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토리니에는 주변 섬들을 투어하는 하루짜리 여행상품들이 몇 가지 있었다. 요트에서 선셋을 보는 투어라던지 섬의 해변 투어, 남아있는 화산 분화구와 온천 투어 등이 있었다. 그런데 별로 의욕이 나지 않았다. 그래서 산토리니 동네를 그냥 맘대로 돌아다니기로 했다.


전망대 같은 이 곳도 레스토랑이다.


 하지만 레스토랑이 아니어도 조금 발품을 팔면 전망을 볼 수 있는 곳은 있다.


이아 마을까지 걸어서 가보려고 했는데 저렇게나 까마득하게 멀리 보일 줄이야.

태양이 너무 강렬해서 햇볕을 받은 살들이 벌겋게 달아올랐다.

















하얗고 예쁘게 단장된 집들이 많았지만 대부분 호텔 들이고 문이 닿여있다. 고급 호텔이라 투숙객들의 휴식을 방해하는 일이 없게 하려는 듯 벨을 눌러야 문을 열어주는 것 같았다. 예쁘고 아기자기한 것들을 좋아하는 사람들에게는 충분한 볼거리가 될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든다.


특이하게 산토리니의 가옥들은 절벽에 지어졌기 때문에 골목으로 이어진 현관은 그 집의 가장 높은 옥상이 되는 셈이고 아랫층의 지붕이 그 윗층의 테라스가 된다. 테라스에서 보면 바다가 시원하게 펼쳐져서 보기에 좋을 것 같지만 한편으로는 며칠동안 똑같은 풍경이라면 지겨울 것 같기도 하다.



구름이 섬을 지나가면 저쪽에서부터 흰 집들이 회색으로 변하기 시작한다.


피라에서 몇 개의 마을을 지나치면 우리나라 제주도 같은 돌담길도 나오고 동네 마실나온 강아지들도 만나지만...


금새 다시 고급 별장이나 호텔들이 이어진다.



오래전 사람이 살았을 것 같은 몇몇 집들은 붕괴 위험 때문인지 폐가로 변해있다.


왜 그런지 카메라 설정이 변경되어서 흑백으로 찍혀버렸다. 햇볕이 너무 강해서 찍힌 사진을 카메라 LCD로 봐도 색을 정확히 구분할 수 없어서 한동안 모르고 계속 이렇게 찍었다. 늦은 점심을 먹으러 레스토랑에 가서야 깨달았다.


분명 산토리니의 풍경은 멋있고 훌륭하지만 자연의 경이로움보다는 아름답게 꾸며진 유원지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제야 카메라 설정이 잘못된 것을 깨달았다.


원래 이아 마을까지 가는게 목표였고, 사진의 레스토랑은 이야 마을까지 반 정도 더 가야했지만 그냥 돌아가기로 했다. 예쁘게 꾸며진 집들은 이제 실컷 봤으니 굳이 더 볼 필요가 없을 것 같아서였다. 돌아가는 버스를 타기 위해 바닷쪽에서 벗어나 현지 사람들이 사는 집들을 돌고 돌아 버스 정류장까지 왔다.


산토리니는 신혼여행지로 좋은 선택일 것이다. 고급 호텔의 훌륭한 전망을 가진 테라스에서 떨어지는 석양을 보며 현재를 만끽하고 미래의 행복을 다짐하는 곳으로, 정갈하고 아름다운 옷차림으로 화사하게 미소짓는 사진을 남길만한 곳으로 최적의 장소일 것 같았다. 하지만 내가 흥미를 느낄만한 것이 없다는 것이 문제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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