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녁에 사반나켓에서 출발한 버스는 새벽 4시쯤 위앙짠에 도착했다. 터미널은 도시의 변두리에 있어서 터미널 내부를 제외하면 사방이 어두컴컴했다. 절로 움츠러들고 생각과 행동이 방어적으로 작동하기 시작했다.


적어둔 숙소 주소를 보여주고 라오스 사람들로 가득찬 뚝뚝에 커다란 배낭을 우겨넣고 올라탓다. 라오스 사람들도 장거리 여행에 지쳤는지 얼굴 표정도 밝지 않아 더욱 긴장하게 만들었다. 뚝뚝은 수차례 어두운 골목길을 통과해서 사람들을 하나하나 집 앞에까지 내려줬다. 사람들이 다 내리고 운전사와 나만 남게 되었을 때야 어느 정도 긴장이 풀리고 괜히 긴장해서 사람들 표정을 살피고 위험에 처하면 어떻게 해야할지 혼자 궁리한 자신이 머쓱해졌다.


뚝뚝이 숙소 앞까지 도착했을 때는 이미 주위가 훤하게 밝아있었다. 숙소 마당에는 일찍 도착한다는 것을 미리 알고 있었던 사장님이 트렁크 팬츠 차림에 맨발로 나와 있었다. 영어가 능통하고 유쾌한 성격의 사장님이 안내해준 방은 시설이 좋지는 않았지만 넓직하고 에어컨까지 있어서 버스에 지친 몸은 금새 잠이 들었다.




터미널을 제외하고는 사방이 어두컴컴하다.


한잠 자고 나온 시내는 뚝뚝과 자동차들로 붐비고 있었고, 우리나라의 동대문 같은 쇼핑센터까지 있어서 여기가 라오스의 가장 큰 도시라는게 실감이 났다.


라오스는 역사적으로 타이와 미얀마, 베트남이라는 강대국의 틈바구니에서 부침을 많이 겪은 나라였다. 근세에는 프랑스의 인도차이나 반도 침략시 타이로부터 프랑스로 넘겨졌다가 일본의 지배도 잠시 받았고, 미국까지 점령했었다. 겨우 1975년 미국으로부터 독립을 쟁취하면서 공산화된 국가로 독립한지 40년이 채 되지 않는 신생국가며 아직 농업중심의 국가로 공업화는 이제 시작이며 주요 수출품도 농산물이나 광물자원인 내륙국가이다.


이런 정보들을 구글에서 찾아보고 갔을 때는 세계 최빈국의 하나이며, 독립된지도 얼마안된 농업 중심의 국가라는 정보로 인해서 선입견을 잔뜩 갖게 되었다.


터미널에서 방비엥으로 가는 버스를 알아보고(버스가 너무 낡고 시간이 오래 걸려 비싸더라도 여행사에서 운영하는 버스를 타기로 했다.) 걷다보니 시원한 강변이 나왔다.

우리나라 청소년들이 강변도로에서 자전거를 타는 모습과 비슷하다.



정확히는 모르겠지만 근육질에 긴 칼을 옆에 차고 있는 모습이 라오스의 독립영웅이 아닐까 싶다.

강변 놀이터에는 어린 아이들을 데리고 나온 부모와 놀이터에서 노는 아이들로 북적인다.


라오스의 주말 강변 모습은 우리네 주말 강변의 모습과 다를바가 하나도 없다. 자전거를 타는 청소년들, 손 잡고 강변을 걷는 연인들, 아이들을 데리고 나온 가족들이 모두 평온한 주말 저녁을 즐기고 있었다. 공산주의 국가에 최빈국 중의 하나여서 조금은 어두운 분위기가 아닐까 했던 내 선입견이 또 한번 부서지는 순간이었다.




강 건너편은 태국으로 이쪽 국경을 넘으면 방콕까지 금새 닿을 수 있다고 한다. 라오스에서 보는 태국은 인도차이나 반도에서 가장 잘 사는 국가로서 젊은이들은 태국으로 가서 돈을 벌고 문화를 즐기고 싶은 욕구가 있는 반면,  나이든 사람들은 식민지배하에 있던 자신들을 프랑스로 넘기고 자신들의 안전을 도모한 의리없는 사람들이라는 인식이 있다고 한다.



주말 강변에는 야시장까지 열려서 갖가지 의류나 장식품, 먹거리들을 판다. 구경할 것도 많고 가격도 무척 싸기 때문 여행중에 가볍게 입을 옷들을 사기에 좋았다. 하지만 다른 옷들이 온통 그 옷 색으로 물드는 경험을 하기 싫다면 꼭 몇 차례 따로 세탁한 후에 입어야 한다.






방콕 까오산에서도 흔히 볼 수 있는 먹거리다. 넓은 전병(?)에 바나나, 누텔라, 연유, 달걀 등등을 넣어 부쳐주는 음식인데 매우 달달한데 가격이 까오산보다 무지 싸다. 라오스에서 보기드문 꽃미남 청년의 손놀림이 매우 빨랐다.


내륙국가인 라오스에서 살아있는 해산물을 파는 가게가 있었다. 아마 강에서 잡은 물고기인가 싶다.



스프링롤을 고소하고 짭짤한 소스에 찍어 먹으면 꽤 괜찮다. 다만 고수를 즐기는 사람만.


태국보다는 베트남과 비슷했던 쌀국수


길을 지나다 현지인들이 북적거리는 식당을 골라 들어가 먹는 현지 음식이 가장 실패할 가능성이 적다. 관광객을 위한 식당은 비싸고 음식맛은 세계 공통으로 표준화되어버린 맛이기 때문에 굳이 찾아갈 필요가 없다.


위앙짠에서 첫째날은 생각보다 밝은 도시 분위기였고 생각보다 서양 여행객이 많아서 놀랐다. 올해 '꽃보다 청춘'이라는 프로그램으로 인해 우리나라 라오스 여행자들이 급격히 늘었고, 비행기 요금도 무척 비싸졌다고 들었지만 몇 년 전만해도 장기 배낭여행자나 동남아를 좋아하고 잘 아는 여행자가 아니면 찾지 않는 곳이었는데 이미 세계 각국의 여행자들이 커다란 배낭을 둘러매고 멀고 불편한 이 나라를 찾고 있었다.


동남아에서 4번째 나라, 라오스 여행을 시작하며 기대와 설렘이 만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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