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마에서 머물 일정도 얼마 남지 않았다. 아직 가보지 못한 곳들이 많았지만 예전에 이미 봤음에도 빠뜨리자니 앙꼬없는 찐빵을 먹은 듯한 찜찜함 때문에 또 한번 바티칸 박물관에 가기로 하고 며칠전 예약을 했었다. 역시나 아침부터 바티칸 박물관으로 들어가는 입구에는 입장을 기다리는 사람들이 수십 미터가 넘게 서 있었다. 표를 끊고 입장하면 솔방울의 정원을 통해 본격적으로 박물관으로 들어갈 수 있다.
솔방울의 정원
박물관에 전시된 로마시대의 유명한 대리석상들은 다시 봐도 대단하다. 특히 라오콘 상은 고통에 찬, 신을 원망하는 듯한 라오콘의 표정과 아버지를 보고 있는 두 아들의 표정이 돌로 조각했다고는 믿기지 않을만큼 사실적이다. 하지만 처음 봤을 때만큼 뭔가 마음을 때리는 느낌은 없었다.
역시 동물들은 조각상조차 세계 어디에서도 아이들의 사랑을 받는다.
박물관에는 중세 교황의 명에 의해 외설스럽다는 이유로 나뭇잎으로 가려진 조각상들이 많다. 어느 시대나 위정자들은 자신의 주관에 따라 대중의 수준을 평가했고, 교화하고 가르쳐야 할 무지한 존재로 생각해왔다. 불필요한 수많은 법과 규정이 그렇게 생겨나고 만들어져왔을게다. 현재를 살아가는 우리도 그렇게 평가되어지고 자신들의 권력을 유지하는 수단으로만 이용되고 있지는 않은지...
인간의 신체를 표현한 미술품들의 표본이 되었다는 토르소. 이제는 몸통을 위주로 표현하는 모든 미술품들을 나타내는 용어로 사용되며, 인간 신체의 아름다움을 상징하는 단어가 된 토르소 상이다.
라파엘로의 아네테 학당
바티칸 박물관에 있는 수많은 걸작 조각품과 미술품 중에서도 회화로 특히 유명한 세 가지를 꼽으라면 라파엘로의 '아테네 학당'과 시스티나 성당에 있는 미켈란젤로의 걸작 '천지창조'와 '최후의 심판'을 들 수 있을 것이다. 시스티나 성당의 두 작품은 보호를 위해 촬영을 금지하고 있기 때문에 사진을 찍지 않았다. 아테네 학당은 자신의 모습을 비롯해 많은 유명 인물과 위인들의 모습을 그림에 반영했기 때문에 얼굴을 보고 그 위인을 찾아보는 재미가 있다.
가장 다비드다운 다비드 상. 성서에 나오는 다비드는 어리고 약한 소년인데 대부분의 미술품에서 표현된 다비드는 건장하고 아름다운 청년으로 그려지고 있다. 위에 있는 조각상이 성서 그대로를 표현한 다비드 상이 아닐까 싶다.
적장을 유혹해 목을 베었다는 유디트.
잔다르크 이전의 가장 강한 여성상이며 수많은 미술작품으로 다양하게 표현된 여성이다.
바티칸 박물관 관람을 마치고 나오려면 위와 같은 둥그런 계단을 걸어내려와야 한다.
바티칸을 지키는 그 유명한 스위스 근위대
산 피에트로 대성당 입구에서 본 광장
세계에서 가장 큰 성당인 산 피에트로 대성당의 내부
미켈란젤로의 또다른 걸작 조각품, 피에
타
성당 내부의 베드로 상. 베드로의 발을 만지며 복을 기원하면 이루어진다는 설 때문에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베드로의 발을 만졌는지 발과 발가락이 닳아서 맨들맨들하다.
성당 지하 보관소로 내려가는 입구. 1대 교황인 베드로부터 역대 교황의 유골이 보관되어 있다고 한다.
베드로의 상징물, 열쇠
성서의 성인들마다 각자 그를 나타내는 표식을 가지고 있다.
성화들에 표현된 성인들은 그 표식을 가지고 누구인지 찾을 수 있는 경우가 많다.
어린이들에게 친절한 스위스 용병들
스위스 근위대는 과거 신성로마제국의 침입으로부터 교황을 지키기 위해 목숨을 버린 용맹함을 인정 받아 현재도 바티칸과 교황을 지키는 유일한 군사조직으로 남아있다. 어린 아이들의 사진 요청은 웃으며 받아들이더니 그 부모들의 사진 요청은 근엄하게 거절했다.
예전에 왔던 곳이라 꼼꼼히 보기보다는 가벼운 기분으로 유명한 작품 위주로 관람했음에도 광장을 나오니 해가 많이 기울어있었다.
유럽의 강들은 우리나라처럼 계절에 따라 수량 변화가 크지 않아서인지 강폭이 좁다.
저녁식사를 하러 가는 길의 산탄젤로 성
로마를 떠나기 앞서 제대로된 파스타를 먹어봐야겠다는 생각으로 어렵게 검색하여 나보나 광장의 레스토랑을 찾았다.
훌륭한 맛이지만 내가 만든 김치찌개와 유명 식당의 김치찌개 정도의 차이를 넘는 그 이상의 뭔가는 느껴지지 않았다. 이정도라면 국내에서 수만원을 주고 먹을 필요가 있다고 생각되지 않았다. 집에서 만들어 먹어도 충분하지 않을까 싶었다.
밤의 나보나 광장은 저녁식사를 하기 위해서 혹은 낮의 더위를 피해 나온 관광객들로 북적였다.
하늘이 완전히 어두워지기 전, 짙은 남색으로 물든 하늘이 무척 인상적이었던 날이었다.
빠뜨리자니 아쉬워서 다시 갔던 바티칸 박물관. 한 번 방문했던 여행자이고 미술품에 조예가 깊은 사람이 아니라면 재방문보다는 그동안 보지 못했던 다른 곳을 가는 게 나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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