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들마다 체질에 맞는 음식이 있고, 어울리는 옷차림이 있고, 성격이 맞는 친구가 있듯이 여행자에게도 왠지 모르지만 끌리는 장소가 있고, 마음에 와닿는 도시가 있다. 그게 선입견일수도, 방문했을 때의 날씨나 운좋게 혹은 나쁘게 마주하게된 사고의 탓일 수도 있지만... 어제 저녁 생각한 것처럼 나에게 이스탄불은 그다지 와닿는 도시가 아니었고 그렇다면 길게 머물러야 할 이유도 없었다. 오늘밤 괴레메로 떠나기로 결심했다.


이스탄불의 마지막날은 돌마바흐체 궁전과 그 주변을 돌아보기로 하고 숙소를 나섰다.




오늘도 어제 봤던 그 빵집에서 빵과 차이로 간단하게 아침식사를 했다. 역시나 다시 먹어도 이 집의 빵은 꽤 훌륭했다.






돌마바흐체 궁전으로 가기 위해서 먼저 탁심 광장으로 가는 구형 트램을 탔다. 역시나 꽤 오래된 듯 내부는 모두 목재로 만들어졌고 핸들도 마치 배의 키처럼 생겼다. 신형 트램에 비해 속도가 매우 느리기 때문에 아이들은 재미로 달리는 트램에 올라타거나 내리며 즐거워한다. 좁은 구시가를 지나다보면 탁 트인 곳이 나오는데 여기가 탁심 광장이다.


탁심 광장은 이스탄불의 구도심과 신도심 사이에 위치해 있으며 이 곳 주변으로는 현대식 빌딩들, 고급 호텔들과 상업시설이 많았다. 여기서 천천히 돌마바흐체 궁전까지 걸었다.


지난 며칠간 돌아다닌 이스탄불의 구시가와는 분위기가 많이 다르다.


돌마바흐체 궁전은 터키 사람들도 많이 찾는 곳인지 단체 관광객들이 제법 많았다.


역시 궁전이라 정원이 아름답게 꾸며져 있지만 그다지 넓거나 특이한 점은 없다.



궁전의 한쪽은 보스포러스 해협과 맞닿아 있다. 

배가 저 곳에 정박하면 술탄이나 귀족들이 배에서 내리던 곳이 아닐까.



돌마바흐체 궁전은 19세기 중엽 유럽의 여러 궁전을 본따 지었다고 하는데 들어가기가 무척 까다로웠다. 반드시 정해진 시간에 맞춰 가이드를 따라 투어를 하게 되어 있으며, 신발 위에 나눠주는 비닐 덧신을 신어야만 한다. 입장료도 꽤 비싸지만 들어가는 절차도 복잡했다. 게다가 내리쬐는 땡볕에서 예정된 투어 시간이 되기를 기다려야만 했다. 여행자에 대한 배려가 많이 아쉬웠다.


이렇게 복잡한 절차를 거쳐 들어갔으며 사진도 찍을 수 없었지만 아쉽게도 볼만한게 별로 없었다. 유럽의 여러 호화로운 궁전에 눈이 익숙해져버린 현대인들에게 단지 그들의 궁전 양식을 본따서 지었을 뿐인 이 궁전이 눈에 들어올리가 없는게 당연했다. 나에게 이스탄불에서 가장 의미없었던 여행지가 돌마바흐체 궁전이었다.


돌마바흐체에서 가장 즐거웠던 시간은 궁전 투어를 마친 후, 매점에서 고양이들과 놀며 보낸 시간이었다. 이스탄불에는 고양이가 정말 많았다. 게다가 하나같이 우아하고 예뻤다. 나는 원래 고양이보다는 개를 좋아했었는데 점점 고양이의 매력에 끌렸다.






특히나 이 잿빛 고양이는 정말 매력적이었다.


괴레메로 가는 버스가 출발하는 이스탄불의 버스 정류장은 가까운 지하철 역에서 내려 한참을 걸어야했다. 저녁 어두워진 후라 방향을 잡기도 어려워 여러번 현지인들에게 물어서 겨우 도착할 수 있었다. 도착한 버스 터미널에서는 버스 회사마다 각각 표를 팔고 있는데 버스 회사가 워낙 많아서 괴레메로 가는 버스 회사를 찾아서 표를 사는 것도 쉽지 않았다. 공통된 창구에서 어디로 가든, 어떤 버스 회사의 표든 살 수 있는 우리나라 버스 시스템은 세계 어디에서도 비슷한 곳을 찾기 힘들만큼 편리하고 훌륭하다는 생각이다.


괴레메로 가는 버스에 올라타고 보니 벤츠에서 만든 버스에 개인좌석마다 모니터가 달려 있고 무척 깨끗하고 훌륭했다. 동남아에서 지저분한 버스만 타다가 이 버스를 보니 눈이 휘둥그레졌다. 하지만 괴레메에서 내릴 때는 완전히 생각이 바뀌게 되었는데 터키어만 지원되는 모니터는 무용지물이었고 좌석은  좁고 불편했다. 차라리 좀 지저분하더라도 동남아의 버스가 훨씬 편했다. 약 12시간 후, 괴레메에 내렸을 때는 완전히 녹초가 되어버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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