볼리비아 코파카바나에서 아침에 버스를 타면 국경을 지나 점심때쯤 페루 푸노에 도착한다. 동남아에서도 12시간 가량 걸리는 야간 버스를 자주 탓지만 남미에서는 툭하면 24시간 버스였기 때문에 반나절 정도 거리는 매우 짧게 느껴진다.

[페루쪽에서 바라본 볼리비아-페루 국경, 아침부터 많은 사람들이 국경을 넘는다]

[페루쪽 국경 모습, Peru 디자인이 예뻐서 찍었는데 티셔츠, 배지 등등 많은 곳에서 사용되고 있었다]


푸노 버스터미널에서 택시를 타고 도착한 광장에는 축제가 있는지 많은 사람들이 모여있었고, 길바닥에 여러 색깔의 모래와 꽃잎 등을 사용해서 그림을 그리고 있었다. 여행중에 생각지 못했던 볼거리가 생기면 왠지 공돈이라도 생긴듯한 기분이 들고, 마음은 설렌다.

 

[골목 곳곳에 그려진 모래그림, 아주 정성스럽게 그리고 있다]

모래 그림을 좀 더 구경하고 싶었으나 배가 무척 고팠고, 첼시 대 맨유라는 EPL 빅게임이 있었기 때문에 나중에 보기로하고 바쁘게 축구경기를 중계하는 레스토랑을 찾았다. 그렇지만 두시간 후, 축구 경기가 끝나고 나온 골목에는 이미 모든 모래 그림이 치워져 있었다. 정성스레 그린 그림을 완성하자마자 치워버리는건 왜 그러는건지 알수없다. 그러나, 축제는 이제부터 시작이라는게 다행이었다.

대부분의 카톨릭 국가에서는 성인의 날이나 축제일에 성당의 성모상이나 성인상을 가마에 태우고 퍼레이드를 하는데 이 퍼레이드가 끝난 후에 본격적인 축제가 시작된다.(생각해보니 카톨릭 국가뿐만 아니라 불교국가도 마찬가지. 태국 송크란 축제때는 치앙마이의 모든 절에 있는 불상을 가마에 태우고 퍼레이드를 했었다.)

퍼레이드가 끝난 후, 전통복장을 입은 남녀들이 빙글빙글 도는 춤을 추고 뒤에서는 악단이 따라 가면서 연주를 하는 행렬이 계속되었다.

[자신의 차례를 기다리는 전통복장을 한 페루여인들]

[손에는 나무로 만든 악기를 돌리면서 자신도 빙글빙글 도는 춤을 춘다]

[춤에는 전혀 감각없는 나도 흥겹고 정다운 느낌이 들게한다]

[마을 사람들이 모두 참여한 소박한 동네 마을 악단 같다]

[어딜가도 축제를 가장 즐기는 사람은 아이들이 아닐까?]


축제 초반에는 마을 사람들로 구성된듯한, 화려하고 멋있진 않아도 소박한 옷차림과 악단으로 구성된 팀들이 춤을 추면서 행진을 한다. 뒤에는 대규모 인원에 화려한 장식으로 꾸민 무용수들과 브라스 밴드로 구성된 팀들이 나오는데 나에게는 누구나 축제를 즐기는 듯한 소박한 팀들이 훨씬 좋게 보였다.

[리오 카니발처럼 크고 화려하진 않지만 참여한 사람도 구경하는 사람도 즐기는듯해서 보기 좋았다] 

푸노가 그리 크지 않은 도시다보니 관광객도 많지 않아서 구경하는 사람들은 현지인들이 대부분이고, 구경하는 현지인보다는 축제에 참여한 현지인들이 더 많았다. 그야말로 관광객들을 끌기위한 상업적인 축제가 아닌, 그네들이 즐기는 축제인듯해서 더욱 부럽고, 좋았다.

