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튿날, 어제 잠시 둘러본 구시가에서 로도스 여행을 본격적으로 시작했다. 기원전에 지중해 무역의 중심지로 발전한 도시국가이며, 세계 7대 불가사의 중 하나인 로도스의 거상으로 유명한 로도스는 지진으로 인한 파괴와 로마의 확장으로 쇠하였다. 다시 본격적으로 역사에 등장하게 된 계기는 오스만 투르크의 침입으로 성 요한 기사단이 본거지를 이스탄불에서 이 곳 로도스로 옮기게 되면서부터이다.
그래서, 로도스의 구시가는 커다랗고 거대한 성곽으로 둘러쌓여 있다. 물론 로마나 중국처럼 세계에서 최고로 강대했던 국가의 도시만큼은 아니지만 일개 기사단이 이 정도로 거대한 성을 쌓았다는 것, 그리고 당시 최강국이었던 오스만 투르크의 군사력에 대항하여 200년이 넘게 이 곳에서 이슬람의 유럽진출을 막아왔다는 것이 정말 놀라웠다. 옳고 그름을 떠나 그들의 수백년에 걸친 신념이 경이롭다.
구시가 내에 있는 조그만 정교회의 모습. 크기는 작지만 내부는 상당히 화려하다.
정교회의 교회는 서유럽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카톨릭 교회와는 구조와 모양이 많이 달랐다.
도시 곳곳에 중세 전쟁시 거대한 투석기로 쏘았음직한 돌덩어리들이 놓여있다. 실제 사용되었던 돌덩어리인지는 모르겠지만 때로는 도로와 인도를 구분짓는 경계석으로, 때로는 장식용으로 쓰이고 있다.
이전에도 썼지만 로도스가 매력적인 또 하나의 이유는 보존된 중세 도시 안에서 지금도 사람들이 현대를 살아가고 있다는 것이다. 관광지로써가 아니라 순수한 도시로서의 생명이 아직도 유지되고 있어서 멸종된 동물의 박제가 아니라 실제 살아있는 희귀한 동물을 보는 듯한 기분이 든다.
골목마다 수퍼마켓, 정육점도 있고, 집 현관에는 꽃을 걸어놓았다. 오래되고 낡아 무너져내릴 것 같아 보이는 길이지만 한쪽 골목에서 중세 복장을 한 사람들이 쏟아져나온다해도 전혀 이상하지 않을 것 같은 그런 분위기다.
로도스답게 기념품 가게에도 중세시대의 갑옷이나 무기를 파는 곳, 그리스 신들과 관련된 기념품, 그리고 성 요한 기사 단 복장을 한 기사들이 기념품의 대부분이다. 기념품이 무척 다양하고 정교해서 사고 싶은 생각이 들었지만 가지고 다닐 수도 없을 뿐만 아니라 무척 비쌀 것 같았다.
성밖으로 나가는 작은 문. 전쟁을 목적으로 쌓은 성 답게 외성과 내성으로 나뉘어있고 사이에는 넓은 해자가 있다. 성벽의 두께도 만만치않게 두껍다.
오래전 적들의 침입을 막기위해 외성과 내성 사이에 만든 넓은 해자는 지금은 잔디밭으로 변해서 가족들의 야유회 장소가 되었다. 유치원에 다닐 나이인듯한 아이들의 달리기 경주와 결승선에서 그 아이들의 모습을 카메라에 담는 부모들의 모습이 우리네 모습과 똑같다.
해자의 가운데로 난 길과 잔디밭의 경계석은 드문드문 박혀있는 둥글고 큰 돌들이다. 그 길에서 덩치 큰 아빠가 조그만 아들과 눈높이를 맞추고 뭔가를 열심히 이야기하고 있다. 이야기하는 아빠와 그 아빠를 바라보는 아들의 모습이 너무나 정겹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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