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목을 뭐라고 해야할지 한참 고심했다가 그냥 알프스라고 해버렸다.

아시다시피 알프스는 스위스를 중심으로 프랑스, 이탈리아, 오스트리아, 독일에 걸쳐있는 커다란 산맥인데, 이 산맥을

여행지라고 하기에는 범위가 너무 넓었다. 그런데, 제목을 마터호른이나 융프라우라고 하자니 이것들은 알프스의 

봉우리 이름인데 의미가 지나치게 협소하다.

좀 무리가 있더라도 스위스의 알프스라고 한다.


스위스는 배낭여행을 하기는 편하지만, 물가가 너무 비싸기 때문에 마음은 그다지 편치 않은 곳이다. 철도 교통이 

매우 잘 되어 있고, 유레일 패스가 없는 여행자더라도 철도나 케이블카를 반값에 이용할 수 있는 티켓도 있으므로 

계획을 잘 세우면 생각보다는 교통비를 절약할 수 있는 방법이 많다. 하지만, 비싼 숙소와 음식은 여행자를 불편하게

만든다.

내가 갔을 때, 빅맥세트가 12프랑(약 15000원), 푸드코드의 가장 싼 메뉴가 20프랑 내외(대략 25000원), 호스텔의

도미토리가 40~50프랑이었다. 


알프스에서 돈을 절약할 수 있었던 방법은 부엌을 갖춘 호스텔에서 대부분의 음식을 해먹는 것이다. 점심까지도 샌드

위치를 만들어서 다녔다.

아무리 물가가 비싼 나라라하더라도 기본적인 식재료가 우리나라보다 비싼 나라는 없었다.(농담이 아니다.)

저녁에는 소고기를 사서 스테이크를 해먹어도 1만원 정도면 혼자 먹을만큼은 살 수 있다. 바게트 빵이나 햄, 치즈, 

우유, 주스를 사서 아침과 점심을 해결할 수 있다.

한국교포분이 하는 호스텔에도 묵었었는데 거기는 부엌이 없었고, 식사 제공을 하지 않기 때문에 비용 절약은 불가능

했다. 분명한 장점도 있는 반면에 단점도 있으므로 개인이 선택할 문제이지 뭐가 낫다고 할 수는 없다.


여행을 오래하다보면 여행지의 문화와 자연경관만 보는게 아니라, 우리의 모습과 그네들의 모습을 비교하게 되고,

우리가 나은 점과 부족한 점을 생각하게 된다.

대부분의 여행지에서 느낀 것은, 우리나라는 공공요금은 국민의 생활 수준에 비해 무척 저렴한 편이지만, 의식주와 

관련된 물가가 지나치게 비싸다는 점이다. 우리나라 사람들의 삶의 만족도가 다른국가의 국민들에 비해 낮은 점은 

기본적인 의식주와 관련된 물가가 지나치게 비싸다는 점도 있지 않을까 싶다.

2010년 기준으로 1인당 국민소득이 7만불에 가까운 스위스보다 2만불이 조금 넘는 우리나라의 식료품 물가가 비싸

다는건 분명히 큰 문제인거다.


스위스의 여행은 루째른에서 시작했다. 루째른은 깨끗하고, 아름다운 도시이기는 하지만 본격적인 알프스를 느끼기에

약간은 부족한 도시이다. 하지만 교통편이 잘 되어 있어서 다른 도시에서 가기 쉽고, 리기산이나 티틀리스 산이 가까

이 있으므로 시간이 많지않은 여행자들은 방문할만 하다. 하지만, 융프라우나 마터호른을 방문할 계획이 있는 방문자

면 루째른에 머무는 일정을 줄이고 융프라우나 마터호른에서 더 오래 머물길 추천하고 싶다.


위 사진은 너무나 유명한 루째른의 카펠교인데 그냥 다리구나... 하는 느낌이다.

물위에 떠있는 휴지처럼 보이는 것들은 큰건 고니이다. 고니가 참 많았는데 보기엔 우아하지만 실제론 너무 큰데다

상당히 사나워서 고니들이 몰려들면 다른 새들은 슬금슬금 피한다.


