터키는 동양과 서양의 경계라는 지정학상 위치 때문인지 유럽이라고 해야할지 아시아라고 해야할지 애매하다. 경제적으로는 유럽과 관련이 높으면서도 역사나 문화적으로는 중동의 이슬람 국가들과 더 밀접하기 때문일 것이다. 현대 사회에서는 하나의 국가가 단일 민족의 문화로 이루어지는 경우가 점점 드물어지고 있고 문화보다는 경제적 혹은 정치적 연관성을 더 중요시하기 때문에 현재는 터키를 유럽으로 인정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게다가 터키의 노선이 유럽에 속하기를 원하고 있어 EU 가입을 지속적으로 시도하고 있다고 한다.
하지만 경제적으로 유럽의 여러 나라들과는 아직 큰 차이를 보이고 있으므로 처음에 이스탄불의 물가가 그 정도로 높으리라고는 생각하지 못했다. 터키 직후에 여행한 그리스와 별 차이를 느낄 수 없었다. 게다가 이스탄불은 여행자에게 무척 인색한 면이 있는데 각종 유적이나 관광지의 입장료가 만만치 않게 비싸기 때문이다. 여행자들은 그걸 보기 위해 시간을 내어 먼 길을 온 사람들이니 입장료가 비싸서 불만이 있더라도 볼 수 밖에 없다는 심리를 이용하는 것 같기도 하다.
반대로 우리나라의 고궁이나 문화재의 입장료는 이스탄불에 비해 무척 저렴한데다 오히려 외국인에게 후하고 내국인에게 인색하다. 잘 이해가 되지 않는 부분인 것이 어느 나라에서도 내국인 할인은 있어도 외국인 할인은 없다. 그만큼 유적이나 문화재는 외국인에게 보여주기 위한 관광자원의 목적도 있지만 우선적인 목적은 자국민들의 역사교육과 의식함양을 위함이어야 한다. 그래서 관리되고 보호되는 것 아닐까? 우리의 자랑스러운 문화재는 그에 합당한 입장료를 받더라도 외국인들이 충분히 지불하고 볼만한 가치가 있다.
귤하네 공원을 나와서 공원과 맞닿아 있는 톱카프 궁전으로 걸어갔다. 톱카프 궁전은 돌마바흐체 궁전으로 옮기기 전까지 15세기부터 약 400년간 오스만 투르크 술탄의 궁전이었다.
가는 길 담벼락에서 졸고 있는 '백구두'를 신은 고양이
역시나 유명한 톱카프 궁전 입장권을 파는 매표소는 표를 사려는 사람들의 행렬이 무척 길었고, 가격 또한 무척 비쌌다.(2,3만원대였던 것으로 기억) 게다가 서로 자기가 국가로부터 공인 받은 가이드임을 내보이며 투어를 받으라는 자칭 '국가공인가이드'들의 호객행위가 끊이지 않았다. 처음에는 웃으며 정중히 거절하다가 점점 눈도 안마주치고 무시하게 되었다.
수십개의 굴뚝이 있는 낮지만 거대한 건물은 술탄의 요리를 만드는 주방이었다고 한다.
이슬람 양식의 궁전답게 내부는 다양하게 채색된 모자이크와 타일로 아름답게 꾸며져 있었다. 하지만 계속되는 비슷비슷한 방과 구조가 나중에는 지겹게 느껴진다.
톱카프 궁전에서 본 보스포러스 해협
무엇보다도 톱카프 궁전에 불만이었던 것은, 궁전 내부에 있는 술탄의 할렘에 들어가려면 톱카프 궁전 입장료와 비슷한 비용의 입장권을 따로 사야하는 것이다.(전체를 보려면 입장료만 4,5만원 정도였던 것으로 기억) 여행자로부터 뽑을 수 있는만큼 뽑아내겠다는 터키 정부의 얄팍한 속셈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사실 톱카프 궁전 자체도 크게 감탄이 나올만한 볼거리는 없었기에 할렘은 그냥 건너뛰고 나왔다.
밖으로 나오니 그 유명한 아야 소피아가 보였다. 이미 점심시간이 훌쩍 지난 오후라 아야 소피아는 느긋하게 와서 넉넉한 시간을 들여 보기로하고 근처에 있는 블루 모스크(술탄 아흐멧 모스크)로 이제 뻐근해지기 시작하는 다리를 옮겼다.
비잔틴 건축양식의 걸작, 아야 소피아
블루 모스크는 아야 소피아 바로 근처에 위치하고 있으며, 여섯 개의 미나렛을 갖고 있는 유일한 모스크라고 한다. 왜 6개의 미나렛을 갖게 되었는지는 몇 가지 이야기가 있는데 술탄이 황금(알튼) 미나렛을 지으라고 했는데 건축 책임자가 발음이 비슷한 알트(6)로 잘못 듣고 미나렛을 6개 지었다는 설이 있고, 술탄이 이슬람의 성지 메카의 모스크와 동급의 모스크를 바래서 6개의 미나렛을 갖게 되었다는 설도 있다. 하지만 그 뒤에 메카의 모스크는 미나렛을 하나 더 세워서 7개가 되었다니...
모스크에 위치한 미나렛은 기도시간을 알리는 동시에 그 모스크의 위상을 대변해주는 역할을 한다. 조그만 모스크는 대부분 1개의 미나렛을 가지고 있으며, 규모가 매우 크고 유명한 모스크도 대부분 4개의 미나렛을 가진다. 블루 모스크는 6개의 미나렛을 가지고 있으니 그 규모와 아름다움에 얼마나 자신만만했는지 예상할 수 있다.
건축에 대한 소양이 깊지 못하니 단지 '아~ 멋있네~' 할 뿐
입장하는 사람들은 신발을 벗어 비닐봉지에 넣어야한다.
이슬람에 대해서도, 건축에 대해서도 잘 모르지만 인간 공통의 '미'에 대한 감각은 있으니
그저 아름답구나 하고 느낄뿐이다.
이슬람 신자들이 모스크에 들어가기 전에 손과 발을 깨끗이하는 곳
블루 모스크를 나오니 이제 해가 꽤 기울었다. 초봄이라 그런지 해가 빨리 지는 듯하다. 숙소로 돌아가기 위해 길을 걸으며 다시 이곳저곳을 기웃거렸다.
이스탄불 혹은 터키의 유리세공 기술이 유명한지 섬세하게 세공된 유리등을 파는 상점들이 많았다. 호이안의 등은 하나로는 단순하지만 다수가 모였을 때 아름다운 등이라면, 이스탄불의 등은 하나만으로도 아름답고 가치있어보이지만 다수로 모으기는 어려울 듯하다.
하루 종일 걸었더니 피곤한데다 일교차가 커서 해가 지니 금새 쌀쌀해졌다. 숙소 근처에서 저녁을 먹고 쉬려고 트램에 오르니 노을이 멋지게 지고 있고 아침에 피어오르던 연기는 아직도 하늘을 덮고 있었다. 이렇게 이스탄불의 첫날이 저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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