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음날 라파스의 하늘은 무척 맑았다. 워낙 고도가 높은 곳이라 거침없이 내리쬐는 햇볕에 자외선이 담뿍 담겨 있겠지만 피할 방법은 없었다. 여행 9개월차, 썬블록은 포기한지 오래되었고, 내 피부색은 이곳 현지인들과 별반 차이가 없었다.


오늘은 라파스의 대표적인 건축물들과 박물관을 돌아보기로 했다. 아침을 먹고 느릿느릿 박물관들이 몰려있는 골목길을 걸어 올라갔다. 주제별로 여러개로 나뉘어진 박물관들은 규모가 아담했다. 입장했던 박물관이 무엇에 관한 것이었는지 정확히 기억나진 않지만, 볼리비아 지역에서 발굴된 잉카 유물을 전시하고 있었던 박물관, 전통 악기나 민속품에 대한 박물관 등등을 돌아 본 기억이 난다. 


박물관에서 찍은 사진들은 거의 없고, 박물관이 있던 알록달록한 거리를 찍은 사진들만 남아있다. 당시의 나에게는 박물관보다 이 거리들이 더 인상적이었다보다.



점심을 먹었던 조그만 레스토랑

식사를 시작할 때는 분명 그늘이었는데 식사를 하는 동안 양지가 되어버렸다. 

부랴부랴 식사를 마치고 후식은 가게 안에서 먹었던 기억이 난다.





박물관을 몇 군데 돌아보고 나서 점심식사 후에는 무리요 광장(Plaza Murillo)으로 향했다. 무리요 광장 주위는 볼리비아 정부기관, 대통령 관저, 국회의사당 등 입법, 행정기관들이 모여있는 가장 중요한 지역이다.


무리요 광장은 라파스 태생이며, 볼리바르나 수크레보다 먼저 스페인에 대한 독립을 선포하였던 페드로 도밍고 무리요를 기리기 위한 곳이다. 무리요는 1809년 스페인에 독립 투쟁을 시도하였으나 스페인의 탄압에 의해 이듬해 이곳에서 처형되었다고 한다.(위키백과 참조) 투팍 아마루, 투팍 카타리 등 인디오 독립 운동가들로 시작된 독립에 대한 열정은 무리요를 거쳐 결국 볼리바르와 수크레에 의해 완성되었다.


볼리비아 국회의사당


왼쪽은 대통령 관저, 오른쪽은 라파스 대성당, 정면은 무리요의 동상이 있다.




이곳에서 처형된 무리요의 동상 기단에는 정면에 PAZ(평화), 오른쪽에는 FUERZA(힘), 뒷쪽에는 GLORIA(명예), UNION(단결)이라는 단어가 쓰여있다



도시의 이름이 평화(PAZ)라서인지 무리요 과장에는 많은 비둘기들이 있었는데 마침 대통령 관저를 배경으로 비둘기들이 날아가는 모습이 사진에 찍혔다.



Museo Nacional de Arte (국립현대미술관쯤 되는 곳치고 전시물이 참 소박한데 그게 또 매력이다.)



오후에는 숙소를 옮겼다. 처음 묵었던 곳은 볕이 들지않아 추워서 여행자 거리에 있는 숙소로 옮겼는데 저렴한 숙소니 별 수는 없었지만 대신 3층에 위치해 있어서 전망이 좋았다.




짐을 옮기고 나니 해가 저물고 있었다. 저녁식사 할 곳을 찾아다니다 길거리에서 인디오 아주머니가 파는 샌드위치(모양은 햄버거하고 비슷한데 샌드위치라고 했다.)로 끼니를 해결했다. 볼리비아에 온지 겨우 열흘 남짓 되었는데 초라하고 볼품없는 이 나라가 희안하게도 자꾸 좋아지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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