멕시코시티를 떠나는 날이 되었다. 이곳에서 가진 멕시코에 대한 좋은 이미지 때문에 멕시코 여행에 훨씬 더 큰 기대를 하게 되고, 결국은 한달이나 머무르게 되었다.


숙소 근처에 있었던 과일주스 가게와 그 옆은 속이 푸짐했던 샌드위치 가게다.

오렌지, 자몽, 바나나, 망고, 파파야 등 열대과일 주스도 생각보다 무척 저렴했다.


멕시코를 대표하는 버스회사 ADO. 남미와 마찬가지로 여러가지 등급의 버스가 있다.


구글맵에서 보면 멕시코시티에서 와하까까지 자동차로 6시간 조금 안되는 시간이 걸린다고 나온다. 오후 이른 시간에 탄 버스가 와하까에 도착했을 때는 이미 꽤 늦은 밤이었기 때문에 실제로는 이보다 더 걸린 것 같다.


우리나라에서 멕시코여행은 거의 대부분 칸쿤이라는 신혼여행지에 집중되어 있지만 멕시코에는 가볼만한 곳들이 무척 많다. 심지어 바다조차도 고급 호텔이나 리조트에 머물게 아니라면 칸쿤보다 나은 곳이 수두룩하다. 그 중에서 와하까는 음식으로 유명한 멕시코에서도 더욱 다양한 음식을 맛볼 수 있는 도시이며, 용설란으로 담은 전통술인 메스깔(Mezcal)과 초콜렛(원료가 되는 카카오의 원산지가 멕시코), 유적지 몬테 알반(Monte Alban), 그외 다양한 투어를 즐길 수 있는 곳이다.


도착해 숙소에 짐을 풀고, 주인에게 저녁을 먹을 수 있는 곳을 물으니 시내 번화가로 가는 길을 알려주었다. 그런데, 늦은 밤에 가로등도 부실한 길을 걷자니 그닥 내키지가 않았다. 처음 도착한 도시의 거리는 항상 약간 긴장감을 주기 때문이다. 그런 마음으로 걷다보니 작은 포장마차에 현지인 여러 명이 뭔가를 먹고 있길래 궁금해져서 그틈에 끼어들었다. 유독 길거리 음식 먹는 경험을 좋아하다보니 그냥 지나칠 수 없었다.


포장마차에서 만드는 음식은 타코(Tacos)였다. 또르띠아를 기름에 튀긴 것을 흔히 타코라고 알고 있는데 멕시코에서는 그것뿐만 아니라 작고 동그랗게 구운 또르띠아에 돼지고기나 닭고기, 양파와 야채를 넣고 싸먹는 음식을 타코라고 했다.


멕시코 음식중에서 타코, 브리또, 퀘사디아, 화이타 등은 우리나라의 패밀리 레스토랑에서도 쉽게 볼 수 있는 것들이다. (이들 음식이 멕시코에서는 주식이 되는 흔한 음식이지만 우리나라에서는 유독 가격이 비싸다는 것이 다르다.) 이 음식들의 기본이 되는 것이 또르띠아이다. 또르띠아는 옥수수를 갈아서 부친 것으로 이 또르띠아에 무엇을 넣고, 어떻게 만드느냐에 따라 타코나 브리또가 될지, 혹은 퀘사디아나 화이타가 될지가 결정된다.


타코를 만드는 모습을 찍겠다고 하자 옆에 있는 아주머니가 찍으라며 정작 본인은 카메라에서 사라졌다.

남은 아저씨(나보다 어리겠지만)만 눈을 동그랗게 뜨고 멋적어하고 있다.


잠깐 주제에서 벗어나서, 멕시코를 여행할 때 멕시코의 가장 유명한 스타는 맨유에서 뛰고 있던 에르난데스(치차리토라는 별명으로 더 유명한)였다. 여러 기업의 광고와 선전에 나오고 있어서 멕시코에서는 우리나라의 박지성 선수와 동급이었던 것 같다. 이 선수도 눈이 크고 얼굴이 동글동글했는데 타코를 만들던 아저씨도 눈과 얼굴이 동글동글해서 갑자기 생각이 났다.


일단, 입맞에 안맞을지 모르니 다섯개만 시켜봤다. 포장마차에 있던 멕시칸들의 시선이 모두 쏠렸다. 과연 자신들의 음식에 동양인이 어떻게 반응할지 자못 궁금한 것 같았다. 타코를 싸서 한입에 넣었다. 적당한 고기의 느끼함과 또르띠아의 쫄깃함, 양파와 야채의 향이 섞여 굉장히 맛있었다.(너무 배고프기도 했지만)



순식간에 다섯개를 해치우고 다섯개를 더 시켰다. 그러자 크게 내색하진 않았지만 포장마차에 있는 멕시칸들도 매우 만족스러운 것 같았다. 옆에서 타코를 먹던 현지인 앞에 고기수프 같은게 있길래 아주머니에게 나도 그걸 달라고 손짓으로 주문했다. 모든 멕시칸들이 다시 흥미진진한 눈으로 변했다.



고기수프는 고기를 삶고 있는 커다란 냄비에서 떠서 양념을 추가해서 스티로폼 컵에 내어주었다. 고기국물에 야채와 고추가 듬뿍 들어가서 얼큰하고 진했다. 우리의 육개장이나 찌개와 비슷하면서도 조금 달랐다. 타코와 수프를 번갈아 먹으며 무척 만족스러운 저녁식사를 했다.


숙소로 돌아오는 길은 이제 전혀 긴장되지 않았다. 적어도 며칠은 있었던 것처럼 이곳이 편안하게 느껴졌다. 숙소주인부부와 포장마차에 있던 사람들도 친절하지만 과하지 않았다. 와하까에 오길 잘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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