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디어 보름 남짓한 터키 여행을 마치고 그리스로 가는 날이다. 터키에서 그리스로 가는 방법중에서 지중해를 통해서 가장 짧은 시간으로 가장 저렴하게 가는 방법은 터키 보드룸에서 그리스 코스로 배를 타고 가는 방법이었다. 아침 일찍 선창장에서 배를 타면 점심은 코스에서 먹을 수 있다.



보드룸에서 방금 출발한 배 안에서.



코스나 앞으로 갈 로도스는 그리스 본토에서 상당히 멀리 떨어져있고 터키와는 국경을 맞대고 있다. 그래서 이쪽은 우리나라에 별로 알려져있지 않았서 한국 여행자들도 많지 않다. 특히 로도스는 그리스에서 두 번째로 큰 섬이면서 중세 십자군 전쟁의 한복판에 있었던 역사적으로 매우 중요한 곳이다. 그래서 유럽의 지중해 크루즈 여행에서도 빠지지않는 곳임에도 아는 사람이 거의 없었다.


두세 시간만에 도착한 코스에서 삐끼를 따라 숙소를 정했다. 매번 느끼는 것이지만 호객행위를 하는 사람들을 통해 숙소를 정하면 후회한다. 본인이 알아보고 결정한 것은 더 이상의 선택이 없었고 자신이 결정한 일이기 때문에 설령 숙소가 조금 마음에 들지 않더라도 후회할 일이 적은데 알아보지 않고 선택을 하면 항상 불만족스럽고 더 나은 선택을 할 수 없었을지 후회하게 된다.


이 곳도 그랬다. 따라 간 숙소의 가장 작은 옥탑방을 내어주면서 이 사람은 '니가 이야기한 돈으로는 여기가 최선'이라고 했다. 항구에서 꽤 멀리 걸어왔기에 다시 돌아가고 싶지도 않았고 내일이면 떠날 곳이니 그냥 머무르기로 했다. 그럼에도 샤워를 하러 들어간 욕실에서 녹물만 주구장창 나왔기 때문에 다시 후회를 하게 되었다. 한참만에 녹물이 줄어들었고 소심한 복수로 그동안 밀린 빨래를 죄다 해버렸다.


건조하고 강렬한 지중해 햇살에 빨래를 널고나서(옥탑방이라 빨래 널기는 최고였다.) 점심을 먹으러 해변으로 나왔다. 코스에서 또 한가지 아쉬운 것은 해변들이 거의 레스토랑에 딸린 프라이빗 비치였다는 것이다. 물론 현지인들이 가는 퍼블릭 비치도 있었겠지만 내가 머문 숙소주면은 죄다 그랬다.




아직 성수기가 아니어서인지 이쪽 지중해 해변은 물이 정말 깨끗하고 맑았다. 몇 달 후에 갔던 이탈리아나 스페인하고는 비교할 수 없었다. 아쉬운 것은 음식이다. 터키하고 가까워서인지 터키 음식이나 별반 차이가 없다. 음식이 나쁘다기보다 그동안 물린 터키음식 외에 다른 것을 먹을 수가 없기 때문이다.


코스도 로마시대에는 무역항으로 꽤나 유명한 도시였다고 한다. 얼핏 유적들의 규모만 봐서도 도시가 크고 부유했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이 물도 없는 건조한 이 곳에 많은 달팽이들이 바위틈에  다닥다닥 붙어있다. 수많은 생물들이 다양한 환경에서 살아가는데 나는 내가 알던 환경에서 내 주위 것들만 보고 살아와서 달팽이는 당연히 습한 환경에서만 살 수 있다는 생각을 가지고 있었나보다. 이런 작은 것 하나하나를 통해 내 선입견과 내 자만심이 무너지고 내 사고의 한계가 넓어지기를 바랬다.






우리나라 토종 고양이 '코리안 숏헤어'와 비슷하게 생긴 그리스의 고양이

이렇게 생긴 고양이들이 우아하거나 화려하진 않아도 나에겐 가장 귀엽고 정감이 간다.


바닥에는 모자이크, 벽에는 벽화로 치장된 고대 로마의 고급 주택 터


점심을 먹고 한창 더울 때 코스 시내를 돌아다녔다. 코스 시내는 지중해의 여느 나라처럼 가장 더운 시간에는 낮잠을 자는 시간인지 가게들은 모조리 문이 닫혀 있었다. 무리한 탓일까... 컨디션이 갑자기 나빠졌다. 경험상 이럴땐 무조건 쉬는게 상책인지라 얼른 숙소로 돌아와 누웠다. 내일 떠나야하는 코스를 좀 더 돌아보지 못한 것은 아쉬웠지만 건강보다 중요한 것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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