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토루아는 뉴질랜드 북섬의 중앙 윗쪽에 위치한 여러 개의 호수로 이루어진 곳이다. 이곳은 뉴질랜드의 토착민인 마오리족들의 문화가 잘 남아있는 곳이며, 특히 와카레와레와(Whakarewarewa)라는 지열지구가 있어서 포후투 간헐천을 비롯해서 화산활동으로 만들어진 다양한 풍경을 볼 수 있는 곳이다. 그 외에도 호수나 그 주변 산악지대, 계곡에서 여러가지 액티비티를 즐길 수 있는데 수상스키, 산악자전거, 스카이다이빙, 래프팅, 번지점프 등을 할 수 있다. 그 중에서도 수상스키와 산악자전거는 세계선수권대회가 열릴만큼 유명하다고 한다. (위키참조)
여러가지 액티비티를 할 수는 있는 것은 좋지만 가격이 만만치 않다. 스카이다이빙은 다이빙을 시작하는 고도에 따라서 가격이 달라지고, 자신의 다이빙을 동영상으로 남기기 위해서는 가격이 더 높아진다. (동영상으로 남기기 위해서는 가이드 외에 다른 사람이 한 명 더 다이빙을 해야하기 때문에) 한번 스카이다이빙이나 번지점프를 하는데 3,40만원쯤은 거뜬히 했던 것으로 기억한다. 장기여행자들이 스카이다이빙을 동구권이나 남미에서 하는 이유는 가격 때문이다. 그나마 가장 저렴한 액티비티인 래프팅을 예약하고 숙소를 나섰다. 래프팅이라도 뉴질랜드니까 훨씬 흥미진진할거라는 기대를 잔뜩하고서...
한적한 로토루아 시내. 이곳이 로토루아의 가장 중심지역이다.
숙소에서 멀지않은 로토루아 호수로 걸었다. 호숫물이 맑고 깨끗한 정도까지는 아니었지만 호숫가에 고니와 오리들이 느긋하게 떠있어서 한적한 느낌을 더해주고 있었다. 찍은 사진을 보고 있으니 독일 퓌센지방에서 자전거를 타고 갔던 그 호수와 경치가 매우 비슷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먹이를 찾아 물밑으로 머리를 쳐박은 새끼 고니. 녀석의 퉁퉁한 궁뎅이를 토닥토닥해주고 싶은 기분이다.
뉴질랜드의 여름은 한국에 비해 비가 자주 내리는 것은 같지만 훨씬 덜 덥고, 흐렸다.
호숫가에서 오전 반나절을 보내고 오후에는 숙소로 마중 온 여행사 버스를 타고 래프팅을 하러 갔다. 여행사에서 이런저런 주의사항과 설명을 듣고 다시 차를 타고 상류로 향했다. 그날 예약한 사람들을 고무보트 2대에 나눠 태우고 래프팅을 시작했다.
한마디로 래프팅은 시시했다. 거리도 워낙 짧아서 조금 저어서 가다 멈추고 한참 이야기로 시간을 때우기를 여러차례 했다. 래프팅이라기보다는 그냥 물살을 타고 천천히 흘러가는 수준이었다. 래프팅 같았던 곳은 단 두 곳이었는데 그 중에 한 곳은 수미터 정도되는 작은 폭포여서 내려가다 결국 배가 뒤집어졌다. 하지만 폭포 밑으로는 급류가 아니라 물살이 아주 느린 곳이어서 배가 뒤집어지며 아래로 들어가더라도 그냥 밑으로 나오면 된다. 귀가 아프게 주의사항을 들었던 것 치고는 무척 시시했다.
안전에 대해 주의하는 것은 얼마나 자주 하건 충분히 중요한 일이고, 우리 주위에서는 그런 것에 소홀하는 바람에 종종 큰 인명사고가 생기기도 한다. 뉴질랜드 사람들의 안전에 대한 생각은 무척 바람직했지만 그것도 뭔가 그럴만한 것이 있어야 의미가 있다. 호숫가에서 오리보트를 타는데 주의사항을 30분 넘게 들어야 한다면 타는 사람이 아무도 없을거다. (영어를 빨리빨리 알아듣지 못한다고 구박을 먹어서인지 이 래프팅은 별로 기억이 좋지 않다.)
아주 오래전, 아마도 2000년대 초반에 동강으로 래프팅을 갔던 적이 있다. 당시에 우리나라에서 래프팅이 새로운 레저로 한참 뜨던 시기라 동강에 수없이 많은 고무보트가 띄워지던 시기였다. 그때 단 한번 래프팅을 했었는데 마침 전날 비가 좀 내린 뒤여서 물이 많고 물살도 제법 빨랐다. 그때와 로토루아에서 했던 래프팅을 비교하라면 전자가 훨씬 래프팅답다. 뉴질랜드에서 할 수 있는 수많은 액티비티가 있지만 래프팅은 좀 아닌 것 같다.
래프팅을 마치고 여행사로 돌아오니 날씨가 개었다.
여행사 주변으로 수국이 마치 들꽃처럼 피어있었다.
지나가다 우연히 한국음식점을 발견하고 먹은 오징어덮밥. 딱히 맛있진 않지만 그래도 고추장맛을 보는게 어딘가.
'세계여행(2012년) > 오세아니아' 카테고리의 다른 글
거대한 분화구, 타우포 호수 - 타우포 (3) | 2016.04.22 |
---|---|
지구의 물감, 악마의 팔레트 - 로토루아, 와카레와레와 (0) | 2016.04.07 |
동굴속에 펼쳐진 은하수 - 와이토모 (1) | 2016.03.28 |
대도시일까, 전원도시일까? - 오클랜드 (0) | 2016.03.27 |
마지막 대륙, 오세아니아로 향하다 - 오클랜드(뉴질랜드) (0) | 2016.03.20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