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류학 박물관에 들어서면 세계의 인종들을 대표하는 얼굴과 해골이 겹쳐진 사진들이 보인다. 그리고, 아즈텍 문명의 천지창조신화라고 보이는 커다란 그림이 그려져 있다.
위키피디아에 나오는 아즈텍 문명의 천지창조신화는 다음과 같다.
(생략)... 다섯 번째 세상이 열린 곳이 바로 아스텍 문명에 있었던 테오티우아칸이었다. 테오티우아칸은 나우아틀어로 '신이 태어난 곳'을 말한다. 그러나 사방은 컴컴했다. 해를 다시 만드는 법은 오직 하나, 신들 중 누군가 자신의 몸을 불사르는 것이다. 아무도 나서지 않자, 오만한신 테크시스테카틀이 스스로 가장 위대한 신이라며 태양이 되기를 자청했다. 다른 신들은 모두 그를 싫어했기 때문에 동의하진 않았지만, 신들은 커다란 화룻불을 피워 놓고 테쿠시스테카틀에게 불속으로 뛰어들라고 했다. 그는 불길을 보고 겁이 나고 말았다. 바로 그 때, 현명하고 인기가 많았던 나나우아신이 불 속으로 펄쩍 뛰어들어 태양이 되었다. 이를 본 테쿠시스테카틀도 불 속으로 뛰어들어 달이 되었다. 그러나 달과 태양은 움직이지 않았다. 다른 또 다른 희생이 필요했다. 그래서 신들은 차례로 뱀의 신 케찰코아틀에게 와서 자신의 심장을 꺼냈다. 그러자 달과 태양이 움직이기 시작했다.
불속에 뛰어드는 나나우아신? 좀 더 멕시코 문명에 대한 지식을 가지고 있었다면 훨씬 잘 기억하고 있을텐데...
아즈텍인들은 잉카인들이 돌을 다루는데 천재적이었던 것처럼 디자인에 뛰어난 유전자를 가지고 있었나보다. 유물들 중에는 사물의 특징을 매우 잘 포착해 만든데다가 알록달록한 색감을 가진, 지금봐도 훌륭하게 생각되는 것들이 많이 있다. 나중에 티우테우아칸이나 치첸잇사 같은 유적지에서 파는 기념품들은 웬만해서는 기념품같은 것은 쳐다보지 않는 나조차도 무척 사고싶게 만들었다.
해골이 혀를 삐죽 내밀고 있는 것 같아서 무척 귀엽다. 실제 용도는 무엇이었는지 모르겠지만.
아즈텍인들의 그림문자다.
그림으로 설명하고 나타내야했으니 사물의 특징을 잡아서 표현하는데 뛰어나게 된 것은 아닐까?
돌칼로 보이는데 아동용 애니메이션에 나오는 캐릭터 같이 귀엽다.
아즈텍이라는 말을 처음 들은 것은 초등학교때 86년 멕시코 월드컵 개막식을 보면서였다. 중미를 대표하는 문명으로는 마야문명과 어렸을 때 들었던 아즈텍 문명 밖에 몰랐었는데 이번 여행을 통해 마야, 아즈텍뿐만 아니라 다른 여러 문명이 멕시코에서 발생했다는 걸 알게되었다.
아메리카 대륙에 사람이 살게 된 것으로 학자들이 추측하는 여러가지 학설중에 대표적인 것은 아시아에서 빙하기때 베링해협을 건너 정착했다는 학설이다. 그리고, 건너 온 사람들이 점차 남하하여 남미의 대륙의 끝까지 퍼졌다고 한다. (다른 학설로 폴리네시아인들이 태평양을 건너 남미에 정착했다거나 하는 여러가지가 있다.) 그리고, 중앙아메리카에서 시대별, 지역별로 올메카, 테오티우아칸, 마야, 톨테카, 아즈텍 문명이 꽃피웠다.
특히, 멕시코시티는 테오티우아칸과 아즈텍 문명의 중심지였다. 테오티우아칸은 근교에 거대한 유적이 남아있는데 반해, 아즈텍 문명은 멕시코에서 가장 최근에 발생한 문명임에도 그런 거대한 도시 유적이 없는 것 같았다. 아즈텍의 수도였던 테노치티틀란은 지금의 멕시코시티 자리에 있었던 텍스코코라는 호수에 지어졌다고 한다. 무척 아름다웠다는 이 도시는 스페인인들에 의해 파괴되고 메워졌다니, 그래서 아즈텍 유적이 드문게 아닐까 싶다.
