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주의 시드니, 브라질의 히우 지 자네이루와 함께 세계 3대이라는 나폴리는 분명히 아름다운 항구이기는 하지만, 신도시로 깨끗하고 다양한 볼거리를 제공하는 시드니나 아름다운 해변과 브라질의 색다른 문화를 보여주는 히우 지 자네이루에 비해서 분명히 예전의 명성이 많이 퇴색한 것이 사실이다. 안타깝게도 이탈리아 내에서 북부에 비해 빈곤한 남부 이탈리아의 특징을 잘 보여주고 있어서 거리를 배회하는 아프리카계 불법 이민자들의 수도 많고, 도로나 건물들의 보수도 잘 되지 않고 있다.


나폴리 시내는 예전에 한번 왔던 적이 있었기 때문에 일정상 이번에는 생략하고, 오전에는 어제 갔었던 폼페이의 유적이 전시된 고고학 박물관을 둘러 본 뒤에 오후에 이탈리아 토스카나 지방의 도시이며, 성 프란체스코의 도시인 아시시로 출발하기로 했다.


나폴리 고고학박물관의 주요 전시품들은 폼페이에서 발굴된 조각상들과 모자이크화들이다.

어린 바쿠스의 조각상



엄청난 힘이 느껴지는 헤라클레스의 조각상


넵튠의 조각상


천정의 벽화는 폼페이 저택에 있던 벽화를 옮겨온 듯하다.


지구를 짊어지는 벌을 받은 거인 아틀라스의 조각상


폼페이에서 발굴된 유물들이 로마신화의 신들만을 주제로 하고 있는 것은 아니다. 위 사진의 어류들은 나폴리 근해에서 많이 잡히는 어류들을 아주 작은 색깔있는 돌로 표현한 모자이크화이다. 너무 세밀해서 조금만 떨어져서 보면 모자이크라는 생각이 들지 않는다.


어제 폼페이 유적에서 본 알렉산더 대왕과 다리우스 왕의 전투 모자이크화


이런 유명한 유물들 외에 가장 관람객들의 시선을 끄는 유물들은 당시의 성풍속을 알 수 있는 갖가지 조각, 토기들이다. 고대 로마사람들, 특히 고급 휴양지였던 폼페이는 성에 대해 꽤나 개방적이었나보다. 너무 적나라하고 실제적인 표현들이 많기 때문에 나이 제한이 없는 이 블로그에 올리기에 적합하지 않은 것 같아서 생략한다. 하지만 성인 관람객이라면 즐겁게 보고 웃을만한 것들이며 실제 가장 관람객들의 밀도가 높은 곳이 이 유물들을 전시하고 있는 방이다.


박물관을 나와서 나폴리에서 유명하다는, 민박집 주인께서 알려주신 피자집을 찾아 걸었다. 건물사이의 좁은 골목골목을 지나(얼마나 좁은지 스마트폰의 GPS가 건물안에 들어온 듯이 잡히지 않는다) 겨우 찾아간 피자집은 휴일이었다. 


여행을 다니다보면 시간과 요일 개념이 희미해진다. 회사에 다닐때는 월요일부터 금요일까지 짜여진 업무로 요일 개념이 없을래야 없을 수가 없었는데 여행을 다니다보면 요일은 그다지 중요하지 않다. 가끔 요일에 대한 인식이 필요할 때가 이렇게 어떤 곳을 찾아갔을 때인데 일요일이라거나 휴일이라 문을 닫는 경우가 생기기 때문이다. 결국, 나폴리의 유명한 피자는 맛보지 못하고 근처에서 크림과 달걀 노른자와 베이컨으로 짭짤하게 조리된 까르보나라를 맛보고 왔다.(이탈리아의 파스타들, 특히 까르보나라는 엄청 짜다. 한국 사람들 입맛에 맞기 어려울만큼. 게다가 크림보다는 달걀 노른자를 많이 이용하기 때문에 우리가 흔히 맛보던 까르보나라와는 많이 다르다.)


남부 이탈리아 여행을 마쳤다. 시칠리아를 가지 못한 것, 카프리의 푸른 동굴을 보지 못한 것, 포지타노에서 머물지 못한 것들이 아쉽긴 했지만 어떤 여행도 100% 만족스러울 수는 없다. 7,80년을 살아가는 인생에서도 아쉬움은 남는데 인생에 비해 극히 짧은 시간인 여행에서 모든 것을 만족시키기는 너무도 어려운 일이다. 인생을 다시 살 수 없지만 여행은 다시 올 수 있지않은가.


이탈리아 토스카나 지방은 처음이다. 떠나는 아쉬움보다 아시시에 대한 기대가 훨씬 더 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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