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음 목적지인 퓌센으로 가게 된 이유는 오래 전 인터넷에서 본 한장의 사진 때문이었다. 세계 유명한 성들의 사진 중에서도 유독 동화같이 아름다운 모습의 성이 눈길을 끌었고, 이 성이 바로 퓌센에 있는 노이슈반슈타인이었다. 결론부터 이야기하자면 예쁘지만 감흥은 없었다. 예쁜 것만으로 마음이 끌리기에는 비교적 많은 나이라 그랬는지도 모르겠다.


뉘른베르크에서 기차를 타고 오스트리아 국경 근처의 작은 도시 퓌센에 내렸다. 너른 평지에 위치한 뉘른베르크나 뮌헨과 달리 퓌센은 알프스 산맥의 북쪽에 위치해 있어서 산과 호수가 많은 아름다운 곳이다. 


숙소에 짐을 풀고 바로 퓌센 시내에서 노이슈반슈타인 성으로 가는 버스를 탔다. 버스는 산 밑에 내려주는데 여기서 다른 버스로 갈아타거나 관광객들을 대상으로 하는 마차를 타고 올라가야 한다. 숲안에서는 숲을 볼 수 없는 것처럼 성의 전체적인 모습은 성의 반대편 계곡에 놓여진 다리 위에서 가장 잘 볼 수 있기 때문에 대부분의 관광객들이 우선 이 다리를 찾는다.



성이 가장 아름답게 보인다는 다리 위에서 내려다 본 계곡. 

알프스 산맥의 끝자락에 있어서인지 계곡이 깊고 산림이 울창하다.


다리위에는 수많은 사람들이 사진을 찍고 있었다. 나도 기다렸다 자리를 차지하고 사진을 찍었다. 마치 놀이동산의 성인듯 예쁘장하게 생겼지만(실제 디즈니랜드의 모델이 된 성이라고 한다) 사진으로 볼 때에 비해서 뭔가 아쉬움이 느껴졌다.


몇 달간 유럽을 여행을 하며 봤던 성들은 (로도스 성에서부터 퓌센에 오기 직전 봤던 뉘른베르크의 성까지) 모두 외적을 막기 위해 두텁고 높은 성벽을 가진, 실용적인 성들이었는데 외적인 아름다움이 강조된 성을 보니 조금은 이질감이 들기도 했다.



아랫쪽으로는 근교의 또다른 유명한 성, 노란색의 호헨슈방가우 성이 보인다.



노이슈반슈타인 성이 보이는 다리에서 계곡을 돌아내려오면 성의 정문에 도착한다. 성의 목적이 외적의 침입을 막기 위한 것보다 왕가의 휴양지로 쓰였음직하게 아기자기 예쁘게 생겼다.






막상 성보다 눈길을 끌었던 것은 아래로 펼쳐진 들판과 넓은 호수였다.


노이슈반슈타인 성을 걸어내려오는 길에는 관광객들을 잔뜩 태운 마차가 수시로 지나다녔다. 독일의 말은 경주마처럼 날렵하지 않고 큼직하고 두툼한게 힘이 무척 좋게 생겼지만 십여명을 태운 마차를 끌고 올라가다보니 힘들어하는 기색이 역력했다. 입에는 진득한 거품을 물고 있었고 숨을 거칠게 내뿜으면서 힘을 주느라 거칠게 튀어나온 다리 근육에는 잔뜩 핏줄이 서 있었다. 어련히 알아서 하고 있겠지만 마차의 정원을 조금 줄여주었으면 하는 생각이 절로 들었다.


원래는 호헨슈방가우 성도 들를 생각이었지만 그다지 끌리는 바가 없어 생략하기로 했다.


기대에 비해 실망스러운 곳이야 한두군데가 아니었지만 이 곳은 조금 묘하게 실망스러웠다. 마치 포토샵으로 꾸며진 연예인의 사진을 보고 반했던 팬이 실물을 보고나서 '분명히 예쁘긴한데 반할만큼은 아니었어'라고 해야하나... 아니면 겉보기에 무척이나 아름다운 사람을 실제 만나고 나서 내면의 매력을 찾지 못했다고 해야하나... 분명히 아름다운 경치에 지어진 예쁜 성이었지만 그 외 별다른 매력은 없었다.


퓌센에서 묵었던 숙소에는 주방이 없었기 때문에 저녁 먹을 곳을 찾아 헤매야했다. 더구나 체코에서부터 슈바인 학센 같은 고기 위주의 식사를 주로 했던터라 국물이 있는 요리를 먹고 싶었는데 서양요리에는 국물이 있는 요리가 거의 없는게 문제였다. 골목골목을 뒤지다보니 중국인이 하는 태국 음식점이 있었다. 사실 전통 태국요리라고 할 수는 없는 중국식과 태국식이 묘하게 섞인 요리였다. 하지만 그마저도 무척이나 반가웠다.


여행을 하면서 한국 음식이 그리울 땐 대안으로 찾을 수 있는 가장 현실적인 방법이 중국 음식점을 찾는 것이다. 워낙 많은 사람들이 세계 곳곳에 살다보니 어디서든 중국 음식점을 찾는 것은 어렵지 않기 때문이다. 게다가 중국 사람들은 무척이나 현지화 능력에 뛰어나서 적당한 가격에 괜찮은 음식으로 현지인들을 대상으로 장사를 한다. 생각지 못한 곳에서 중국 음식점을 만나면 주머니가 가벼운 여행자들에게는 무척이나 반갑다. 딱 한군데, 독일 다음으로 갔던 스위스에서만은 중국 음식조차도 엄청나게 비싼 물가를 비껴가지 못했다.

+ Recent post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