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 해산물 요리에 흠뻑 빠져서 빨렝께에 대한 이미지가 엄청 올라갔지만 사실 빨렝께는 인구 10만이 조금 넘는, 산 크리스토발 데 라스 까사스보다 더 작은 도시이다. 게다가 주변은 모두 밀림지역이라 딱히 볼거리가 많은 것 같지 않았다. 


여행자들이 이곳을 찾는 이유는 대부분 마야유적을 보기 위해서다. 지금까지 이미 여러곳에서 마야유적을 봤었고 앞으로 치첸잇사나 툴룸에서도 볼 예정이지만, 1987년 세계문화유산으로 지정되었으며 (우리에겐 치첸잇사나 툴룸이 훨씬 유명한 유적이지만) 멕시코의 유적 중에서 가장 유명한 곳 중 하나라니 그냥 지나치기도 꺼림직했다. 게다가 산 크리스토발 데 라스 까사스에서 다음 여행지인 메리다까지 바로 가기에는 꽤나 먼 거리였기에 중간에 한번쯤 들를만한 곳이 필요하기도 했다.


숙소에서 빨렝께 유적까지 가는 방법을 대충 물어보고 길을 나섰다. 유적까지는 빨렝께 중심가에서 버스를 타고 가야했는데 숙소가 몰려있는 지역과 도시 중심가는 조금 떨어져있어서 주변을 구경하며 천천히 걸었다.


사진에서 보기에는 그다지 높아보이지 않지만 꽤 크고 높은 나무였다.

고도가 낮은 열대우림 기후라 확실히 나무들이 크고 무성했다.


커다란 나무 둥치에 송충이처럼 보이는 뭔가가 잔뜩 붙어있었다.

처음엔 커다란 벌레인줄 알고 기겁했지만 자세히 보니 선인장처럼 가시가 잔뜩 난 식물이었다.

커다란 식물에 붙어 기생하는 종류가 아닌가 싶은데 생태계의 한 부분이지만 징그럽게 느껴지는건 어쩔 수 없었다.


물어물어 버스타는 곳까지 갔지만 출발 시간이 좀 남았고, 식사도 해야하는터라 근처 현지인들이 이용하는 식당에서 들어가서 샌드위치를 시켰다. 멕시코에서는 음식을 시키고 후회한 적이 거의 없다. 큼직한 빵에 고기와 치즈, 야채가 채워진 저렴한 샌드위치는 한끼 식사로 충분했다.



시내에서 빨렝께 유적으로 가는 버스는 대부분 그렇듯이 승합차였다. 버스는 시내를 벗어나 밀림 깊은 곳으로 들어갔다. 밀림이라서 길이 험하거나 그렇진 않았다. 워낙 유명한 유적지다보니 길도 잘 닦여있고 시내에서 그다지 멀지도 않았다.


빨렝께 유적으로 들어가는 입구


입장권을 사서 유적 입구를 통과하면 울창한 숲사이로 난 길을 조금 걸어서 들어가야 한다. 길이 끝나면 넓은 잔디밭에 거대한 마야 유적들이 펼쳐져 있다.



빨렝께 유적은 대부분 서기 6세기 무렵에 세워졌는데 띠깔이나 치첸잇사 등의 유적보다 크기는 훨씬 작지만 고고학적인 가치는 두 유적에 못지않고 한다. 특히 빨렝께 피라미드의 지하에서 유골이 발견됨으로서 이집트의 피라미드는 무덤이고 마야의 피라미드는 신전이라는 학설이 힘을 잃었다. - 위키피디아




빨렝께 유적은 오랜 세월 정글에 묻혀 있다가 1949년에서야 발굴이 시작되었고, 일반인들에게 개방된 것은 1960년대에 들어서였다. 하지만 현재 발굴이 완료된 부분은 전체 유적의 겨우 10%에 지나지 않는다고 한다.

아직도 조금씩 발굴과 복원이 계속되고 있다.








빨렝께 유적중에서 회반죽으로 만든 부조가 특히 유명하다고 하는데 어떤 학술적 가치가 있는지는 잘 모르겠다. 유적 곳곳에 보존상태가 좋은 회반죽 부조들은 간단하게 비바람을 막을 수 있는 차양막이 설치되어 있었다.





언덕위에 지어진 집처럼 보이지만 실제 저 언덕 아래에는 거대한 석조건축물이 묻혀있다.






이 곳은 마야인들의 구기 경기장처럼 보인다. 치첸잇사나 다른 유적에 남아있던 경기장 모습과 매우 비슷한데 아직 제대로 발굴이 이뤄지진 않은 것 같다.

빨렝께 유적에서 나오다보면 숲속에 맑은 물이 흐르는 시내를 볼 수 있다. 유적 근처에는 강도 있고, 맑은 물이 흐르는 시내도 있었으니 마야인들이 이처럼 문명을 이룩하고 오랫동안 살아올 수 있었을 것이다.




유적에서 돌아올 때는 버스 타는 곳을 몰라 조금 헤맸다. 그래서, 시내에 도착했을 때는 날이 어두워지고 있었다. 빨렝께에서 유명하다는 아이스크림 가게에서 잠시 쉬었다. 역시나 여행 다니면서 괜찮다는 아이스크림을 여기저기서 먹어봐도 피렌체처럼 눈이 휘둥그레지는 경험은 할 수 없었다.


빨렝께 시청사였던 것 같다.


빨렝께시청 앞 광장

내일이면 메리다로 떠나야한다. 거기는 바다와 더 가까우니 훌륭한 해산물요리가 더 저렴할지도 모르지만 오늘 즐기고 싶은 것은 내일로 미루지 말아야한다는 핑계로 다시 해산물 레스토랑을 찾았다. 충분한 양이 나오리라 생각하고 어제에 비해 적은 요리를 시켰긴했지만 막상 나온 요리는 내 예상을 뛰어넘었다. 새우요리를 시키면 새우 한두 마리와 대부분은 야채나 다른 것들로 채워지는 것과 다르게 새우요리에는 새우가 제일 많아야 한다는 내 기대를 완전히 충족시키고 있었다.

몇 년동안 먹을 새우보다 단 2주간 먹은 새우가 더 많았던 멕시코 새우여행이 시작되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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