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로그에 여행 기록을 시작하면서 가능한 현지 발음대로 지명을 표현하려고 했으나 국내에서는 거의 사용되지 않는 현지 지명대로 썼을 때, 오랜 시간이 지난 후에 내가 과연 제대로 기억할 수 있을지 의심스러워졌다. 방비엥만 하더라도 이 지명은 프랑스어로 표현된 지명이고 현지에서는 왕위앙(혹은 오래된 지명인 무앙송)으로 이야기하는데 2년이 지난 지금 벌써 이 지명들이 헷갈리기 시작한다. 어차피 개인 기록용으로 블로그를 시작했으니 무슨 상관이랴 싶기도 하지만 혹시라도 이 블로그를 방문하고 오히려 잘못된 정보를 가져가시는 분이 있을까 염려된다. 가능한 위키백과도 찾아보고 네이버 백과사전도 뒤쳐보면서 정확하게 올리려고 한다.


작은 마을 방비엥이 형성된 시기가 무려 1353년이라고 한다. 위앙짠과 루앙프라방의 거점 지역으로 발전했다고 하는데 650년이 더 지난 현재는 오히려 도시가 쇠락한 것인지 지금과 같은 작은 마을로 남아있다.


방비엥에서는 저렴하게 할 수 있는 액티비티 투어들이 몇 가지 있다. 그 중에서 유명한 것이 방비엥을 가로질러 흐르는 남송강을 튜브나 카약을 타고 내려오는 튜빙과 카약킹 그리고 블루라군에서 물놀이 등이 있다. 블루라군은 젊고 체력에 자신 있는 여행자라면 자전거를 빌려서 다녀 올 수 있는 곳인데 당시 몸상태도 썩 좋지 않아서 물놀이보다는 늘어지는게 좋아서 블루라군 투어는 생략했다.



이른 아침 투어를 예약한 여행사(당시에는 여행사로 폰트래블이 유명했었다.) 앞에서 태국의 썽태우 같은 차를 타고 강의 상류쪽으로 비포장 도로를 한참 올라간다. 위 사진은 비포장 길이긴 하지만 매우 양호한 상태이고 이 길을 조금 더 가면 쿠션이 없는 썽태우 의자에 엉덩이가 한참 고생을 해야하는 심한 비포장 길이 나온다. 


카메라 보호를 위해 방수팩을 씌우면 렌즈가 가려져 사진 주변이 검게 나올 수 있으니 제대로된 사진을 찍으려면 항상 신경을 써야한다.



썽태우에서 내려서 동굴 튜빙을 하러 한참 논길을 걸어가면 동굴 바로 옆에 조그만 현지인 집들이 모여 있는데 여기서 아침을 먹는다. 아침으로는 고기와 야채를 낀 꼬치와 볶음밥, 샌드위치를 주는데 10불을 내고 투어와 아침식사까지 제공되는 이런 투어는 다른 어느 나라에서도 쉽게 찾기 힘들다. (2년 6개월이 넘게 지난 기억이라 정확히 10불이었는지 장담할 수 없고, 가파르게 경제가 발전하고 물가가 오르는 개발도상국 특성상 지금은 많이 올랐으리라)


옆에서 돼지, 닭, 오리가 뛰노는 커다란 원두막에서 투어에 참가한 사람들과 하는 아침식사도 즐겁다.



식사 후에는 머리에 랜턴을 달고, 구명조끼를 입고 튜브에 올라탄채 위 사진에 보이는 조그만 동굴로 들어간다. 입구는 수면과 거의 맞닿아있지만 안쪽은 생각보다 높았고, 동굴에서 흘러나오는 물은 지하에서부터 흘러서 지표밖으로 나오는 물이라 황톳빛 강물과는 다르게 맑고 파랗다. 


동굴로 들어간 직후 안에서 찍은 동굴입구



동굴 안은 어둡고 물은 차갑다. 깊은 곳은 발이 닿지 않지만 어차피 가이드들이 튜브를 당겨주는데다 튜브에 올라탄채 동굴 안에 연결된 줄을 잡고 당기면서 다니기 때문에 전혀 겁을 낼 필요는 없다. 부지런히 다녀야하기 때문에 사진을 찍을 틈도 없고 너무 어두워서 찍어봐야 제대로 찍히지도 않는다. 동굴 튜빙은 튜빙 자체의 재미보다는 으스스한 귀신의 집으로 입장하는 듯한 재미가 있다.





동굴 튜빙이 끝나면 근처 동굴 사원을 구경한다. 코끼리를 닮은 바위(위 세번째 사진)가 있고 동굴 안에 불상이 모셔져 있다. 인도차이나 반도 북부에는 석회암 지역이 많은지 방비엥, 루앙프라방 등에는 이런 석회동굴에 형성된 사원들이 매우 많다.


이제 드디어 투어이 하이라이트 튜빙과 카약킹을 하는 시간이다. 말 그대로 튜빙은 튜브를 타고, 카약킹을 카약을 타고 강을 천천히 내려오는 것이다. 몇 시간 동안 타고 내려오려면 피부가 많이 타니 썬크림을 바르는게 좋다. 바르는 걸 싫어하는 나는 투어가 끝난 다음 따끔거리는 피로부 꽤나 후회했다.





내가 방비엥에 갔을 때는 4월초여서 건기에 속했다. 그래선지 강의 수량은 적었지만 강물색은 황톳빛이 아니었다. 느긋하게 카약을 저어 내려오면 맥주와 음료, 간단히 요기를 할 수 있는 물가 휴게소가 나온다. 여기서는 해먹에 드러누워 쉬면서 체력을 보충하고 다시 내려간다. 어차피 하류로 내려가는데다 느긋하게 저어도 카약이 잘 나가기 때문에 사실 힘들 일은 없었다.


카약킹은 오후 4시쯤 끝이 났다. 투어를 같이 하는 현지 가이드들은 사람들의 구명 조끼와 식사를 챙기고 카약을 나르느라 힘들고 바쁘지만 친절했고 얼굴은 항상 웃고 있었다. 투어를 마치고 나서 이 사람들을 위해 약간의 팁과 함께 고마움을 담은 인사를 건냈으면 좋겠다.



투어를 끝내고 저녁으로 몸보신을 위해 스테이크를 시켰다. 사실 스테이크라도 그다지 비싸지 않은 가격이다. 문제는 고기가 무척이나 질기다는 것이다. 동남아의 근육질 물소일테니 당연하다. 이전 경험으로 소고기는 시키면 안된다는 걸 알면서도 스테이크의 유혹에 빠져 실수를 했다. 먹느라 턱이 아플지경이었다.









방비엥의 저녁은 아름다웠고 고즈넉했다. 아무 생각없이 며칠을 더 보냈으면 좋았으련만 이때는 루앙프라방에 또 무슨 볼거리가 있을지가 무척 궁금해서 오랫동안 방비엥의 그 고즈넉함을 즐기지 못했다. 물론 방비엥에서 너무 오래 보내서 루앙프라방을 들르지 못했다면 그것도 후회스러운 일이었을테니... 어차피 인생은 복불복이다. 지난 것은 어쩔 수 없고 좋았다면 다시 가면 되는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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