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일이면 멕시코시티를 떠나 와하까(Oaxaca)로 가야한다. 멕시코시티에서 보내는 마지막 날, 어디로 가야할 지는 이미 정해져 있는 것이나 마찬가지였다. 멕시코시티에서 가장 큰 고대문명 유적지이자, 가장 유명한 관광지인 테오티우아칸으로 가야하는 것이다.


테오티우아칸은 멕시코시티에서 북동쪽으로 40km 떨어져 있어서 버스를 타야했기 때문에 아침부터 서둘러 멕시코시티 시외버스터미널로 향했다. 


버스 좌석에 수놓아진 테우티우아칸 이미지


이곳을 통해 테오티우아칸에 입장하면...


넓은 분지에 유적들이 펼쳐져 있다.


위키피디아에 나오는 테오티우아칸에 대한 내용을 정리해보면, 다음과 같다.


테오티우아칸은 대략 기원전 2세기부터 기원후 500년까지 멕시코 중부지방에 부흥했던 문명의 이름이자, 그 문명을 대표하는 유적지의 이름이다. 이 문명을 이루었던 부족이 누구인지, 어째서 갑자기 멸망했는지 아직도 정확하게 밝혀지지 않았다고 한다. 그후 아즈텍 문명기에 테오티우아칸이라는 이름이 붙여졌으며, 이 뜻은 '신의 탄생지' 혹은 '신의 길을 가는 자들이 사는 곳'이라는 뜻이라고 한다. 고고학자들은 이 도시가 10만명이 넘는 인구를 가진, 당시 세계에서 가장 큰 도시로 추측하고 있다. 유적지의 면적은 총 83제곱킬로미터이며 1987년에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으로 지정되었다.


매표소를 통해 입장하면 드넓은 분지에 유적들이 펼쳐져 있고, 멀리 거대한 태양의 피라미드와 더 멀리 달의 피라미드가 보인다. 이런 너른 유적을 돌아볼때 힘든 것은 그늘이 제대로 없기 때문에 햇빛을 고스란히 받아내야 한다는 것이다. 물과 모자는 필수로 준비해야 한다.




정면에 있는 계단을 올라갔더니 그 너머에 작은 피라미드가 자리하고 있었는데, 아직 복구가 덜 되었는지, 아니면 유적지에서 발견된 돌로 완벽하게 복구가 불가능한건지 정면을 제외하고는 돌무더기로 남아있었다. 


그중에서 눈에 띄었던 것은 인류학 박물관에서 봤던 동물모양의 기단들이 피라미드의 사면을 장식하고 있었다는 것이었다. 박물관에서는 붉고 푸른 색으로 칠해져 있었는데 유적지에서는 그 색깔이 대부분 지워지고 희미한 흔적만 남아있었다. 태국 치앙마이에서 본 사원의 거대한 불탑에는 그 사면을 불교의 신성한 동물인 흰색 코끼리가 장식하고 있었다. 아마 이 피라미드에 있는 동물들도 테오티우아칸에서 신성하게 여기는 동물들이 아니었을까.




다시 봐도 애니메이션 캐릭터에 가까운 모양이다.


이번엔 북미대륙에 세워진 가장 큰 피라미드라는 태양의 피라미드쪽으로 발걸음을 옮겼다. 한변의 길이가 225m, 높이가 65m의 계단식 피라미드다. 이집트에서 봤던, 높이가 140미터에 달하는 쿠푸왕의 피라미드보다 훨씬 낮지만 밑변의 길이는 거의 비슷할 정도로 거대하다. 게다가, 이집트의 피라미드는 겉면이 모두 훼손되어 실제 보면 거대한 돌무더기로 밖에 느껴지지 않는데다 올라갈 수도 없지만 이곳의 피라미드는 계단식이어서 올라갈 수 있다.





태양의 피라미드에 올라서 보니 구름이 꽤 낮게 떠 있었다. 생각해보니 멕시코시티도 해발 2300미터가 넘는 고지대였다. 며칠전까지 해발 3,4000미터가 넘는 안데스 산지에 있어서 인식하지 못했을뿐이었다.


죽은 자의 길 끝에 있는 달의 피라미드가 보인다.


태양의 피라미드를 내려와서 달의 피라미드로 향했다. 달의 피라미드는 죽은 자의 길이라는 테오티우아칸의 가장 큰 길 끝에 있다. 이 길의 양 옆으로는 당시의 주거지역이나 상가들로 예상되는 건물 유적들이 있다.




달의 피라미드는 밑변이 146미터, 높이 46미터로 크기는 태양의 피라미드보다 훨씬 작지만 이곳이 더 중요한 곳이었을 거라고 한다. 죽은 자의 길을 지나 온 제물이 바쳐지는 곳이었기 때문이다. 중남미에서 발생된 대부분의 문명들은 인신공양이라는 특징을 가지고 있다. 여기에는 종교적인 의미도 있었지만, 돼지나 소같은 가축이 없었던 아메리카 대륙에서는 노예나 포로를 먹어 부족한 단백질을 섭취했을 것이라고 한다. 스페인의 정복자들이 이들의 식인풍속을 금지시키고 유럽에서 돼지를 들여왔다.


달의 피라미드에서 내려다 본 모습


고대 테오티우아칸의 크기가 얼마나 컸는지 짐작할 수 있다.


고대 유적지에서는 뭔가 종교의식을 하는 사람들이 꼭 있다. 페루의 잉카 유적지에서도...


달의 피라미드에서 내려와 당시의 주거지를 복원해 놓은 곳을 둘러보는 것으로 테오티우아칸 유적 일정은 마무리되었다. 주거지의 규모나 화려함이 2천년전 이 도시의 강성함을 잘 보여준다. 몇 달전 이탈리아에서 봤던 폼페이의 도시 유적을 보는 듯한 느낌이었다. 폼페이는 화산폭발로 사라진 도시지만 이 곳은 어째서 이 강성한 문명이 한순간 멸망하게 되었을까?




테오티우아칸으로 멕시코시티에서의 일정을 마무리했다. 돌아오는 차 안에서 멕시코시티에서 보낸 며칠동안을 생각해보니 남미를 떠나며 들었던 아쉬움이 조금은 없어진 느낌이 들었다. 비록 안데스의 광활한 대자연과 아름다운 풍광은 없지만 이를 상쇄하는 멕시코만의 매력이 충분히 있을 것 같았다.



버스터미널 주변 멕시코시티의 달동네. 조금 위험해보인다는 생각은 선입견일까?

내일은 아르헨티나에서 만난 여행자가 추천한 도시, 멕시코 전통음식으로 유명한 와하까(Oaxaca)로 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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