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렸을 때는 알람브라 궁전이 세계에서 손꼽히는 이슬람 건축물의 하나로 실제 존재하는 곳이라는 것을 알지 못했다. 다만, '알람브라 궁전의 추억'이라는 아름다운 기타 연주곡의 제목으로만 알고 있었을 뿐이었다.


그라나다 시내가 내려다보이는 언덕에 지어진 이 궁전은 에스파냐를 점령하고 있던 이슬람 왕조에 의해 13세기 후반부터 14세기에 거쳐 지어졌다고 하는데, 다행스럽게도 이슬람 세력을 몰아낸 후에도 파괴되지 않고 보존되었다. 파괴되지 않고 보존된 것은 종교시설이 아니라 궁전이라는 이유도 있지만, 타종교에 대해 그리 관대하지 않은 그리스도교인들도 이 궁전의 아름다움과 예술적 가치를 인정할 수 밖에 없었던 것이 아닐까.


알람브라 궁전 입장 시간이 되기를 기다리고 있다.


반대편 언덕에 보이는 알바이신 지구의 하얀집들과 새파란 하늘, 진녹색의 나무



궁전 내부로 들어서자마자 독특한 모양의 기둥과 세밀한 벽면의 모양이 절로 감탄을 나오게했다. 하지만 이것은 시작일뿐이었다.



흰 대리석에 정교하게 세겨진 문양을 보면 당시 이슬람의 건축술과 예술성에 감탄하게 된다. 현대에 지어진 어떤 건축물도 이런 식의 아름다움을 보여주진 못한다.




별빛이 가득한 한여름 밤하늘을 보는듯한 느낌이다.




이스탄불에서 본 술탄의 궁전은 훨씬 거대한 규모였지만 이처럼 아름답지는 않았다.





종유석 동굴의 천장을 보고 있는 듯하다.


알람브라 궁전을 보던 당시에도 감탄했지만 블로그를 쓰며 사진을 보고 있으니 그때의 느낌이 다시 생생하게 느껴진다. 하루하루 되짚으며 여행 기록을 블로그에 남긴 이후로, 자연이 아니라 인간이 만들어낸 것에 이런 아름다움을 느낀 것은 처음이 아닐까 싶다.








알람브라 궁전 창문 밖으로 보이는 그라나다 시내와 알바이신 지구








이 둥그런 원통모양의 건물은 알람브라에서 가장 멋없고 다른 건물들과도 어울리지 않는 곳이다. 이 건물은 이슬람 세력을 몰아낸 후, 에스파냐의 왕이 지은 건물이라고 한다. 국토는 되찾았지만 당시 문화적인 수준은 이슬람쪽이 훨씬 높았던 것 같다.





마지막으로 간 곳은 알람브라 궁전 내에서도 이슬람 왕조의 여름별장으로 지어진 헤네랄리페였다. 나무와 물과 돌로 조화롭게 지어졌다.





알람브라 궁전을 보고 나오니 해가 기울고 있었고 더운 날씨에 하루종일 걸은 탓인지 무척 피곤했다. 


아직도 스페인에서 가보고 싶은 곳도 많고 더 머무르고 싶었지만 쉥겐조약 탓에 유럽을 떠나야 할 날짜가 다가오고 있었다. 원래는 포르투갈에서도 일주일 이상 머무르다 남미로 넘어갈 계획이었지만 매력적인 스페인의 도시들을 그냥 지나치기 힘들었다. 잠시 영국령인 지브롤터로 가서 유럽에 머무르는 기간(60일)을 리셋하고 더 머무를까 생각도 했지만 그러기에는 이번 여행의 하이라이트가 될 남미의 유혹을 이길 수도 없었다. 결국 포르투갈은 다음번 여행지로 미루고 일단 남은 일정을 론다, 세비야에 모두 할애하기로 했다. 


모든 것을 만족시키는 것은 모든 것이 부족한 것과 다르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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