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토리니와 그를 둘러싸고 있는 주변 몇몇 섬들은 화산 폭발로 이루어졌다. 그래서 우리가 흔히 보는 하얀 집이 있는 산토리니쪽은 가파른 절벽으로 이뤄졌지만 반대쪽은 바다로 완만한 경사를 이루고 있다. 절벽쪽은 비싼 호텔과 레스토랑들이지만 반대쪽은 현지 사람들이 사는 집들과 마을로 이뤄져있고, 이쪽으로는 비교적 가격이 저렴한 숙소들도 찾을 수 있다. 로도스와 마찬가지로 여기서도 부엌이 달린 숙소에서 머물렀는데 유럽이나 남미 등에는 이렇게 부엌이 있는 게스트하우스나 아파트가 많아서 여행자들의 경비에 많은 보탬이 된다.
처음이자 마지막으로 산토리니의 레스토랑에서 먹은 음식
역시나... 어제 잘못 본게 아니었다
옛날 항구로 내려가는 돌계단
엄청나게 많은 당나귀들이 관광객을 기다리고 있다
졸고 있는 모습이 귀엽기도 하고, 저 작은 체구로 거대한 덩치의 서양 여행자를 실어나르는게 불쌍하기도 하다.
옛날 항구로 내려가는 길은 돌 계단으로 되어 있는데 절벽의 높이가 꽤 높기 때문에 이 항구로 들어오는 크루즈 관광객들을 태우고 절벽을 오르내리기 위해 당나귀들을 이용하고 있다. 당나귀를 타지 않고 걸어서 내려가보니 많은 당나귀와 그들이 발디딜틈 없이 퍼질러놓은 변으로 냄새가 장난이 아니었다. 밟지 않고는 도저히 내려갈 수 없는 길이었다.
절벽 위에서 보면 여기가 화산폭발로 이뤄졌다는걸 확실히 알수 있다. 예전에는 앞쪽에 있는 섬들과 이어져있는 하나의 섬이었고 화산폭발로 생긴 분화구에 바닷물이 들어와서 각각 섬으로 변한 듯하다. 분화구였던 곳은 이제 만이 되어서 커다란 크루즈와 요트들이 수시로 드나들고 있다.
CF에서 봤던 하얀 집들은 절벽 꼭대기의 극히 일부분일 뿐...
당나귀로 오르내리던 길에 지금은 케이블카카 생겨서 당나귀들이 인기가 없다. 당나귀와 몰이꾼들은 대부분 놀고 있다.
옛날 항구는 수심이 깊지 않아서 큰 배들은 들어올 수가 없는지
작은 배들이 수시로 다니면서 크루즈를 타고 온 관광객들을 실어나르고 있었다.
당나귀 변과 냄새를 이기고 힘들게 내려왔는데 막상 내려오니 볼게 없었다. 식당과 기념품 가게 밖에 없었다. 다시 올라가려니 자신이 없어서 비싸지만 케이블카를 타기로 했다.
어슬렁어슬렁 티라 마을을 돌아다니고 사진을 찍었다. 산토리니를 찍은 사진에 반드시 나오는 몇몇 건물들은 이 곳에서도 유명한 호텔들이었다. 갑자기 산토리니에 흥미가 떨어졌다. 지금의 산토리니는 단지 예쁘게 꾸며진 놀이동산 같은 곳일뿐이었다. 게다가 관광객의 반 이상이 중국인들이었다. 중국인들을 폄하하거나 나쁘게 볼 생각은 없지만 여기에 있었던 이들은 시끄러웠고 무례했다.
잠시 로도스가 그리워졌고, 차라리 크레타나 다른 섬으로 갈걸 하는 후회도 했다. 생각보다 로도스에 오래 머물렀기에 다른 섬들을 둘러 볼 시간이 줄어들었고, 그래서 선택한 곳이 산토리니였던 것이다.
산토리니에서 아름답기로 유명한 것 중에 하나가 이아마을에서 보는 석양이라고 했다. 버스를 타고 이아 마을로 갔다.
이아 마을은 석양으로 유명해서 해가 지기에는 이른 시간이었지만 많은 사람들이 벌써 석양을 보기 좋은 장소에 자리 잡고 있었다. 나도 일찍 도착한 덕에 좋은 자리를 잡고 두어시간 동안 해가 떨어지기를 기다렸다.
산토리니와 궁합이 맞지 않는 걸까. 낮동안 그렇게 내리쬐더니 저물때가 되자 스물스물 구름이 생기더니 태양이 구름 뒤로 넘어가버렸다.
여행자마다 자신의 성향에 맞는 여행지들이 있다. 다른 사람에게는 평생 기억에 남을 장소가 또 다른 사람에게는 아무런 감흥을 주지 못하기도 한다. 나에게 산토리니는 그런 장소가 될 것 같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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