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을 다니면서 많은 맑고 깨끗한 에메랄드 빛 호수를 보았지만 그 중에서 가장 보기 힘들면서도 가장 오묘하고
아름다웠던 호수가 이번에 쓰게된 페루의 와라스 근처의 69호수이다.
69호수는 찾아가는 것부터 만만하지가 않았는데, 리마에서 와라스까지 9시간이었나... 꽤 긴거리를 버스를 타고
가야한다. 그리고 와라스에서 아침일찍 택시나 꼴렉띠보라는 현지 승합차 버스를 타고 가거나 현지 여행사의 교통편
을 이용해서 2시간정도의 비포장 도로를 간다.
리마는 바닷가에 위치한 도시이므로 해발고도가 해수면과 별 차이가 없는데 와라스는 3000m 정도이고, 트래킹을
시작하는 지점은 3800m, 69호수는 4600m가 넘기 때문에 고산지대에 적응이 덜된 여행자들은 트래킹 내내 힘들어
하기도 한다.
트래킹을 시작하기 전에 얀가누코 호수에 잠시 차를 세우고 사진을 찍게 해주는데, 이 호수도 다른 어느 호수들 못지
않게 아름다운 풍경을 자랑한다.
트래킹을 시작하는 지점은 평탄했고, 날씨마저 좋아서 3800m가 넘는 지점이었지만 전혀 힘들지 않았다. 하지만,
1시간쯤 지나고부터는 슬슬 오르막이 시작되는데 정면으로는 만년설이 쌓인 산봉우리, 좌우는 폭포, 뒤돌아서서 보면
확뚫린 골짜기의 멋진 풍경이 보이기 때문에 지루하지게 걸을 수 있다.
이렇게 두시간쯤 가다보면 마지막 가파른 언덕이 나타나는데, 이때까지 그다지 힘든 줄 몰랐지만 이 언덕을 넘을
때는 숨이 가빠서 헉헉대고 있었다.
언제 언덕이 끝나나 생각하면서 걷다보면 어느새 시야 끝에 보석보다 아름다운 푸른 빛이 보이게 되는데, 발걸음을
옮길때마다 이 보석이 점점 커진다.
[거친 돌들과 비교되는 호수는 정말 보석처럼 보였다.]
마침내 완전히 모습을 드러낸 호수는 왠만해서 밖으로 감정표현이 안나오는 나마저도 감탄이 나오게 만들었다.
호수는 만년설이 쌓인 산봉우리에 둘러싸여 있었고, 녹은 만년설이 바위를 따라 호수로 흘러내리며 폭포를 이루고
있었다.
[호수를 둘러싸고 있는 만년설]
시시각각 변하는 구름과, 맑고 서늘한 바람이 더해져 푸른 하늘과 에메랄드 빛 호수는 사진으로 느낄수 없는 벅찬
느낌이 들게 했다.
30분 가량을 멍하니 바라보고 있었다. 몇 시간을 보고 있어도 지루하지 않을 것 같지만 다시 내려가야만 했다.
짧기 때문에 더욱 강렬했는지 그 시간은 정말이지 소중한 기억으로 오랫동안 간직될 것이다.
* 내려가는 길에는 날씨가 급변하여 비가 쏟아지기 시작했다. 보통 오전에는 날씨가 좋고 오후에는 비가 온다고 한다.
* 꼴렉띠보를 이용하면 비용이 절약되겠지만 인원이 차야 출발하는데다 자주 있는게 아니기 때문에 시간을 아끼기
위해서 에이전시를 이용하는 편이 나은것 같다.(늦게 출발하면 걸음이 느린 사람은 69호수까지 못갈 수도...)
* 한국 배낭여행자들은 리마에서 남미여행을 시작하는 경우가 많은데 그런 경우에 고산지대에 적응이 안된 상태에서
바로 트래킹을 시작하면 고산병에 시달릴 수 있으므로 시간 여유가 있는 사람들은 와라스에서 적응하는 시간을 갖는
게 좋다. 고산병을 대수롭지 않게 여길 수도 있지만 심한 사람은 병원에 입원하기도 한다.
* 와라스에서 유명한 또 하나의 트레킹은 산타 크루즈 트레킹인데, 며칠간 강행군 해야하는데다 만족도도 그리 높지
않은 것 같아서 패스했었는데 다시 방문한다면 한번 도전해보고 싶다.
'세계여행(2012년) > 베스트 여행지' 카테고리의 다른 글
띠띠까까 호수1(볼리비아 코파카바나) (0) | 2013.02.25 |
---|---|
알프스(스위스) (0) | 2013.02.03 |
우유니와 에두아르도 아바로아 국립공원(볼리비아) (0) | 2013.02.01 |
까미노 데 산티아고(스페인) (1) | 2013.01.31 |
엘찰튼(El chalten, 아르헨티나) (0) | 2013.01.27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