테노치틀란의 상상도는 마치 베니스를 연상시킨다.
아즈텍인들의 디자인은 정말 독특하고 재미난 것 같다. 유적의 가치나 의미보다 그냥 구경하는 것만으로도 즐거웠다.
몇개의 전시장을 거치고나니 벌써 점심시간이 가까워졌다. 박물관에 있는 레스토랑에서 간단히 점심을 먹기로 했는데 이런 곳에 있는 레스토랑 치고는 가격이 심하게 비싸진 않았다. 멕시코의 물가는, 특히 음식값은 무척 마음에 들었다.
인류학 박물관에서 가장 유명한 유물은 뭐니뭐니해도 '태양의 돌'이다. 소칼로 광장에서 발견되었다는 이 거대한 돌판은 아즈텍인들의 태양신을 중심으로 멸망한 네 개의 세상과 지금의 다섯 번째 세상을 보여주고 있다고 한다. 이 돌판에 새겨진 아즈텍인들의 천지창조 신화에 따르면 다섯 번째 세상은 2012년 12월 22일에 멸망할 것이라고 하는데 내가 이 태양의 돌을 본 것은 세계 멸망을 한달 조금 더 남겨둔 시점이었다.
박물관의 외부 전시장에는 유적을 그대로 옮겨 온 건물들이 몇 채 있었다. 외벽의 기하학적이고 섬세한 부조는 무척 독특하다.
에메랄드 가면을 쓰고 거대한 석관에 묻혀 있던 미이라
박물관을 나오니 오후 해가 많이 기울어있었다. 하루종일 서서 박물관을 구경하는 일은 꽤나 몸과 머리를 힘들게 하는 일이라 피로가 몰려왔다. 잠시 쉬어가자 싶어 공원 벤치를 찾았는데 한쪽에서 몇몇 사람들이 고개를 치켜들고 있는 모습이 보였다. 가서보니 전통의상을 입은 사람들이 높은 기둥에 오르고 있었는데, 멕시코에 오면서 잠깐 조사했던 전통의식 '볼라도르'를 보여주는 공연단이었다.
무척 높아보이는데 아무런 두려움없이 척척 올라간다.
다들 자리를 잡고 앉더니 갑자기 빙빙 돌며 떨어지기 시작했다.
기둥에 돌려진 줄이 풀리며 점점 지상으로 내려온다. 그리고, 속력도 무척 빨라졌다.
빙빙 돌아가는 와중에도 피리를 불고, 북을 친다. 아무리 공연단이라 하더라도 대단하다.
이 블라도르 의식에 대해서 위키피디아에서는 다음과 같이 설명하고 있다.
블라도르 의식에서는 사람들이 새처럼 차려 입었는데,이것은 신이 스스로 이 모습을 택했다고 믿었기 때문이다. 생명의 나무를 뜻하는 기둥에 매달려 둥글게 흔들리는 사람들을 밧줄을 서서히 풀면서 땅으로 내려놓았다. 밧줄의 길이는 정확하게 52번을 돌고 땅에 닿도록 계산했다. 이 의식은 52년 만에 일어나는 아스텍의 두 달력의 일치를 나타내는 것이다. 또 새로운 세상이 열린다는 뜻도 가지고 있다.
이날의 마지막 공연이었던 듯 공연단을 짐을 챙겨서 자리를 떴다. 생각하지 못했던 공연을 볼 수 있었기 때문에 무척 기분이 좋았다.
저녁식사를 하기 위해 해가지는 공원을 가로질러 Reforma 거리로 나왔다. 이 거리는 멕시코시티의 중심부를 관통하는 가장 큰 길인데, 양쪽으로 현대적인 오피스 빌딩들이 들어서 있어서 조금은 서울의 테헤란로 느낌이었다. 하지만, 테헤란로보다는 무척 덜 붐비고 인도가 넓어서 걷기에 좋았다.
Reforma 도로를 따라 걸어서 찾아간 곳은 한국식당과 가게들이 모여있는 곳이었다. 식당이름은 기억나지 않지만 순대국밥을 시켰다. 여행중에 여러번 한국식당에서 음식을 먹었지만 순대국밥은 먹을 수 없었기 때문에 메뉴판을 보자마자 무척 반가웠다. 맛도 훌륭했었는데 특이한 것은 이 식당에는 손님으로 한국사람뿐 아니라 현지인들도 꽤 있었다. 이 식당에서는 한국음식의 글로벌화가 이미 진행되고 있었다. 사진을 보고있으니 갑자기 순대국밥이 먹고싶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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