리 가게들이 대부분이었다.

산토리니는 크루즈 여행을 하는 유럽인들이나 신혼여행을 온 동양인이 가는 곳이란걸 알게되었다.


[이런 곳들은 대부분 값비싼 호텔이나 레스토랑]


[그래도 짙푸른 에게해와 깎아지른 절벽이 멋있긴 하다.]


[산토리니에서 본 석양은 정말 아름다웠다.]


[바다에서 본 산토리니. 흰 집들은 어디에 있냐고?]


산토리니는 충분히 아름다운 곳이긴 하지만, 꾸며진 관광지를 좋아하지 않는 나에게는 실망스러운 곳이었다.

그런줄 모르고 갔던 내 책임이 크기도 했고, 산토리니에 가기 직전 여행지였던 로도스가 너무 맘에 들었기 때문에

상대적으로 더욱 그렇게 느끼게 되었던 것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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