어느 신문에선가 우리나라가 축제가 가장 많은 나라라는 기사를 봤다. 지자체에서 수많은 축제와 행사를 하지만 정작 거기서 살아가는 사람들이 즐기는 축제는 거의 없는게 아쉽다. 돈벌이의 수단으로 보기보다 열심히 살다가 특별한 날 마음놓고 즐길수 있는 개념이라면 그것이 진정한 축제가 아닐까.


[축제에 참여한 꼬마 무용수, 눈빛이 제법이다]

[자신의 차례를 기다리는 팀들의 줄이 끝도 안보이게 이어져있다]

[몇 시간동안 차례를 기다리면서도 연습을 계속한다]

[축제에 먹거리가 빠질 수는 없는 법. 어렸을적 운동회하고 비슷하다]



밤이 되어도 축제는 계속되고, 마지막으로 성당에서 나온 성인의 상을 다시 성당안으로 모시는 일로 축제가 끝난다. 그리고, 마지막은 당연히 불꽃놀이.

예상치못한 축제를 즐기고나서 푸노의 축제에 대해서 찾아보니 매년 2월 2번째주에 2주동안 칸델라리아 성모제가 열리는데 커다란 가면을 쓰고 악마의 댄스를 춘다고 한다. 내가 10월말에 봤던 이 축제는 칸델라리아 성모제의 축소판이었던 걸까?


푸노에서의 띠띠까까 호수

푸노에서 할 수 있는 띠띠까까 호수 투어중에서 가장 유명한 것은 우로스섬 투어이다. 우로스섬은 띠띠까까 호수의 갈대로 만들어진 섬으로 이 투어는 우로스 섬에서 예전 생활 모습대로 살아가는 사람들의 삶을 엿보는 투어이다. 하지만  나에게는 너무 상업적으로 물들어버린 씁쓸한 느낌이 강했다.

[우로스 섬로 가는 길, 물이... 녹색이다]

[갈대 수로를 따라 녹색 물보라를 일으키며]

[멀리 물위에 떠 있는 우로스 섬이 보인다]

[하나의 큰 섬으로 되어 있는게 아니라, 몇몇 집들끼리 모인 조그만 섬 여러개로 되어 있다]

[가이드 아저씨가 갈대로 어떻게 섬을 만들었는지 한참 설명해준다. 솔직히 지겹다.]

[수를 놓고 있는 아낙네. 전부 관광객에게 팔기 위한 것이다.]

[마을이라기 보다는 관광객에게 기념품을 팔기 위한 곳 같아서 아쉽다.]

[마지막으로 현지 아낙네가 노를 젓는 전통 갈대배를 10분 정도 탄다. 투어비에 비포함.]


푸노는 드넓은 띠띠까까 호수에서 안쪽으로 깊숙히 들어간 부분에 위치하고 있기 때문에 물이 좀 더럽다. 띠띠까까 호수가 다 그런건 아닌데 푸노만 방문한 여행자들은 착각할수도 있겠다.

우로스섬 자체는 예전 띠띠까까 호수 위에 살던 잉카인들의 삶을 볼 수 있어서 의미가 있지만, 지나치게 상업화된게 아쉽다. 물론 그네들도 먹고 살기 위한 거라고 하더라도 분명 적정선을 넘어온 느낌이다.

볼리비아의 코파카바나도 페루의 푸노도 나름의 매력을 지닌 곳이긴 하지만, 띠띠까까 호수를 보기 위한 여행자라면 개인적으로는 코파카바나쪽이 더 나은 것 같고, 특히나 태양의 섬 트레킹을 강하게 추천하고 싶다. 하지만, 코파카바나는 작은 마을이라 볼거리가 없기 때문에 그 밖에 다른 구경거리를 원한다면 푸노도 나쁘지 않다. 칸델라리아 성모제 에 방문하는 여행자라면 물론 푸노를 빠뜨릴 수 없다.


나는 두 도시 모두 무척 좋은 느낌을 갖게 되었다. 다시 가더라도 두 도시 모두 방문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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