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치도, 분위기도, 숙소도, 사람들도 모든 것이 좋았던 괴레메를 떠나려니 아쉬웠다. 특히나 여행자들의 평이 썩 좋지 않았던 파묵칼레니...
괴레메에서 파묵칼레로 가는 버스도 야간버스였다. 이제는 좀 익숙해질만도 했지만 새벽에 밤새 달려온 버스에서 피곤한 몸을 내리고 나도 정신은 한참이나 후에 돌아오곤 했다. 사실은 여기에 도착한 직후의 기억이 희미하다. 데니즐리에 도착한 후, 미니 버스를 타고 파묵칼레로 들어왔다는 것은 언뜻 기억이 나는데 미니 버스를 타기 전과 내린 후의 기억이 없다. 다만 미니 버스에서 피곤하고 멍한 눈으로 바라 본 경치만 단편적으로 기억이 난다.
정신이 돌아오고 정상적으로 신체 활동을 시작한 것은 파묵칼레에서 유명한 '일본인 아줌마의 라면집'에 들어서고 나서부터다. 사진도 그 곳부터 찍혀있다.
가게 터줏대감, 살찐 골든 리트리버 녀석이 어슬렁 거리며 손님들에게 먹을걸 요구한다.
그러다 요구가 안통하거나 요구가 만족되면 저렇게 벌러덩 드러누웠다.
터키의 음식이 썩 나쁘다고 할 순 없었다. 음식을 가리지 않는 내 입맛에는 충분히 맛있기도 했다. 하지만 터키에 도착한후 10일동안 빵과 고기 그리고 약간의 구운 야채만으로 지내다보면 어쩔 수 없이 절로 동남아에 있을 때 먹었던 얼큰한 국물이 생각났다. 괴레메에 있었다는 한국 음식점은 문을 닫았는지 수리중인 그때는 없었다. 열심히 인터넷 검색을 해서 파묵칼레에 라면을 먹을 수 있다는 것을 알아낸 곳이 이곳이었다.
야채가 듬뿍 들어가 라면은 그야말로 축처진 몸에 단비 같았다. 평생의 라면 중에 손에 꼽을 수 있는 라면이었다.(물론 라면 맛은 라면의 맛만으로 결정되는 것은 아니다.)
숙소를 잡고 오전에는 버스 안에서 구겨졌던 몸을 펴며 부족한 잠을 보충했다. 오후에는 당연한 통과의례처럼 동네 마실을 나섰다. 파묵칼레의 중심가는 대부분이 숙소나 음식점, 여행사였고 이 곳의 상징인 하얀 석회붕은 현지 사람들에게 묻지 않아도 쉽게 찾을 수 있을만큼 작은 동네다.
석회붕 아래에는 석회암을 통과한 온천물이 모여지는 연못이 있다. 물론 지금은 온천 수량이 줄어들어버린 덕에 흘리는 물의 대부분이 온천이 아니라 끌어온 물이라고 한다.
연못 주변에는 많은 오리와 거위 등등이 살고 있다. 연초록 연못과 오리들이 보기에 좋아보이지만 실상은 연못 주변은 이들의 변으로 지뢰밭에다 녀석들이 싸우는 소리에 꽤나 시끄럽다. 사진으로 보이는 것과 실상이 다르다는 것은 이런 작고 사소한 부분에도 적용된다.
터키의 중부에서부터 동쪽으로 갈수록 높은 산들이 많다. 특히 아르메니아의 접경지역에 있는 아라라트 산은 해발 5000m가 넘는다. 이 곳 파묵칼레에서도 멀리 눈덮인 고봉이 보인다.
하늘이 흐려지더니 비가 쏟아졌다. 파묵칼레의 짧은 동네 투어는 갑자기 쏟아진 비로 급히 막을 내렸다. 파묵칼레 석회봉에서 멋진 경치를 보려면 내일은 날씨가 좋아야할텐데 하는 새로운 걱정이 생겼다.
'세계여행(2012년) > 유럽/중동' 카테고리의 다른 글
파묵칼레에서 보드룸으로... (0) | 2014.11.29 |
---|---|
파묵칼레의 석회붕과 로마유적 (0) | 2014.11.28 |
지상에서 본 벌룬투어, 떠나기 아쉬웠던 괴레메 (0) | 2014.11.27 |
무모했지만 최고였던 내맘대로 트레킹 - 괴레메 (0) | 2014.11.26 |
볼거리 많은 그린투어 - 괴레메 (0) | 2014.11.25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