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째서 뉘른베르크에 가게 되었는지 잘 기억나지 않는다. 뮌헨에서 다음 여행지인 퓌센으로 가는 방향도 아니었고 잘 알려진 여행지도 아닌 이곳에... 하지만 1박 2일의 짧은 기간이었지만 여기에 오기를 잘했다는 생각을 하며 떠났던 기억은 난다.
바이에른주의 철도는 무척 잘 되어 있는데 표를 파는 시스템이 꽤 독특했다. 표를 살때 1장을 사는 것보다 2장, 3장, 4장을 사면 점점 할인폭이 커졌다. 이쪽을 여행하는 배낭여행자들은 숙소에서 동행을 찾으면 비용을 절약할 수 있을 것이다. 주정부에서 가족과 여행을 자주 다니라고 만든 제도라는데 정확한 것은 알 수가 없다. 그리고, 프랑스나 영국에서는 기차의 연착이 심해서 예전 여행할 때 꽤나 애를 먹었었는데 독일에서는 운이 좋아서인지 독일인들의 철저함 때문인지 한번도 그런적이 없었다.
뉘른베르크에 도착했을 때는 하늘이 잔뜩 흐려있었다. 이 곳은 중세시대에도 꽤 큰 도시였기 때문에 구도심을 커다란 성벽이 에워싸고 있는데다 하늘마저 흐리니 중세 분위기가 제대로 느껴졌다. 성벽 바로 바깥에 위치한 숙소에 짐을 풀고 뉘른베르크 여행을 시작했다.
뉘른베르크에서는 이곳이 어디인지, 어떤 이름의 성당인지 신경을 쓰지 않고 다녔다. 유럽을 몇 개월째 여행하다보니 그런 것들이 그다지 의미없게 느껴졌기 때문인지, 매일 비슷비슷한 여행패턴 때문에 지루해졌는지 알려고 애쓰지도 않았다. 위 사진의 성당도 블로그를 쓰면서 인터넷을 찾아보니 장크트로렌츠 성당이라고 했다.
구도심 한가운데를 강이 관통한다. 도시 곳곳에 도심 남북을 연결하는 다리가 있어 꽤나 운치있다.
이곳은 성모교회(같은 이름의 교회가 유럽에 수도 없이 많다)
성베드로 성당의 피에타부터 많은 피에타를 봤지만 가장 소박하면서도 사실적인 피에타 중 하나가 아닐까 싶다. 너무 젋고 아름다운 마리아는 공감이 되지 않는다.
무엇인지 모르겠지만 꽤나 중요한 문화재인가보다. 사방을 철제 구조물로 둘러싸놓았다.
마침 주말을 맞아 뉘른베르크에서 가장 큰 광장에는 장이 서 있었다. 주로 과일이나 야채, 꽃 같은 것들을 팔고 있었는데 동남아처럼 다양한 길거리 음식이 없는게 아쉽다.
장크트로렌츠 성당이었는지 성모교회였는지 아니면 다른 교회였는지 정확히 생각나진 않지만 교회안에서 사진 전시회를 하고 있었다. 흥미가 생겨서 보다보니 뉘른베르크에서 행진하는 나치 친위대들의 사진, 사열을 받는 히틀러의 사진, 2차 세계대전 때 폭격으로 반쯤이 무너져내린 성당의 모습 등등을 찍은 사진들이었다. 그리고, 나치당 시절 뉘른베르크에서 일어났던 일들에 대한 설명이 사진과 함께 붙어 있었다. 이건 일본을 여행하는 중에 일본 신사에서 과거 자신들의 과오에 대해 반성하는 사진전을 보게 된 것과 비슷한 경우였다.(물론 일본정부는 그럴만큼의 양심을 갖고 있지 않기 때문에 불가능한 일이지만)
흥미가 생겨서 후에 뉘른베르크의 과거에 대해 찾아보게 되었다. 뉘른베르크는 나치의 본거지로 1933부터 38년까지 나치 전당대회가 이곳에서 열렸다고 한다. 그리고, 유태인 차별과 학살의 근거가 된 뉘른베르크 법이 제정되었다고 한다. 2차 세계대전 이후에는 독일 전범들에 대한 군사재판도 이곳에서 열렸다고 하니 참 아이러니하다. 네이버 시사상식사전에는 '뉘른베르크시는 비록 대학살이 자행된 곳이었지만 종전이후 전범재판이 열려 인종과 상관없이, 인권에 대한 소중함을 일깨워준 곳이기도 하다. 그러한 사실때문에 도시로는 최초로 2001년 4월21일 유네스코의 인권상을 수상하게 되었다.' 라고 적혀 있다.
자신들의 과오에 대해 진정으로 참회하는 것은, 어쩌면 과오를 저지르지 않는 것만큼 어려운 일일지도 모른다. 우리 이웃에 있는 나라는 모두가 다 아는 사실마저도 인정하지 않고 변명하고 가리기에 급급하다. 이들뿐만 아니라 우리도 살면서 사소하지만 비슷한 일들을 종종 저지른다. 잘못된 일에 대해서 다른 것에서 원인을 찾거나 다른 사람의 핑계를 대는 경우도 많다.
후배들은, 후손들은 그런 실수를 하지 않도록 자신들의 과오를 인정하는 모습은 지금 우리가 부모세대에게 바라는 일이기도 하고, 우리가 자식세대들에게 보여주어야 할 모습이라고 생각한다.
뉘른베르크의 크리스마스 마켓이 유명하다더니 겨울에 눈이 많이 오는 걸까 집들의 지붕이 모두 스위스풍으로 뾰족하다.
성벽을 올라 영주가 살았던 성 안으로 들어갈 수 있다. 성 자체는 그리 크다고 할 수는 없지만 적들의 침입을 막기 위해 성벽을 무척이나 두텁게 지었다. 뉘른베르크는 평평한 평야지대에 있지만 성은 그나마 가장 높은 곳에 지어져 있기 때문에 성벽에 올라서면 뉘른베르크 일대가 훤히 내려다 보였다.
도착했을 때 흐렸던 하늘이 다행히 맑게 개었다 싶더니 어느새 다시 캄캄해져서는 굵은 빗방을이 떨어지기 시작했다. 기왕이면 다홍치마라고 비를 피하면서 맥주를 마실 수 있는 펍을 골라 들어갔다. 유명하다는 소시지 안주를 시켜놓고 밀맥주를 홀짝였다.
큰 기대도, 목적도 없이 오게 된 뉘른베르크에서 독일인들이 강한 이유를 다시 한번 느끼게 되었다. '역사를 잊은 민족에게 미래는 없다' 라는 말이 있는데 (신채호 선생이든, 처칠 수상이든 누가했던 말인지는 중요하지 않다) 우리도 과거 잘못한 역사마저 잊지 않으려는 노력이 필요한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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