푸노를 떠나 잉카의 수도였던 곳, 엘도라도를 찾아 온 스페인 침략자들에게 정복된 비운의 도시 쿠스코로 향했다. 수도인 리마가 페루에서 가장 큰 도시지만 리마는 스페인 정복자들이 세운 도시이며 태평양 연안에 있기 때문에 잉카제국과는 큰 연관성이 없는 반면, 쿠스코는 잉카의 수도이면서 주위에 마추픽추를 비롯해 잉카의 유적들이 산재해 있어 여행자들에게는 오히려 쿠스코가 반드시 거쳐야 하는 곳이다.


푸노 버스터미널에서 제발 저 버스들 중에서 제일 깨끗하고 좋은 버스이길 바랬다.



버스 정류장에 비닐천으로 덮인 짐이 놓여 있었다. 그 근처에 서 있으니 짐 안에서 뭔가 작은 동물의 소리가 끊임없이 들려왔다. 호기심에 비닐천이 없는 쪽으로 가서 보니 세상에 좁은  플라스틱 상자안에 꾸이들이 가득 들어차 있었다.



귀여운 꾸이들이 버스에 실려 어디론가 팔려가나보다.


꾸이(cui)는 남미 사람들이 육류를 섭취하기 위해 키우는 가축이다. 언젠가 남미 다큐멘터리를 보니 부엌 바닥에 풀어놓고 키우는데 음식을 만들다 남은 야채나 식물들을 주고 사육하고 있었다. 이 꾸이들의 정식명칭은 기니피그이고 페루가 원산지라고 한다. 실험동물이나 애완동물로 많이 길러지지만 남미에서는 식용을 위해 예전부터 길러왔다. 꾸이가 남미 사람들에게 얼마나 소중한 가축이었는지는 남미의 미술관이나 성당에서 성화 '최후의 만찬'을 보면 알 수 있다. 예수님 앞에 통째로 노릇하게 구워진 꾸이가 놓여 있다.


레스토랑에서도 꾸이 바베큐 요리를 먹을 수 있는데 가격이 닭보다 비싸기도 하거니와 이날 본 꾸이의 귀여운 모습이 생각나 결국 시도조차 해보지 못했다.


버스 상태가 다행히 나쁘지 않아 보였다. 

남미에서는 아무리 짧아도 반나절 이상 가야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라 버스 상태가 꽤나 중요하다.


버스가 안데스 고원을 달리기 시작했다. 짙푸른 하늘과 낮게 떠 있는 구름, 황량하지만 다채로운 색을 띤 산들은 이제 꽤 오랫동안 봐 온 풍경임에도 이상하게 질리지 않았다. 














쿠스코 버스 터미널에 도착했을 때는 저녁에 가까운 시간이었다. 예약한 숙소에 짐을 풀고 저녁식사를 하고 났더니 이미 해가 어둑해지기 시작했다. 숙소는 도심 번화가에서 조금 떨어진 주택가에 위치해 있었고 대문은 자동으로 잠기는 커다란 쇠창살로 되어 있었기 때문에 어두컴컴한 밤거리를 걸어서 도심으로 나가고 싶은 생각이 들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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