[루째른의 성곽에 올라가서 본 풍경. 날씨가 흐린게 좀 아쉽다.]


루째른에서 유명한 또 하나의 기념물은 '빈사의 사자상'이다. 프랑스 혁명당시 루이 16세와 마리 앙투아네트 왕비를

지키다 전멸한 786명의 스위스 용병을 기리기 위해 화강암 벽면에 새긴 조각물로 여행에 관심이 있는 사람이면 한번

쯤 보았을 것이다.

나에게는 별다른 느낌이 없었다. 여행 5개월째여서 무덤덤해졌나 싶었는데 의외로 그런 사람들이 많다.


루째른 근교 티틀리스 산을 가기 위해서는 페리를 타고 호수를 건넌 후, 기차로 갈아탔다. 물론 기차만 타도 갈 수 있

지만 경치도 구경할 겸 다들 이렇게 간다.


[티틀리스 산을 오르는 케이블카에서 본 정경]


티틀리스 산은 해발 3000m가 조금 넘는다. 케이블카를 세번정도 타고 한참을 올라가면, 만년설을 깎아 만든 동굴을

통과해서 산꼭대기로 갈 수 있다.


아랫쪽에는 날씨가 그다지 나쁘진 않았는데, 산꼭대기에는 구름이 많아서 아쉽게도 제대로된 경치를 볼 수 없었다.

여행중에 여러차례 느끼는 것이지만, 여행은 복불복이다. 다른 사람이 경험했다고 해서 나도 그럴거라 장담할 수 

없다. 그래서 여행이 더 흥미진진해진다.


[티틀리스 꼭대기에는 구름이 끊임없이 생겼다가 없어졌다.]

[티틀리스에서 내려와 역까지 걸어가는 중]


알프스에서 가장 유명한 산은 아마도 마터호른과 융프라우요흐일 것이다.

마터호른은 체르마트라는 마을을 통해 갈 수 있는데, 체르마트도 알프스 깊은 골짜기의 산골마을이기 때문에 해발

1600m가 넘고, 7월이었음에도 아침저녁으로는 쌀쌀하다못해 춥기까지 했다.

특히나 체르마트가 유명하게 된 것은 자연보호를 위해 특별한 경우를 제외하고는 내연기관을 가진 자동차를 사용하지

않는 것 때문이다. 아래 사진처럼 승용차, 택시, 버스, 화물차가 모두 비슷하게 생긴 전기자동차이다.

체르마트에 있었던 닷새동안 내연기관을 사용하는 자동차는 한번 봤는데, 쓰레기차였다. 아마 특수 목적용 자동차는

전기차로 만들기 어렵기 때문인가보다.

[택시비가 무지막지 비싸기 때문에 타보지 못했지만 마을이 작아서 탈 필요도 없다.]


마터호른만 보고 다른 도시로 이동하는 여행자가 아니라면 트래킹을 해볼 것을 추천한다.

관광안내소나 숙소에 비치된 지도에서 자신에게 알맞는 코스를 고른다음, 체력에 자신이 있는 사람은 트래킹이 시작

되는 지점까지 걸어서 올라가고, 자신이 없는 사람은 산악기차나 케이블카를 타고 시작지점까지 가면된다.

나는 중급코스 1곳, 초급코스 1곳을 걸었는데 그다지 어렵지 않았다.

트래킹코스 시작점까지 올라가는 케이블아 안에서


[트래킹코스 시작점까지 올라가는 케이블카 안에서. 저 멀리 구름에 쌓인 마터호른이 보인다.]


[트래킹코스 저 멀리 빙가 보이고, 길 옆으로 야생화가 흐드러지게 펴있다.]


[트래킹코스에서 만난 산장겸 레스토랑]


[이날은 구름이 많아서 무척 아쉬웠다.]


