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스에서 로도스로 올 때 탓던 배는 큼직하고 시설도 넓고 깨끗했다. 당연히 그 배를 타게 될 거라 생각하고 있었는데 배를 타러 간 항구에는 훨씬 작고 낡아보이는 배가 서 있었다. 코스에서 로도스는 거리도 가까웠는데 로도스에서 산토리니는 하루종일 타야한다. 그런데 배 상태가 썩 좋아보이지 않으니 걱정이 앞섰다.
항구에는 저렇게 크고 멋진 배들이 많은데 하필이면 제일 작고 낡은 배를 타게 되다니...
사진으로는 멀쩡해보이지만 많이 낡았다.
예전에는 수영장으로 썼던 것 같은데 지금은 사용조차 하지 않았다.
저기 앉아있는 서양 아가씨의 기분도 나하고 비슷한 것 같다. 젠장, 이게 뭐야! 이런 기분
배는 시끄럽고 느리고 낡았지만 바다는 아름답다.
그래도 다행히 구명보트는 있다.
시간은 지지리도 안지나갔다. 배에서 파는 저녁은 비싸고 맛도 없었다. 한가지 다행인 것은 승객들이 많지 않아서 자리를 넓게 쓸 수 있었다는 것이다. 몇 시간 지나자 지쳐서 바닥에 침낭을 펼치고 그 위에 드러누웠다.
밤이 꽤 깊어갈 무렵 드디어 산토리니에 도착했다. 사람들도 어서 내리고 싶은지 나와서 페리의 문의 내려가기를 기다렸다.
산토리니 티라 항에서 버스를 타고 산토리니의 중심가인 피라로 갔다. 미리 예약해 둔 숙소에 찾아가야 하는데 어딘지 찾기가 힘들었다. 게다가 여기는 택시나 버스 같은 대중교통도 시원찮은데다 저렴한 숙소가 있는 곳은 늘상 CF에 나오던 하얀 집들이 있는 절벽쪽이 아니라 그 반대편에 있고 늦은 시간이라 이미 다니는 사람도 없어서 물어볼 수도 없었다.
힘들게 찾아간 숙소는 이미 리셉션을 오픈하는 시간이 지나있었다. 당연히 매니저는 퇴근을 했다. 하지만 다행스럽게도 포스트 잇에 환영 메시지와 방열쇠를 놔두었다. 그리스 사람들이 낙천적이고 좀 게으르기도 하고 그렇다지만 평균적으로 조금 그렇다는 것이다. 이 숙소의 매니저는 다행스럽게도 친절하고 부지런한 고마운 사람이었던 것이다.
다행스럽게 지친 몸을 침대에 뉘이자 항구에서부터 산토리니의 모습을 다시 떠올리기 시작했다. CF에서는 온 절벽이 하얀집으로 가득한 것 같았는데 언뜻 본 모습은 절벽 꼭대기에 흰 집들이 조금 있었던 것 같았다. 어두워서 잘못 봤겠지... 내일 가면 푸른 바다를 배경으로 절벽에 눈부시게 흰 집들이 가득할거라 생각하며 잠이 들었다. 그래도 뭔가 이상하고 찜찜했다.
* CF에서 흔히보던 산토리니의 하얀집들은 대부분이 다 호텔이다. 거기다 가격이 ㅎㄷㄷ하다. 옛날에는 현지 주민들이 살아가던 집들이었겠지만 관광지로 알려지고 나서는 나 같은 배낭 여행자는 꿈도 못꿀 값비싼 호텔로 바뀌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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