와하까 근교에 볼거리가 많아서 현지 여행사들은 여러가지 일일투어 프로그램을 내놓고 있었다. 이튿날에는 그중에 적당한 투어에 참여했다.


투어에서 처음 간 방문지는 세계에서 가장 커다란 나무가 있는 곳이었다. 처음 가이드의 이런 설명을 들었을 때는 가장 큰 나무는 미국의 자이언트 세콰이어로 알고 있었기 때문에 무슨 소린가 싶었다.



한적한 공원에 내려서 가이드를 따라 가니 멀리 커다란 나무가 한그루 보였다. 이때까지만해도 크긴 하지만 '세계에서 가장'이라고 할 수 있을까 의심했었다.



그런데 다가가보니 이 나무 밑둥이 엄청나게 컸다. 높이는 100미터가 넘는 자이언트 세콰이어 나무에 비할 바 아니지만 둘레는 더 클지도 모르겠다 싶었다. 이게 한그루의 나무가 맞나 싶을 정도였다.


나이 2000살, 둘레 58미터, 높이 42미터, 지름 14미터, 무게 63만 6천톤이란다. 인터넷에 찾아보니 자이언트세콰이어 나무가 높이 100미터에 둘레가 27미터라니 그보다 훨씬 더 굵다.



밑둥이 전부 나오게 찍으려니 나무와 꽤 떨어져야했다. 나무라기보다는 나무로 지은 집처럼 보인다.


옹이 하나가 커다란 나무 둥치와 비슷하다.



나무 한 그루가 커다란 벽을 만들었다. 과연 세계에서 가장 커다란 나무라 할 만하다.


거대한 나무를 떠나 두번째로 도착한 곳은 전통 멕시코 인디오들의 방법으로 양모를 이용해 카페트를 만드는 곳이었다. 투어 참가자들은 독특하게 생긴 집 안으로 안내되었다.


집 입구에 놓여진 멕시코 농부(일거라 생각되는) 모형

무릎을 가슴에 붙이고 얼굴을 묻은 모습이 옛날 이들의 고생을 보여주는 것 같다.



벽에는 양모로 짠 카페트들이 걸려있었고, 바닥에는 설명할 재료들과 모형이 있었다.


아저씨 두 명이 양털로 실을 잣는 것과 염료를 만드는 것을 보여준다.



염료는 대부분 천연식물에서 얻는데 발 아래 여러가지 재료들이 놓여 있었다. 한 아저씨가 염색한 실 묶음을 가져와서 어떤 재료가 어떤 색의 실을 만드는데 이용되는지 설명을 해준다. 그리고, 다른 아저씨가 이 재료로 색을 내는 것을 보여준다. 그러고보니 얼마전 페루에서 알파카의 털로 실을 잣고, 염료를 내는 것을 보여주었던 투어와 아주 흡사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알파카의 털이 양털로 바뀌었을 뿐이었다. 페루와 멕시코가 몇 천 킬로미터 떨어져 있지만 유사한 점이 많은 것처럼 우리 선조들도 예전에는 이들처럼 옷감에 물을 들였을 것이다.



붉은 색이었다가


노란색으로 변했다가


분홍색으로 변했다.


마지막으로 양털로 카펫을 짜는 모습을 보여준다. 원색에 기하학적인 무늬가 독특하긴 하지만 실이 거칠거 두꺼워서 그리 좋다는 인상은 받지 못했다. 카펫짜는 시연을 마친 후에는 카펫을 보여주고 팔기 시작하자 슬그머니 무리에서 떨어져나왔다.






여행사 투어중에는 이렇게 물건을 팔기 위해 끼워넣는 곳들이 있지만 이 지역의 특산품을 소개하거나 여행자들이 별도로 찾아가기 어려운 곳을 안내하는 것이라면 의외로 재밌거나 유용한 일정이 되기도 한다. 대놓고 쇼핑몰에 대려가거나 하는 그런 투어만 아니라면...


다음으로 방문한 곳은 와하까 지역의 특산품인 메스깔을 만드는 양조장이었다. 메스깔에 대해서는 앞서의 글에서 조금 썼기 때문에 생략하고 양조장에서 찍은 사진 위주로 정리하기로 했다.



양조장에 들어서면 우선 시음대 앞에 많은 사람들이 몰려있다. 많은 종류의 메스깔 중에서 시음하고 싶은 것을 말하면 작은 잔에 따라준다. 달콤한 종류도 많지만 도수가 제법 세기 때문에 흥이 나서 여러 번 마시면 취할 수도 있다.



시음대 앞에는 증류를 하는 장치가 있다. 원통형 가마 밑에서는 장작으로 불을 때고 있고, 위에는 차가운 물로 뜨거워진 공기를 식힌다. 그러면 공기중에 포함된 알콜 성분이 액체로 변해 옆에 놓인 금속통에 모이게 되는 구조다. 우리의 전통소주를 비롯한 대부분의 증류주는 이런 방식으로 얻어진다.