그 다음날은 아침부터 비가 제법 쏟아졌다. 티틀리스에서도 구름 때문에 그랬는데, 마터호른의 날카로운 위용을 볼 수

없나보다 하고 아쉬워하면서 어두컴컴한 레스토랑에서 다음에 가야할 곳의 정보를 검색했다. 그러다 밖으로 나왔는데

불과 두세시간만에 비가 개고 마 터호른이 위용을 드러냈다.

[체르마트 마을 다리위에서면 마터호른이 깨끗하게 보인다. 관광객들 뷰포인트]


며칠만에 맑아진 날씨에 다음 계획을 모두 연기하고 여기서 며칠 더 머무르기로 했다. 이렇게 맘에 드는 곳에서는 더

있을 수 있는게 장기 배낭여행자들의 특권이다. 

그리고, 오후가 많이 지나있었지만 부랴부랴 케이블카를 타고 올라갔다. 내일은 또 어떻게 바뀔지 알 수 없는게 산악

지방 날씨니까.


다음날, 일어나자마자 날씨를 확인했다. 다행히 오늘도 맑음이다.

마터호른은 4500m에 가까운 높이에 뾰족한 봉우리로 전문 산악인이 아니면 올라갈 수 없다. 마터호른에 가까운 

봉우리(4000m)까지 올라갈 수 있는 케이블카를 타려고 하였으나, 가장 높은 곳을 운행하는 케이블카가 테크니컬한 

문제로 오늘은 운행이 중지되었단다. 역시, 여행은 복불복이다. 그래도 어제까지 비가 내렸으니 오늘 맑은 마터호른을

 볼 수 있는게 어딘가 싶었다.


[두번째 높은 전망대에서 찍은 마터호른. 정확히 기억나진 않지만3500m 가까이 되었던것 같다.]


[세번째 높은 전망대에서 본 마터호른. 이쪽 방향이 평소 사진에서 보던 모습과 비슷하다.]


다음으로 융프라우와 아이거를 보기 위해서 그린델발트로 갔다. 당일치기로 융프라우 산악열차를 타고 올라갔다가

다른 도시로 떠나는 여행자들은 보통 인터라켄에서 머물고, 트래킹을 한더던가 며칠 머무는 여행자들은 산과 더 가까

운 그린델발트나 라우터브루넨쪽에서 머문다.

나는 그린델발트에 있는 호스텔에서 머물렀는데, 아침식사도 꽤 잘나왔고, 무엇보다 언덕 위에 있어서 경치가 정말 

좋았다.

[호스텔 마당에서 본 풍경]


[호스텔 입구에서 보이는 아이거]


융프라우 꼭대기까지 올라가는 산악열차가 있지만, 걸으면서 알프스를 보고 싶었기 때문에 트레킹 코스를 한군데

정해서 걷기로 했다.

[케이블카를 타로 가는 길]


[트래킹 중. 산 아래에 그린델발트가 보인다.]


[7월의 알프스는 들꽃이 흐드러지게 피어있었다.]


[트래킹 코스는 아이들도 걸을 수 있을만큼 평이하다.]



[아이거를 보면서 걸을 수 있는 트래킹 코스]


[날씨가 나쁘지 않았음에도 아이거는 구름에 싸여 완전한 모습을 드러내지 않았다.]


스위스를 여행하면서 알프스의 아름다움에 놀라고, 그 험하고 거친 자연을 보호하며 개발해온 스위스인들에 놀랐다.

우리나라에서도 요즘 자연을 개발하는 것과 유지하는 것 사이에 종종 마찰이 발생한다. 그럴 때 보통은 자연을 유지했

으면 하는 입장이었지만 이들처럼 개발한다면 나쁘지 않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다만, 꼭 필요한 부분에서 제대

로 해야할 것이다.


스위스는 자연을 좋아하는 여행자라면 비싼 물가에도 불구하고 들러볼만한 멋진 곳이다. 스위스에 갔다면 쮜리히나 

제네바 같은 도시에 있는 시간을 줄이고, 직접 걸으면서 알프스를 보도록 권하고 싶다.


[7월 알프스에 핀 들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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