톨레도에서 다음 목적지로 정한 그라나다는 너무도 잘 알려진 알람브라 궁전이 있는 곳이다. 스페인 남부 안달루시아 지방에 있으며, 마지막까지 이슬람 세력권이었던 이 도시가 1492년 아라곤 왕국에 의해 무어인이 세운 그라나다 왕국이 점령되면서 이베리아 반도에서 이슬람 세력을 몰아내기 위한 레콩키스타가 완성되었다.


참고로 Alhambra 궁전을 보통 '알함브라'라고 쓰고 읽지만 스페인어는 'h'가 묵음이므로 알람브라라고 읽고 쓰는게 표기법에 맞다고 한다.(위키백과 참조) 여행을 다니면서 보니 우리가 알아왔던 지명이나 이름들이 영어식 표기를 그대로 따르고 있어서 실제 현지에서 사용되는 것과 많이 다른 경우가 많았다. 레알 마드리드의 축구선수 James Rodriguez가 2014년 월드컵에서 유명세를 탓을 때 처음에는 스포츠 기사에서 제임스 로드리게스라고 언급되는 경우가 많았지만 후에 스페인어를 사용하는 콜롬비아 출신이기 때문에 하메스 로드리게스라고 고쳐지게 되었다.


현지어를 알지 못하는 경우에는 정확하게 현지 표현을 따르기는 쉽지 않다. 블로그를 쓰면서도 어떻게 쓰는게 정확한지 모르는 경우에는 일반적으로 사용하는 단어를 사용했지만 알게된 이상에는 현지 표기법에 맞게 사용하려는 노력이 필요하다. 외국인이 '쎄울'이라고 이야기한다면 '서울'이라고 고쳐줘야 하지 않을까?



톨레도에서 버스를 타고 네다섯시간쯤 달려 그라나다에 도착했다.(가격이 기차에 비해 훨씬 저렴하고 버스 시설도 나쁘지 않기 때문에 스페인을 여행할 때는 버스를 이용하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스페인에서 남쪽으로 꽤 내려왔고, 스페인에서 가장 높은 시에라 네바다 산맥과 가까워 꽤 고지대에 있음에도  기온이 35도를 훌쩍 넘고 있었다. 그래도 40도를 넘는 곳에 있다오니 훨씬 덜 덥게 느껴졌다.


알람브라 궁전에 가기에는 늦은 시간이라 일단 오늘은 그라나다 시내 구경을 나섰다.











그라나다 대성당은 내부가 온통 흰 대리석과 휘황찬란한 금색으로 장식되어 있었다. 조명마저 은은한 노란색을 띄고 있어서 더 호화롭게 보였다.






그라나다 대성당과 바로 옆에 있는 그라나다 왕실 예배당을 보고 나오니 벌써 해가 기울기 시작했다. 저녁거리를 사기 위해 주변에서 수페르 메르카도(Super Mercado)를 찾았다. 스페인에서 한달 가까이 다니다보니 스페인어를 배우려고 전혀 노력하지 않았음에도 생활에 필수적인 단어들이 자연적으로 익혀졌다. 물건을 사거나 돈을 지불할 때 필요한 우노(하나), 도스(둘), 트레스(셋)부터 시작해서 와인, 맥주, 돼지고기, 소고기, 닭고기 등등 제법 여러 단어를 알게 되었고 수퍼마켓을 뜻하는 '수페르 메르카도'도 어느새 자연적으로 입에 붙게 되었다. 외국에서 살면서 적응한다는건 그 곳의 문화와 언어를 배운다는 것이라는 의미가 와닿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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