증류기에 넣기 전에 용설란을 으깨어 즙을 내는 것으로 보이는 커다란 돌 절구


으깨어 발효중인 용설란


이 용설란이 메스깔의 원료가 된다.


용설란 뿌리는 증류기를 데우는 장작으로 사용되는 것 같다.



병속에 애벌레를 넣어놓은 메스깔


양조장 뒤편에는 용설란 농장이 있었다.


투어 참석자들에게는 전통적인 방법을 보여주기 위한 것이고, 만들어진 메스깔은 대규모의 현대적인 공장에서 만들어지는 것일테지만 이런 것을 보는 것도 여행자들에게는 색다른 재미가 된다. 술을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기념으로 한병쯤 사는 것도 나쁠건 없다.


다음 방문지는 이 지역의 고대 왕국이었던 사포텍(Zapotecs)의 유적지였다. 사포텍의 수도이며, 가장 큰 유적지는 몬테 알반(Monte Alban)이지만 이 곳은 새롭게 발굴중인 곳 같았다. 사실 지금은 이 유적지의 이름이 기억나지 않는다.


유적지는 크지 않아서 위 사진에 보이는 돌로 만들어진 건물과 곳곳에 쌓여있는 돌무더기뿐이다.



크기는 작지만 이 유적의 벽면을 장식하는 문양이 꽤나 독특하고 멋스러웠다.


같이 투어에 참여했던 할아버지. 70대의 연세에 불편한 걸음걸이지만 여행에 대한 열정과 호기심으로 가득했다.


건물 안으로 들어가면 중앙에 넓은 공간(예전에는 지붕이 덮여 있었을지도)과 그 주위 작은 방들로 이루어져있다.


작은 방들도 벽면이 돌로 만든 멋진 문양으로 가득하다.





이 곳에 자리잡은 고대인들은 잉카인들과는 다른 의미로 돌을 잘 다루었던 것 같다. 잉카인들이 자연석을 그대로 이용하거나 최소한으로 가공하면서도 튼튼한 건축물을 만들어냈던 것에 비해, 이들은 작은 돌들을 하나하나 다듬어서 이들만의 독특하고 다양한 문양을 만들어내고 있었다.


복원하려면 오랜 시간이 더 걸릴 것 같다.


마지막 방문지도 이름을 알 수 없다. 위키피디아에서 검색해봤지만 아직 찾을 수 없었다. 이곳은 와하까 주변의 고산지대에 위치한 석회암지대였다. 지표면으로 나온 석회질을 품고 있는 지하수가 오랜시간 지표면을 흐르면서 주변을 흰 석회성분으로 덮고 있는 곳이었다. 이런 곳중에 세계적인 관광지로 터키의 파묵칼레가 있다. 파묵칼레에 비해서 규모도 훨씬 작고, 로마 유적을 품고 있었던 그 곳에 비해 그런 유적이 있지도 않지만 이 곳은 고원지대에 위치하고 있기 때문에 탁 트인 전경은 볼만 했다.






군데군데 이렇게 물이 샘솟는 곳이 있다. 석회질을 품고 있는 이 물이 흐르면서 석회암을 만들었다.


이 수영장 보양의 작은 연못은 자연적으로 생긴게 아니라 

고대인들이 물을 가두기 위해 쌓은 제방에 석회질이 굳어 생긴 것이다.


여기까지 둘러보고 와하까로 돌아오니 벌써 해가 뉘엿뉘엿 저물었다. 저녁식사를 위해 미리 알아놓은 와하까에서 제법 유명하다는 타꼬 가게로 향했다. 첫날 와하까에 도착해 포장마차에서 먹은 타꼬를 제대로 먹어보고 싶었기 때문이다.


도착한 타꼬집은 유명하다더니 꽤 많은 현지인들로 붐비고 있었다. 위에 올라갈 고기종류를 대충 골라서 시키고 앉았다. 포장마차에서 먹은 타꼬도 맛있었지만 역시 여기서 먹은 타꼬는 더욱 훌륭했다.





사진 찍는걸 눈치채고 자세까지 잡아주는 요리사 아저씨. 칼은 굳이 들지 않아도 된다구.

타꼬는 위에 올라가는 고기의 종류나 부위에 따라 메뉴가 달라진다.

하지만 걱정하지말고 이것저것 시켜서 먹어봐도 좋다. 하나같이 훌륭하다. 


타꼬를 배부르게 먹고 소칼로 광장으로 왔더니 역시나 오늘도 광장이 시끌벅적했다. 오늘은 춤판이 벌어져 있었다. 악단이 연주하는 음악에 맞춰 남녀노소 춤추기에 여념이 없었다. 매일 저녁 흥겹게 벌어지는 노래와 춤판을 보니 멕시코 사람들이 원래 그런걸까, 와하까라는 도시만 그런걸까 궁금해지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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