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파스에서 보내는 마지막 날이 되었다. 근교에 있는 '달의 계곡'에 다녀올까 잠깐 고민했지만 아타까마의 '달의 계곡' 이상은 아닐 것 같아서 포기했다. 내일 티티카카 호수에 접한 도시, 코파카바나로 떠나면 언제 다시 기회가 생길지 모르기 때문에 떨어진 비상식량(라면, 카레가루, 통조림 같은)을 채울 요량으로 구도심에 있다는 한국 식료품점에 가기로 했다.
오전에는 이제 4일째라 어느 정도 익숙해진 라파스의 골목들을 산책하며 시간을 보냈다. 라파스 도심의 골목은 스페인풍 집들과 보도가 깔끔해서 돌아다니기 좋았다. 그리고, 도심은 치안도 나쁘지 않아서 별 걱정없이 걸어도 소매치기나 도둑을 만날 것 같지 않았다. 지금 생각해보면 남미에서도 위험했던 곳은 브라질이나 아르헨티나의 대도시였지 볼리비아나 페루 같은 상대적으로 빈곤한 나라나 도시가 아니었다. (물론, 여행자는 어디서든 어느 정도의 주의는 항상 기울이며 다녀야한다.)
볼리비아에서는 정말 온갖 색들의 구형 비틀을 다 볼 수 있었다.
점심식사를 해야할 시간이 되자 이틀전 갔었던 한국식당에 다시 가고 싶어졌다. 식탐이 많거나 한식에 집착하는 편은 아님에도 장기여행을 하다보니 기회가 있을 때 먹어두는게 좋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 이번엔 돌솥비빔밥을 시키고 한동안 한국식 매운맛이 생각나지 않을만큼 고추장을 벌겋게 올렸다.
식사를 마치고나서 구도심에 있는 한국 식료품점을 찾아 헤맸다. 분명 인터넷에 누군가 올려둔 주소로 대략적인 위치를 지도에서 찾아서 갔지만 좀처럼 찾기가 어려웠다. 그동안의 여행으로 지도를 보고 장소를 찾는데 이골이 났지만 어쩔땐 바로 눈앞에 두고도 보지 못하는 경우가 있게 마련이다.
뭐든 그렇다. 살다보면 간절히 바라고 찾으려고 하지만 이미 손에 쥐고 있었는데 몰랐던 것들, 눈앞에 두고도 자신이 바랬던 것인지 모르는 경우가 허다하다. 그럴땐 쥐고 있던 손을 펴거나 눈을 잠시 감았다 떠야한다. 이번 여행이 훗날 내 인생에서 그런 의미로 기억 될 수 있기를 바란다.
코파카바나로 떠나는 버스표를 예매하고 Plaza Mayor로 돌아오자 다른 날보다 사람들이 꽤 많이 보였다. 이상하긴 했지만 숙소에 들어와 쉬고 있는데 갑자기 밖에서 펑펑하는 소리가 들려 베란다로 나가봤더니 Plaza Mayor 광장쪽에서 불꽃이 터지고 있었다. 우리나라의 불꽃축제처럼 거창하고 화려한 불꽃은 아니지만 겨우 나흘간 머무른 라파스에서 불꽃놀이를 보게 된 것도 행운이라면 행운이다. 게다가 세상에서 가장 큰 크리스마스 트리를 배경으로 새카만 밤하늘에 터지는 불꽃이라면 더욱.
볼리비아에서는 좋은 일만 생기는 것 같아서 기분이 좋았다. 내일은 여행에서 기대했던 곳 중에 하나인 티티카카로 간다.
'세계여행(2012년) > 남미' 카테고리의 다른 글
태양의 섬(Isla del Sol) 투어 - 코파카바나 (0) | 2015.07.10 |
---|---|
티티카카 호수를 보다 - 코파카바나 (0) | 2015.07.09 |
라파스 여기저기 - 둘째날 (0) | 2015.07.06 |
라파스 여기저기 - 첫째날 (0) | 2015.07.01 |
유쾌한 도시, 거대한 달동네 - 라파스 (0) | 2015.06.26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