루앙 프라방은 거쳐왔던 라오스의 도시들과는 사뭇 분위기가 달랐다. 잘 정돈된 길거리와 깨끗하고 예쁘장한 집들, 그리고 알려진대로 많은 불교사원들, 초록빛이 우거진 산과 거대한 가로수, 까페와 레스토랑까지... 그동안의 여행으로 조금 지친 몸과 마음을 쉬어갈만한 느긋하고 아름다운 곳이었다.




루앙 프라방을 흐르는 강변을 따라 늘어선 가로수들은 무척이나 크고 풍성했다. 마치 아바타에 나오는 큰 나무와 닮아서 여기에 있는 동안 그냥 아바타 나무라고 불렀다.





길을 걷는 동안 끌고 가려는 사람들과 가지 않으려는 돼지의 씨름이 재밌어서 한참 구경했다. 다리를 묶여 자포자기한 듯 누워있는 돼지의 표정도 재밌다. 우리네 옛날 농촌 풍경과 크게 다르지 않다.




루앙 프라방에는 저렴한 게스트하우스부터 비싼 호텔까지 여행자들을 위한 다양한 숙소가 있다. 그리고 다양할뿐만 아니라 특색있고 잘 꾸며져 있었다. 루앙 프라방 시내에서만큼은 여기가 경제적 발전이 더딘 라오스라는 생각이 들지 않았다.



아이들이 커다란 물통에 물을 받아놓고 지나는 사람들에게 붓기도 하고 자기들끼리는 뿌리며 놀고 있었다. 어른들이 보고도 당연하다는듯 말리거나 하지 않았다. 비가 많이 오고 수량이 풍부한 곳이기는 하지만 수도 시설이 잘 되어 있지 않아서 생활용수가 그리 넉넉하진 않을텐데 참 이상했다. 그 이유는 일주일쯤 후에 태국 치앙마이에 도착하고서야 알 수 있었다.








루앙 프라방에도 한국인이 운영하는 식당이 있다. 강변 옆 커다란 아바타 나무 아래에 있어서인지 식당 이름이 '빅 트리 까페'였다. 꼭 한국 음식이 먹고 싶은 것은 아니었지만 언제 다시 한국 음식점을 갈 수 있을지 모르기 때문에 일단 가서 먹기로 했다.



길건너 강변에서는 야외에 앉아 잔잔히 흐르는 강물과 떠 있는 배들을 보며 느긋하게 식사할 수 있고, 식당 안에서는 라오스 사람들을 찍은 멋진 사진들을 감상하면서 식사할 수 있다. 빅 트리 까페의 여주인께서 라오스에서 프랑스인(맞나?) 사진 작가와 결혼했기 때문에 식당 내부가 마치 사진 전시장처럼 되어 있었다.








길을 걷다 예쁜 꽃들이 주렁주렁 매달린 집을 보았다. 자세히 보고 꽃보다 더 놀란게, 속이 빈 야자열매를 화분으로 쓰고 있었다. 중간중간 오래되었는지 썩어 까맣게 된 화분들도 보였다. 정말 멋진 생각이라 감탄했다.











위앙짠에서 봤던 민속앙기 '공'이다. 불교 의식에 사용되는지 사원에 공이 무척 많았다.




사원의 도시 루앙 프라방에서도 가장 유명하다는 왓 시앙통을 방문했다. 방콕에서도 사원들을 여러 번 보긴 했지만 가장 독특하고 아름다운 사원이 아니었나싶다. 불교 문화에 무지하기 때문에 벽면에 채색된 그림들이 의미하는 바는 모르지만 그 그림들과 멋들어진 지붕과 처마의 모양은 나를 절로 감탄하게 했다. 규모가 거대하다거나 웅장한건 아니지만 충분히 엄숙한 종교적인 분위기를 자아냈다. 다만, 군데군데 뚫려 있는 지붕과 많이 낡아있는 내부를 보고 소중한 자신들의 문화를 보존하고 관리할 수 없는 이들의 경제상황이 안타워졌다.





왓 시앙통을 보고나서 여행자가 잘 찾지 않을 듯한 한적한 골목의 상점에서 본 모빌(?). 나무, 새의 깃털 등으로 만든 것 같은데 솜씨나 디자인이 놀라웠다. 얼마 후, 치앙마이의 주말시장을 보고 다시 느꼈지만 이쪽 사람들은 손재주가 무척 좋은 것 같다.



어느 경기였는지 기억은 안나지만 이 날은 유럽 챔피언스리그에서 강팀들끼리 빅매치가 있던 날이었다. 펍이나 레스토랑에서는 축구 중계를 볼 수 있다는 간판을 내걸고 축구팬들을 유혹하고 있었다. 축구 유니폼을 챙겨 입은 사람들을 보니 아마 그날 저녁에 있을 경기 결과를 이야기하고 내기하고 있던게 아니었을까.





동남아의 불상들은 우리나라에서 흔히 보던 불상과 모습이 많이 다르다. 특히나 서 있는 불상들이 많았다.






저녁도 시장에서 현지인들과 둘러앉아 식사를 했다. 강에서 잡은 커다란 물고기는 간이 좀 심심했지만 살코기가 많았고 이것저것 골라서 접시에 잔뜩 담은 음식도 가격대비 만족스러웠다. 음식의 질이 그다지 중요해지지 않을만큼 가격이 너무 만족스럽다.


루앙 프라방에서 유명한 것은 이른 아침에 있는 승려들의 탁발 모습이다. 하지만 루앙 프라방에 있는 동안 내내 늦잠을 자는 바람에 결국 못보고 말았다. 루앙 프라방은 느긋하고 평화롭고 사람들도 친절했던 곳으로 기억에 남아있다. 방비엥에서 더 오래 머물지 못했지만 그다지 아쉽지 않을만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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